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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7. 2023

4년만의 궁금증 해결

2023.5.22(월)

묵은 숙제를 해결했다.


Palas de Rei 마을 진입로는 좀 긴 내리막이다. 까미노 오른편에 대략 20미터 간격으로 사진과 같은 철제 구조물이 서있다.

람파라-조명이라는 뜻이다. 야간에 걷는 사람을 위해 길만 비추는 불이 들어온다

4년 전에 이 구조물이 무엇일까 알아봤지만 실패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철제 사각기둥 아래는 비스듬히 거울이 안쪽으로 붙어있다. 오염되기는 했으나 분명 거울이라, 거울의 기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조물의 효용을 이리저리 궁리해도 알 수 없었다. 


‘혹시 이런 거 아닐까’하며 상상이 돼야하는데,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오늘 알았다.


이름은 lámpara…. 검색하니 <램프> 즉 조명이란다. 허탈하다.


보이지 않는 구조물 상단 안쪽에 전구가 있고, 밤에 불이 들어온다고… 거울은 전구 불빛을 반사해서 도로를 밝혀주는 것이다.


밤에 까미노를 걷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불빛이 도로 쪽으로만 향하고 다른 곳은 비추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주변 식물에 대한 배려다.


조명이라는 한마디에 기능과 작동원리를 금방 이해한다. 세상사 이해가 대부분 그렇다.


작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알 수 없음>이고 <이해불가>고 <나와 상관없음>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방아쇠(trigger)가 필요하다. 미세한 격발이 커다란 브레인 폭발로 이어진다. 


방아쇠 작용이 사람마다 다르고, 방아쇠 격발이 다음 스텝 작동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땐 어떡하냐고 묻고, 물음에 해답을 찾겠다고 평생을 보냈다.


방아쇠를 당겼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총 쏘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총알의 목표는 과녁이다. 


우리는 삶이 과녁 명중에 있다고 세뇌됐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과녁을 만든이의 주장일 뿐이다. 


우리는 과녁 없이도, 총알 없이도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 아니 과녁과 총알이 없어야 삶은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묵묵히 걸었고, 팔라스데레이에서 묵는다. 시가지 번화가에 68km남았다는 표지석이 있다.

팔라스데레이는 수백 개의 다양한 숙소가 있다. 마을 입구에 순례꾼에게 숙소를 배정하는 봉사요원이 있다. 
큰아이/작은아이/작은아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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