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카미노데산티아고 열일곱째날
#열일곱째날(2019.11.6)
1.
레온 관광을 하다가 레온 알베르게에서 묵고 내일부터 열심히 걷자고 아이들과 합의했다. 그러나....
레온대성당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중앙광장에 임시 시장이 서서 구경하고 과일도 샀다(딸기, 자두, 무화과)딸기는 무척 비싸고 무화과, 자두(후무사)는 엄청 싸다.
과일을 들고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태호가 노래를 부르는 오징어튀김과 파이 몇 개로 점심을 해결했다. 물론 과일도 클리어~ 오후 1시에 일어나 알베르게에 들어가려고 까미노 표시 노란회살표만 보고 걸었다. 호텔만 있지 알베르게는 나오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며 걷다가 4시간을 걸었다. 레온을 빠져나오고도 시골길을 한참을 걸었다. 작년에 묵었던 노인요양원과 함께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다. 3.5km를 오시면 신설 알베르게가 있다는 팻말을 보고 다시 걸었다. 예감이 안 좋았는데 역시 운영하지 않는다(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다) 쉬지 않고 걸었기 때문에 20km 이상을 훌쩍 넘겼다. 날은 곧 어두워질텐데 비까지 뿌리기 시작한다. 7km를 더 가야 알베르게가 있단다. 아이들은 “7km 더!”에 동요하지 않았다. 그냥 걸어갈 태세다. 2시간은 걸어야만 텐데.... 문제는 곧 어두워진다는 것.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기로 마음 먹었다. 모두 그냥 지나친다. 할 수 없이 걷기로 했다. 그때 맞은편에 승용차가 한 대 서더니 우릴 태워주겠단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유턴을 해서 우릴 태웠다. 가려던 행선지와 반대로 가서 어떡하냐고 했더니 우리가 손 흔드는 걸 보고 지나쳤다가 차를 돌려서 온 것이란다. 자신은 폰페레다를 가는 길이라고.... 폰페레다는 결국 우리가 몇일 후에 지나쳐야 하는 도시다.
그래서 비야당고스에 6시 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를 열 번은 했을 거다. 내리기 직전에 시하가 감사의 표시로 패레로로쉐 초콜릿을 드리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두 개를 꺼내서 고맙다고 건네니 안 받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겨우 운전석 옆에 한 개 두고 내렸다.
“오늘의 친절을 잘 기억해라. 친절은 돈으로 갚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서 갚는 거란다”
2.
레온은 2천 년 전 로마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다. 로마시대 유적이 약간 있고, 레온왕국 때 만든 대성당이 가장 유명하고 가우디의 고딕 양식 작품도 있다.
둘러보면 모두 권위의 상징이다. 크고 웅장한 대리석 조각들이 “눈깔아~” 수준이다. 우리 아이들은(그동안 나를 찾아왔던 아이들은)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성향이다. 이런 역사적 유물은 아이들에게 옛 쓰레기에 불과하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게 아니고 세월이 지나 성인이 돼도 마찬가지다. 세대 차이의 대표적인 내용이다. 거대한 석조건물이 수백 년 전 권위라면 현재 권위는 단연 문자다. 그러니까 책이 현대 문명의 절대 권위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즐기지만 책을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텍스트가 갖는 권위의 폐기를 말한다. 반대로 유투브가 대세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좀 복잡한 얘기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무리 역사 이야기를 하며 유물유적에 대해 설명해도 귀에 닿지가 않는다. 이건 변화를 말하는 거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3.
오늘 만난 외국인은 모두 프랑스 사람이다. 프랑스는 이웃 나라니까 뭐... 우리가 경상도 사는데 전라도 여수 돌산에 여행가는 정도? 주로 은퇴한 부부들이다.
4.
오늘 저녁은 너구리로 당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