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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Nov 29. 2018

사회적 경제, 마을 만들기 워크숍

영국 런던 크리에이티브 랩스가 10년 동안 벌인 사업 

1.

의미 있는 워크숍에 이틀을 꽉 채워 참가했다.


2.
내용은 국내 활동가들에게 많이 알려진 개념/툴/방법론들을 말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다보니까 낱낱이 쪼개서 들여다보면 어느 것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역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보니 성글게 얘기해도 쉽게 이해하고 들을 수 있었다.
그냥 "선진" 개념이나 방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의 실제 경험을 얘기하는 것이라 알고 있는 개념이나 방법론도 다르게 느껴지고, 내가 어떻게 발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충분히 이틀은 의미 있었다.

http://naver.me/Fp0H7x6y

3.
강의를 들으면서 즉석에서 맵핑을 하다보니(위 pdf 링크) 깔끔하지 않지만 참고가 될 만하다. 워크숍을 할 때는 맵핑하지 않았다.


4.
내가 이번 워크숍에 진지하게 참여한 계기가 된 중요한 두 스토리텔링이 있다.
하나는 홍기빈 칼포라니연구소장의 얘기다.
약 10년 전 한겨레신문 주최 봄맞이 <인터뷰특강>에 홍기빈이 강연자로 참가했다. 사회자는 오지혜 배우.
홍기빈이 블라블라 한국경제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주제는 '화'로 기억한다. 어떤 이는 化로 풀고, 어떤 이는 anger로 풀고, 홍기빈은 '火'로 풀어 말했다. 
오지혜가 물었다.
"그러니까 홍 선생의 대안은 무엇인가요?"
홍기빈은 몇 초 생각하더니 레전드 대답을 내놓았다.
"대안이란 말은 영국 대처 총리가 즐겨쓰던 말인데요, 우리가 대안을 말할 때 이런 경우를 생각해야 합니다. 잔뜩 술 취한 아빠가 새벽에 위스키를 들고 집에 들어가 잠자는 어린 딸을 깨웁니다. 같이 한 잔 더 하자면서..... 잠에서 깬 어린 딸은 어이 없어 하고, 빨리 잠이나 자라고 아빠를 타박합니다. 아빠는 계속 같이 위스키를 마시자고 조릅니다. 그렇게 아빠의 요구는 계속 되고, 어린 딸의 거부도 반복됩니다. 그때 아빠가 말합니다. '그럼 니 대안은 뭔데?' 그 말에 어린 딸은 말합니다. '알았으니 위스키는 넣어 놓고 맥주로 합시다' 우리가 돈을 중심으로 경제를 생각하기만 하면 이명박이 '니들 대안이 뭔데'하고 물었을 때 독주를 피하고 맥주를 마시자고 얼떨결에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반도대운하를 피해서 4대강 개발을 하고 있잖아요. 기억하십시오. 돈이 간여하지 않는 경제도 있습니다. 돈벌이에 집착하면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5.
둘째는 현재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진향이 3년 전에 김어준 팟캐스트에 나와서 한 이야기다.
"북한의 경제는 전혀 다른 논리가 작동합니다. 우리는 부가가치가 생기면 상품 가격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잖아요. 밀을 가공해서 밀가루를 만들면 밀값보다 밀가루 가격이 높은 게 당연하죠. 하지만 북한은 반대입니다. 탄광에서 채취한 석탄 가격보다 가공한 연탄값이 더 쌉니다.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가 올라가면 제품 가격은 내려갑니다."


6.
사회적 경제가 무엇일까, 생각할 때마다 위 두 이야기를 생각했다. 자본주의 교과서의 경제 이론과 전혀 다른 경제가 있을 수 있을까? 단순히 말하면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경제활동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사회적 기업의 배경이 됐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뭔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경제활동을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


7.
20대라고 밝힌 한 참석자가 내 이야기를 듣고 물었다. 
"맥주를 선택한 것이 다행이라는 말씀이죠?"
준비된 원고 없이 즉석에서 이야기를 푸는 것은 쉽지 않다. 위 내용에서 대운하를 피해 제시한 대안이 4대강사업이라면, 새벽에 어린 아이가 위스키를 내치고 맥주를 마시는 꼴이라는 설명을 빼고 말했다. 집중해서 듣지 않았을 때 곡해와 오해는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당황스런 반응이다. 마주 앉아 이야기한다고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스키마를 깊고 넓게 만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난 그런 말에 반대한다. 공부를 하느니 더 자주 만나면 된다. 대화는 중요하지만 대화의 거듭됨이 더 중요하다.


8.
내가 영국에서 온 강사에게 물었다. 
"재래시장 되살리기 사업은 한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회적 경제 지원 활동이다. 거의 실패한다. 당신의 브릭스톤 시장 활성화 성공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둘 중 소피아가 대답했다.
"브릭스톤 시장 살리기 사업의 성공요인은 이미 사업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시장살리기 사업에 참가했다는 겁니다. 영국에서도 사회적 경제 지원활동가 중에 대부분은 기업활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 '자세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세요'라고 합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어려워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에게 사업계획서를 자세히 작성하라고 요구하고, 요구에 부합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 아이러니는 기업가 경험이 없는 사람이 지원사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브릭스톤 시장 활성화 사업에는 실제 기업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크게 공감했다.


9.
마지막 당부하며 마마딩이 말했다.
"여러분의 헌신성을 신뢰한다. 그러나 여러분 앞에 있는 미션이 여러분 삶이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자신도 망가지고 결국 미션 완성도 하지 못한다. 천천히 수행하고, 자신의 삶도 아끼고 사랑하고, 혼자 고립되지 말고, 계획 수행의 유연성을 받아들여라. 그것이 자연에서 배운 생명시스템이다. 우리는 그렇게 했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난 이후에 깨달았고, 늦었지만 그런 깨달음이 우리가 성공했다고 평가 받을 수 있게 했다."

10.
내가 이틀 워크숍에 참가한 것은 훌륭한 경제활동이었다. 참가(participation)가 곧 경제다. 그러니까 경제의 목표는 "모두의 참가"가 아니겠는가.


11.
기본소득을 소망한다. 기본소득지급은 철저히 자본주의 발상이다. 아주 오랜 후에 기본소득지급 제도도 소멸할 것이지만 적어도 50년 이상 기본소득지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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