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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Nov 26. 2018

24개월 이하 영유아극

24개월 이하 아기가 연극 관람이 가능한가

#국립극단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2018년영유아극창작연구결과공유회
#극립극단소극장판


1.
국립극단 산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김성제 소장이 외국에서 영유아극을 보고 힌트를 얻고, 자신의 아이를 양육한 경험과 결합한 아이디어로 24개월 이하 영유아를 위한 창작극 프로젝트를 지원했나보더라. 


2.
극단 뛰다의 이주야 연출가와 미디어아트 전유진 작가 두 팀이 영유아극 창작을 위한 3~4개월의 워크숍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다녀왔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단체 메일을 받고 "바로 이거야" 느낌을 받았다. 12월 16일 도쿄에서 열리는 발달장애라고 불리는 아동을 위한 퍼포먼스 심리학 워크숍에 등록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24개월 이하 영유아극 아이디어는 곧바로 발달장애아동의 퍼포먼스와 연결될 것이라 짐작했다.
3.
짐작은 적중했다. 요즘 백발백중이다. 잡은 책마다, 참가하는 공연마다, 눈 여겨 보는 포스팅마다 예외 없이 내게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24개월 이하 영유아극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콜라보 작업을 통한 즉흥적 퍼포먼스"라고 요약할 수 있다.
4.
연구팀은 별다른 고민 없이 '대상'이란 말을 쓰고 있다. 영유아극의 대상은 영유아인가, 엄마(또는 보호자)인가 같은 물음에서 '대상'을 사용한다. 성인극이나 청소년극에서는 관객이 대상일 수 있으나 24이하 영유아라면 대상이 아니라 창작의 공동주체로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발달장애아를 위한 연극 퍼포먼스를 고려할 때 예전부터 생각하던 시각이다.
5.
무대 위 발신자와 객석의 수신자로 구분이 가능할 수 있다. 다만 24개월 이하 영유아 경우 발신자의 기호를 이해하며 수신할 수 없기 때문에 시니피에가 소거된 시니피앙만 전달되는 것은 영유아 입장에서 말이 아닌 사운드의 전달만 가능하다. 컨셉이나 기의가 없는 사운드의 전달이 곧 정서의 전달이 된다. 그리고 정서의 전달만이 교육의 이름을 달 수 있다. 즉 콘텐츠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이다.


6.
엄마가 아닌 오브제가 발신하는 사운드를 수신하는 경험이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낯선 오브제가 나를 위한 사운드를 보내준다는 자각이 영유아에게 인식 세계를 넓혀주고 안정감을 준다. 

갓난아이부터 성인까지 우리는 무수한 사운드 속에 살지만 어느 것도 나를 위한(나만을 위한) 사운드라고 생각하지 못하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

끝까지 떨어지지 않은 잎새가 나만을 위한 의미로 다가올 때 삶의 에너지를 얻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영유아극에서 내러티브를 생략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러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결국 영유아극도 스토리텔링을 넘어선 스토리두잉의 틀에서 생각할 수 있다.
7.
이주야 연출가의 작품을 위한 출발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소개한다.


8.
연출가의 단상
-하늘 아이, 땅의 아이
◐제 딸 '나모'가 태어나서 자라날 때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 아이가 어떤 여행을 하고 나에게로 왔는지, 내 안에서 어떻게 자라나서 하나의 생명으로 이 세상에 나왔는지, 그리고 이 세상에 처음 나온 그 아이가 어떻게 조금씩 땅의 아이로 적응해 갔는지. 나는 세상에 나온 그 '하늘 아이'가 조금씩 땅의 아이로 적응해가는 과정을 함께 느끼고 경험하고 교감해왔습니다. 그때 나의 감각은 놀라울 정도로 세밀해져 있었고, 확장되어 있어서 그 전과 그 후에는 느끼지 못할 것들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 시기에만 그 특별한 아이만이 내게 줄 수 있는 아주 경이로운 것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늘아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온전한 하늘아이. 이 세상 사람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고 소통하는 아이. 모든 것이 낯선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숨쉬는 거, 먹는 거, 똥 싸는 거 조차 온 힘을 다해 익혀야 하는 아이. 무엇보다 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아이.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을 자신만의 세계에서 꿈을 꾸는 아이. 이 세상 익히기 2년 즈음 되면 하늘아이의 기억은 거의 잊고 호기심 대장 땅아이가 되어 이 세상 탐험에 몰두하는 아이.
◐그리고 땅의 엄마
◐저는 그 특별한 만남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놀랍도록 강렬한 첫 순간들. 너무 낯설어 막막하고 하늘 무너질 듯 무서웠던 순간들,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함께 느꼈던 부드럽고 따사로운 순간들, 서로 이해하지 못해 있는 힘껏 알아달라 발버둥 치던 순간들을 말입니다. 하늘아이가 땅아이가 되어가는 과정과 땅의 엄마 안에 있었던 놀라운 감각의 경험들, 그리고 그 아이에게서 일어났던 놀라운 첫 경험과 변화의 과정들을 다시 돌아 보면서 그 순간들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만남들을 다시 꺼내보려 합니다.

이주야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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