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4(수)
작은아이 가족은 산티아고 성당까지 40.949km 남았다는 표지석 뒷편에 타임캡슐을 묻었다.
(나는 참석하지 못했고, 사진만 톡으로 전달받았다)
과자 포장용 철제 상자 안에 까미노를 걸으며 지니고 다닌 물건 중 기념이 될 만한 것들과 아빠 엄마 작은아이가 쓴 편지가 들어갔다. 나도 간단한 편지를 썼다. 내용은 흔한 덕담 정도….
참으로 엄지척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아이 아빠의 제안일텐데, 생각할수록 훌륭한 아이디어다.
10년이든 20년이든 세월이 꽤 흘러 열어보면 감동이 몰려올거다. 말 그대로 타임을 묻었다가 되살리는 것이라 삶의 흐름에 포인트를 찍어두는 효과라 할까….
긴 커튼에 커튼걸이용 핀을 꽂는 것이 아닐까. 촘촘히 꽂아야 커튼이 늘어지지 않고 레일에 잘 걸리고, 열거나 닫을 때 부드럽게 움직인다.
반대로 성글게 핀을 꽂으면 누구나 다 아는 어려움을 겪는다.
오늘 타임캡슐 매립 이벤트는 효과적인 커튼핀 역할을 할 거다.
큰아이가 일기 쓰는데 줄곧 옵저버로 옆에서 지켜본다.
자기가 점심 식탁에서 한 말을 일기에 남기라는 부탁이다.
“박샘과 서샘은 부부잖아. 두 분을 강아지로 표현하면 불독과 아프간하운드가 결혼한 거야. 어때요. 딱 맞는 표현이지!”
아프간하운드가 생소하니, 구글에서 이미질 찾아 보여준다. 개의 외모에 귀티가 줄줄 흐른다.
우리 부부는 한순간 개로 변했지만,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사람의 일생에서는 불가능한 귀족을 개가 돼서 체험한 느낌^^
원래 국민학교 때 내 별명이 <부루도그>였으니 삶이 초지일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