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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7. 2023

개인은 있지만 개성은 없다

2023.5.20(토)

사리아에서 걷기 시작한 사람들이 (예상한대로)매우 많다. 지금까지 까미노 분위기가 아니다. 스페인 현지인들이 많고, 유독 독일인들이 눈에 띈다.


우리가 제주 올레길 걷기를 큰맘 먹고 다녀오는 것과 같이 유럽인들은 스페인 까미노 걷기를 버킷리스트에 쓰나보더라.


사리아에서 출발한 사람들 대부분이 포르트마린까지 22km를 걷는다.


우리는 일부러 13km만 걷고 페레이로스(Ferreiros)의 알베르게에 1시에 들어왔다. 역시 알베르게가 여유가 있다. 매우 깔끔한 알베르게가 13유로/1인당


작은아이, 큰아이, 작은아이 부모 모두 상쾌 유쾌한 걷기 여행이다. 날씨도 열일했고.

작은아이가 엄마아빠와 함께 걸으면서 큰아이 행복감이 커졌다. 나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근대 이후 개인이 탄생했지만, 이제 개인은 분명한 존재 단위가 되었다. (그래 인정한다)


하지만 개인의 개성(ID; Identity)이 고정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제 입이 아프다.


사회/역사/문화가 배경으로 자리하고(즉 시간의 축적이 배경으로 존재하고) 상대의 존재, 당일 분위기, 날씨, 장단기 미션이 뒤엉켜 개성으로 작용할 뿐이다.


기대를 가지고 스페인으로 날아온 부모를 만난 작은아이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작은아이가 엄마에게 묻고, 엄마가 대답했다.


“내가 잘못하면 나를 버릴 건가요?”(물론 퍼포먼스 성격의 선제적 질문이다)


“절대 그럴리 없지. 난 너를 끝까지 사랑하다  죽겠다고 늘 다짐한단다. 언제나 너는 내 곁에 있고, 나도 늘 네 곁에 있지”(엄마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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