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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May 17. 2019

배움여행 4호 마중물

세상을 바꾸는 2%의 비밀

마중물

세상을 바꾸는 2%의 비밀


특정 집단이나 사람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공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현상을 좀 더 깊게 보고, 그 이면을 파악하고, 모순이 발견되면 수술로써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반합 원리에 따라 한층 성장하려는 것이지요. 나도 그대도 말입니다. 이것이 《배움여행》의 자세라고 말씀드립니다.
최근에 토착왜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지요. 이에 대한 자한당의 방어 논리는 ‘일제 강점기 시기에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전 국민의 2%에 불과했다. 나머지 98%가 모두 매국노란 말이냐’는 것입니다. 오히려 시대의 대세에 묻어가는 사람들이 보통이며, 자신들은 보통의 대중을 대변하는 것이라 강변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논리가 어이없는 것이 아니라 타당성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팩트”는 2%가 맞을 수도 있겠지요.(2%가 팩트라고 말할 수 없고 이에 대한 증명도 어렵습니다)
자한당의 논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강렬한 느낌을 얻습니다. 바로 2%가 움직였는데도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는 “팩트” 때문입니다. 《배움여행》 2호에는 100년 전 기미년 3월1일의 상황을 현장중계하는 성격의 글(박래원, 내가 겪은 기미년 3월 1일)을 실었고, 3호에는 1960년 4월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일기글(박명도, 1960년 4월 며칠 간의 일기)을 공개했습니다. 두 글은 40년의 차이가 있고, 4.19학생혁명 이후 60년이 지나 오늘이 있습니다. (4.19와 오늘 사이에 80년 광주가 있습니다. 바로 5월을 맞았습니다. 5월 광주의 원고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애도와 계승의 의지만 말씀드리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3.1 그날이나 4.19 그날이나 오늘의 촛불저항 모두 전체 민중이 함께 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고, 더 많은 일부는 목소리를 높였고, 좀 더 많은 일부는 소극적으로 곁을 지켰습니다. 이들은 전체 국민에 비하면 일부로 언급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는 결국 역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물꼬를 튼 사람은 자기 표현이 분명한 2%입니다. 
더구나 2%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당연하고 건강한 모습입니다. 더 예민하게 스펙트럼을 감지하는 검출기가 있다면 2%는 순식간에 20%로, 50%로, 80%로 확산합니다. 새로 눈이 내려서 거대한 눈사람을 만든 것이 아니라 주먹만 한 눈덩이가 구르고 굴러서 눈사람을 만듭니다. 이미 눈이 내려 벌판은 은빛이니까요. 
《배움여행》은 구르고 구를 주먹눈덩이로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배움여행》 통권 4호는 “모든 과학은 당대의 과학이다” 주제가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그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옳고 내일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옳고 그름의 분간에 매몰되면 삶의 방향을 잃기도 합니다. 그때 옳았고, 오늘 그르다는 것이 밝혀진 맥락을 톺아보는 작업은 우리의 목표를 단단하게 합니다. 그것은 타자를 소외시켰을 때 불편한 마음으로 괴로워하는 자세입니다.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소외’가 갑자기 사라질 수 없지만 그에 대해 외면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공부의 목적이 아닐는지요.


박동섭 - 사상과 이데올로기


독립연구자 박동섭의 두 편의 글을 싣습니다. 그는 ‘사상’과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강조합니다. 이데올로기는 시장 바닥에 뒹구는 주인 없는 말이고, 사상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목소리라고 말합니다. 사상의 층위는 다양할 것입니다. 어린이라도 말에 사상을 담을 수도 있고 이데올로기를 담을 수도 있겠지요. 역사성을 잃은 말은 주인 없는 이데올로기가 됩니다. 그의 글에서 “여기를 파지마라”고 일갈한 하늘의 목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우치다 타츠루 - 망설임의 윤리학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사상가로서 본격적으로 책을 펴낸 첫 작품이 《망설임의 윤리학》(2001)입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우치다 선생 최고 역작입니다. 곧 번역 출간됩니다. 박동섭 선생이 번역에 땀 흘리고 있습니다. 2001년 작품이 거의 20년이 지난 한국과 일본에서 사상으로서 변함없이 인정되는 현실이 마음 아픕니다만, 그러하기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망설임의 윤리학》을 만나야 하겠습니다. 우치다 선생의 한국어판 서문을 먼저 소개합니다.


