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하다(2019.4.4)
약속한 9시 정각에 조지는 숙소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3분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더니 미소로 대답한다. 아이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서둘러 나갔다.
"햄버거와 물을 사가지고 다시 올테니 네가 태수를 잘 지켜봐라"
곯아 떨어진 태수는 일어날 기미가 없어서 그냥 나왔다.
조지는 어제 만난 택시 기사. "맥도널드"에 가자고 하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여러번 얘기하고 "햄버거"도 세 번은 얘기하니 그제서야 "막도날드"라고 말하며 이해했다는 표정이다. 여기 사람들은 a 발음은 무조건 "ㅏ"로 발음하나보더라. "어떤 계획이냐"고 묻는 말을 얼른 알아듣지 못했는데, 조지가 plan을 "플란"이라고 발음했기 때문이다.
조지는 아프리카계 이민 2세다. 부모님은 이디오피아 고향으로 돌아가고 여기서 태어나 자란 자신은 타스마니아(태즈매니아)에서 사는 게 좋아서 택시 운전하며 혼자 살고 있단다.
어쨌든 조지는 한나절 택시 영업을 접고 나를 데리고 호바트 시내의 태즈매니아 주 사무소, 보험회사 창구, 쇼핑센터 등을 4시간 동안 데리고 다녔다.
결론은 조지의 기아 리오를 내가 인수하고 열쇠를 받았긴한데 명의이전을 위한 서류가 미비해서 7일 이내에 보완된 서류를 제출한다는 조건이 남았다.
내 비자 상태를 알 수 있는 문서를 제출하라는데, 아이들 재우고 3시간 공부해서 랩톱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겨우 해결할 수 있었다. 다른 한 가지 서류는 주소지를 증명하는 문서를 가져오라는 거다. 처음 생각에 우리처럼 동사무소에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가져오라는 것이겠지 싶었다.
인수한 차를 몰아 40분 떨어진 Snug 의 슈퍼마켓 오 사장님을 찾아갔다. 가는 길 오는 길에 본 호바트 비치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더구나 아주 '써니'였기에 더욱 더.... 이제 여기 사람들은 겨울의 시작이라고 하더니 새벽녁에 한기가 도는 정도다. 오 사장 왈, 여기는 주민등록이나 비슷한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따로 내가 사는 곳을 증명하는 공식 문서는 없다는 것. 전 세계 지문을 찍어 자국민을 관리하는 나라가 한국 밖에 없는 상황이 떠올랐다.
음, 그렇다면..... 호텔로 숙소를 옮기고, 호텔 담당자에게 내 예약상황을 문서로 달라고 해서 제출할 생각이다.
어쨌든 차가 생기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되팔 수 있어서 큰 위안이 된다. 문제는 "어" 하는 사이에 주말로 접어들었다는 것. 여기 사람들은 저녁 7시 이후와 주말에는 대부분 철시하고 일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공서 볼 일은 불가능하고 호스테라피 목장 알아보는 문제도 주말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저녁에 아이들이 피자와 스파게티 타령을 해서 마침 숙소 옆에 있는 이태리클럽 레스토랑에 갔다.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은 시끌벅적이다. 비행기에서 지루하길래 우연히 본 <그린북>에 등장하는 이태리 가족이 떠올랐다. 클럽 레스토랑의 이태리 사람들은 영화의 장면과 아주 흡사하다. 어른, 아이, 아기, 북적거리고 큰 소리로 떠들고......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주문한 파스타를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하나도 먹지 않는 것. 이곳 문을 열고 들어올 때 퀴퀴한 전통 치즈의 꼬랑내가 진동하더니, 피즈가 듬뿍 들어간 이태리 전통 파스타를 못 먹는다. 으이구, 촌놈이 이태리 음식 찾더니..... 나만 배터지게 먹고, 남은 것은 싸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