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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7. 2023

갈리시아 주의 관문 사리아

2023..5.19(금)

주말이 됐다. 


알지 못하는 사이 또 주말이 왔다.


다음 주말이 되면 우리는 목적지에 있을 것이다.


사리아(Sarría)에 왔기에 이미 갈리시아 주에 들어왔다.


사람들 생김새부터 동쪽 지방 사람들과 다르다. 좀 신기하네.


여기서부터 깔도 가예고(Caldo Gallego)가 있다. 갈리시아 지방의 수프라는 뜻이다. (깔도=수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어제 일기에 아이들 얘기를 패스한 이유가 있다.


작은 아이는 큰아이에게 시비를 걸었고,

작은아이 도발이 반가운 큰아이는 발로 (가볍게; 내가 봤다) 작은아이 무릎을 찼다.

작은아이는 역대급 흥분을 해서 숙소 밖으로 뛰쳐나갔다.

곧바로 따라나갔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숙소는 한 골목 안쪽에 있기에 한길로 나갔더니....

100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아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마을 사리아 메인 도로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나와있었다.

아이가 울면서 전력질주한다.... 뭔가를 울부짖는다.... 본능적으로 위기에 처한 아이라는 걸 안다.... 도와줘야한다고 판단한다.... 아가야 무슨 일이니.... 무엇을 도와줄까.... 아이가 영어로 소리지르듯 말한다....

My Brother Kicks Me~~~

그 와중에도 나는 아이가 동사 <kick>에 3인칭 단수를 나타내는 's'를 붙인 것에 혀를 내둘렀다.

군중 안으로 내가 들어가, 내가 아이의 가디언이라고 말하고 데려가려고 하니까 어디선가, 경찰에 신고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들렸다.

아이를 꽉 안고서 숙소로 돌아왔지만, 작은아이의 울부짖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잠을 재울 때까지 지옥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늦은 밤에 일기를 쓰면서, 맥락 없이 장혜진 <1994년 어느 늦은 밤>이 떠오르며 침잠 또 침잠....

그래서 아이 스토리를 패스한 것이다.


일기를 쓰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k
우리 산티아고 도착해서 파리로 어떻게 가지? 

급하게 앱으로 파리가는 항공권을 끊었다. 항공기 말고 대안이 없다. 2시간이면 산티아고콤포스텔라에서 파리로 날아간다.



오늘 작은아이 부모님이 도착해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사리아 시그니처 <호텔 로마>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특히)가격 합리적이고 음식맛 좋고, 메뉴 구성도 고급스럽다.


1930년에 시작한 호텔이라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이용하도록 했을텐데 싶다.  직원들의 친절이 맘에 든다. 아, 한글로 설명이 완벽한 메뉴판도 있다.


까미노를 짧게 걷고 싶은 사람들은 사리아부터 걷는다. 5일을 열심히 걸으면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때문. 사리아 역에 전 세계 걷기 관광객이 모인다.


사리아부터 동쪽 지역과 전혀 다른 기후와 자연환경이다. 좀더 습하고 토양은 진흙 성분이 많으며, 집을 지을 때 주로 사용하는 석재도 다르다. 포르투갈처럼 주황색 기와를 쓴다. 뭐 갈리시아 왕국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찢어진 역사이다보니 당연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와 지리의 공부거리가 잔뜩 널렸지만 의미가 없다는 게 아쉽다. 


여길 오지 않고 그냥 한국에서 생활한 것과 스페인 걷기를 한 결과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해야 한다는 강박도 좀 있다.


하지만 <교육의 과정>(교육과정이 아니고)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모두 가짜다.


진짜는 보이지 않으며, 느낄 수 없게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퍼포먼스는 교육의 명찰을 달 수 있으며, <시간>이 선생이다.


사람은 사람의 선생이 될 수 없다.(개의 선생은 될 수 있다) 


내일부터 남들보다 일찍 움직이고 일찍 멈추자고 말했다.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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