특집 – 발도르프교육


올해 발도르프학교 창립 100주년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 발도르프학교가 17곳으로 늘었습니다. 발도르프 유치원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발도르프학교는 100년 전 담배공장 노동자 자녀를 위한 공장 내 학교로 설치됐고, 담배공장의 이름이 발도르프(Waldorf)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슈타이너학교는 발도르프학교의 다른 이름입니다. 바로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과 사상을 교육과정의 배경으로 하는 학교입니다. 보통 12년제로 운영합니다. 무엇이 100년 동안 발도르프학교를 성장하게 했는지 소개하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세 편의 글은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나 슈타이너 철학을 안과 밖에서 각각 바라보자는 의미에서 묶었습니다.


Derek Keats - How the Coevolution of Technology and Society will Change Higher Education over the Next Decade


Education 3.0 용어가 세상에 나온 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예전에 ‘교육3.0’이 자주 보였는데, 요즘엔 뜸합니다.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은 <경기혁신교육 3.0>을 꾸준히 밀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과 Education 3.0은 연동되는 용어입니다. 플립러닝 또는 거꾸로교실도 Education 3.0의 자식입니다. 보이지 않아도 우리 교육환경에 Education 3.0은 깊숙이 들어와 활약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Education 3.0이 왜곡돼서 스마트 디바이스 상품 홍보 정도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Education 3.0은 지식의 나눔, 지식의 편중으로 인한 계급 세습의 타파, 제3세계의 교육혁신과 관련된 아이디어이지만 수업의 기술쯤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Education 3.0을 처음으로 사용한 Derek Keats 남아공 University of Witwatersrand 교수(前)의 2007년 강연록을 싣습니다. 강연록 텍스트는 《배움여행》이 최초 공개합니다. Education 3.0의 진정한 의미와 방향성을 알 수 있습니다.


강병철 – 옮긴이의 말 (자폐증의 잃어버린 역사와 신경다양성의 미래)


현장교사들은 정신지체, 정신박약, 발달장애, 자폐, 자폐스펙트럼, 지적장애, ADHD 용어들에 대해 혼란스럽습니다. 특수교사가 아니더라도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이 어떤 용어에 해당하는지, 내가 저 아이에게 어떤 이름표를 붙여야 맞는 것인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스티브 실버만의 《뉴로트라이브;Neuro Tribes》는 이에 대한 답을 주는 역작입니다. 옮긴이 강병철이 쓴 ‘옮긴이의 말’은 《뉴로트라이브》의 핵심을 추린 다이제스트 버전이라 하겠습니다. 강병철 번역자의 허락을 받고 옮긴이의 말을 실었습니다. 정신적 장애에 대한 라벨링 작업이 민주주의 발전과 똑같이 변화했습니다. 최신 정보와 함께 가슴 먹먹한 감동도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변은경 - 마녀일기


변함없이 변은경 선생의 <마녀일기>는 3회 째 연재합니다. 이번호에 마녀 선생이 첫 출근하여 교실에서 도마뱀들을 만나는 현장을 함께 하십시오.


하토야마 유키오 – 동아시아공동체와 우애의 힘


기미년 3.1운동 100주년의 시리즈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의 지난 3월30일 거창 강연을 지상중계합니다. 흔한 일본 정계 거물들처럼 하토야마 전 총리도 정치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자민당 의원이었습니다. 자신의 우애중심 정치철학이 따돌림 당하는 분위기에서 민주당에 합류하고 2009년 총선을 이끌어 승리하면서 93대 총리가 됩니다. 얼마안가 실각하고 현재는 야인 신분이지만 끊임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일본 우익 언론으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지만 하토야마 전 총리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단 동아시아평화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또한 정치적 실권이 없는 상징적 의미의 일본왕(천황)을 감싸는 모습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토야마의 밋밋한 내용을 실은 이유는 거창의 하토야마 초청 자리가 거창 소재 대성고등학교와 거창고등학교 학생과 토의(사실상 질의 응답) 성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 명 고등학생의 질문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미리 준비한 원고임에도 주제를 벗어나는 의례적인 한일 관계에 머물렀습니다. 따라서 중고생의 토의 자료로도 유용한 현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동아시아평화의 중요성은 수만 번을 떠들어도 부족함이 있는 엄중한 주제입니다.


5월 배움여행 –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나요


《배움여행》은 매월 네 째 토요일에 모이는 오프배움여행이 아니라면 성립할 수 없습니다. 5월은 25일 천리포수목원에 모입니다.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대구에서도 많이 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의 천리포수목원은 평생에 한번은 꼭 방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5월에도 박동섭 선생의 강의가 준비됐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빛나는 날을 기원합니다.


                                                                                                       호주 태즈매니아 깊은 산속 오두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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