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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Feb 24. 2019

己亥敎育獨立宣言書

吾等은 玆에 我 敎育의 獨立活動임과 敎育者의 自主的 存在임을 宣言하노라

기미 독립선언을 한 지 꼭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한반도와 간도 지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 인민의 존재가 노예의 처지와 같다는 걸 확인한다. 이 땅의 사람들은 자주적 삶을 꾸리지 못했다. 초기 3할의 세월은 식민지 인민으로 억압 받았고, 분단의 고통에 이어 인류사 최대의 비극이라 불리는 제주 4.3과 1950년 한국전쟁은 어떤 말로도 끔찍한 실상을 전할 수 없다. 남과 북 모두 전쟁에 따른 국토유린에 이어 파시즘의 광풍으로 목숨 달린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4.19혁명과정에서 청년 및 지식인의 희생은 적지 않았고 베트남 파병으로 젊은 인민들은 죽음과 패륜적 범죄에 내몰렸으며 박정희 정권의 반민주성, 전두환, 노태우의 쿠데타로 인한 헌정질서파괴는 인민을 실험실의 모르모트(marmotte)로 만들었다. 우리에 갇힌 모르모트는 주어진 조건에 구속된 채 물과 먹이를 공급받아 목숨은 연명하되 판단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빚었다. 그 과정에 교육이 정권의 앞잡이 역할을 했음을 확인한다.

우리는 4.19혁명 직후 결성된 교원노조가 박정희 쿠데타로 해체된 이후 제도학교가 걸었던 길을 주목한다. ‘정치적 중립’이란 철저히 정치편향적인 용어에 얽매어 올바름이 무엇인지 인권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숭고가 무엇인지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시간들을 돌아본다. 철저히 반민주적인 교실이 극단적 민주주의 사각지대에 있는 감옥과 다르지 않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모습에 가슴을 치며 참회의 울음을 터트린다.

80년 대 후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투신한 중학생의 죽음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직후에 교육종사자들의 각성이 촉발됐지만 파쇼정권과 자리교체를 한 자본권력이 무한경쟁의 효용성이 현실적 미덕이라고 선동하는 힘에 사그라지고 말았다. OECD 청소년 자살률 상위권이라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실체 없는 역량의 증대를 교육목표라며 맹신한 교육자들의 이중적 모습에 부끄러움이 한 길을 넘는다.

21세기 오늘날에도 단지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장밋빛 환상에 빠진다면 갑질을 손가락질하면서도 갑의 자리를 선망하는 망상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알파걸이 되기를 바라고 알파고가 풍부한 역량의 상징으로 머문다면 알파는 갑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권력의 자리를 돈이 대신하고 돈의 자리를 역량이라는 허깨비가 차지하는 것일 뿐 인민의 노예적 삶은 바뀌지 않고 흘러간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책임자 처벌은커녕 진상 조사조차 착수하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을 친다.

부끄러움과 참회가 차고도 넘치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노예의 삶을 살지 않겠다고 외치는 교육자와 인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노예가 아닌 주인의 삶을 살겠노라 외친다. 100년 전 방방곡곡 목이 터져라 독립만세를 외친 이들처럼 교육독립을 선언한다. 이제 권력도 돈도 교육을 종속할 수 없으며 우리의 삶을 권력과 돈이 침해할 수 없음을 선포한다.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100년 전 나라의 독립을 조선총독부에 청원하자는 자들의 주장을 장터의 인민들이 배척하고 당당하게 길 위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듯이 우리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읍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서 우리는 자유라고 외친다. 이는 역량에 따른 삶의 등급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등급을 부여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누구나 최고로 아름답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다. 우리의 의지대로 교육할 자유가 있다. 또한 우리의 의지대로 배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교육은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독립한다. 

교육독립만세.

교육독립만세.

교육독립만세.     

公約三章     

1. 우리의 선언은 민주주의와 평등, 인권과 정의에 기반한 것이니 교육에 관련한 특정 입장의 주장이 아니며 배타적 감정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1. 우리는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교육독립을 위해 주저함 없이 표명한다.

1. 우리는 우리의 주장과 행동에 있어 합법적이고 광명정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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