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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7. 2023

타임캡슐

2023.5.24(수)

작은아이 가족은 산티아고 성당까지 40.949km 남았다는 표지석 뒷편에 타임캡슐을 묻었다.


(나는 참석하지 못했고, 사진만 톡으로 전달받았다)


과자 포장용 철제 상자 안에 까미노를 걸으며 지니고 다닌 물건 중 기념이 될 만한 것들과 아빠 엄마 작은아이가 쓴 편지가 들어갔다. 나도 간단한 편지를 썼다. 내용은 흔한 덕담 정도….


참으로 엄지척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아이 아빠의 제안일텐데, 생각할수록 훌륭한 아이디어다.


10년이든 20년이든 세월이 꽤 흘러 열어보면 감동이 몰려올거다. 말 그대로 타임을 묻었다가 되살리는 것이라 삶의 흐름에 포인트를 찍어두는 효과라 할까….


긴 커튼에 커튼걸이용 핀을 꽂는 것이 아닐까. 촘촘히 꽂아야 커튼이 늘어지지 않고 레일에 잘 걸리고, 열거나 닫을 때 부드럽게 움직인다. 


반대로 성글게 핀을 꽂으면 누구나 다 아는 어려움을 겪는다.


오늘 타임캡슐 매립 이벤트는 효과적인 커튼핀 역할을 할 거다.

여기 표지석 뒤에 타임캡슐을 묻었다. 언제 다시 와서 열어볼 것인가


큰아이가 일기 쓰는데 줄곧 옵저버로 옆에서 지켜본다. 


자기가 점심 식탁에서 한 말을 일기에 남기라는 부탁이다.


“박샘과 서샘은 부부잖아. 두 분을 강아지로 표현하면 불독과 아프간하운드가 결혼한 거야. 어때요. 딱 맞는 표현이지!”

아프간하운드가 생소하니, 구글에서 이미질 찾아 보여준다. 개의 외모에 귀티가 줄줄 흐른다.


우리 부부는 한순간 개로 변했지만,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사람의 일생에서는 불가능한 귀족을 개가 돼서 체험한 느낌^^


원래 국민학교 때 내 별명이 <부루도그>였으니 삶이 초지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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