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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Aug 01. 2017

<스포트라이트>

영화에서 얻은 영감

  아이들과 기숙을 진행하고 금요일에 집에 들어오면 모르고 있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너무 피곤하면 잠이 오지 않지요. 불면으로 피곤한 몸에 불편함을 떡칠하면 소중한 주말과 휴일의 리듬도 엉망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조조로 <스포트라이트>를 봤습니다. 영화를 전공하는 딸의 추천이 있었습니다. 이게 저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입니다.

  신부(神父)들의 성적 스캔들을 추적한 연구자는 미국 전체 신부의 6%을 아동 성추행 전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의 특별팀 스포트라이트 소속 기자와 편집자는 보스턴 전체 신부 1500명에 대한 6% 90명가량이 아동 성추행 전력이 있다는 추정에 경악합니다. 처음에 13명이라는 제보로 시작한 뉴스 탐사가 결국 87명의 아동 성추행 신부를 밝혀내고, 추기경도 알고 있었으면서 교회권력과 로비, 뒷거래를 통해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도 폭로합니다.
  흔한 상업영화의 트렌드와 전혀 다르게 캐스팅 배우들의 과도한 갈등 없이 명대사가 줄줄이 나옵니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그나마 최소한 건강성을 유지하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부러운 점입니다.
  영화는 자막으로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범죄가 전 세계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줍니다. 당사자와 스캔들을 알고 있는 관련자들이 광범위한 범죄가 어떻게 은폐될 수 있었는지 말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것입니다. 여기서 강렬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오는 토요일(3월 19일)에 100여 명의 아빠 학부모 앞에서 강의하기로 예정돼있어서 주제에 대해 예민해 있기 때문에 영화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최근 젊은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학대(살해를 포함한)가 뉴스가 됩니다. 이런 뉴스는 매우 드물고 논란의 여지없이 비난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뉴스에 나오지 않는 자녀학대가 매우 광범위합니다. 학대받는 아이가 자신의 학대를 인지하지 못하고, 학대 부모도 자신의 범죄에 대해 범죄라고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도 은퇴한 늙은 신부가 과거 자신의 아동 성추행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증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좀 만지기는 했는데 즐긴 건 아닙니다. 강간하지 않았다고요."


  30년 동안 신부들의 성추행을 연구한 사람은 성추행 신부들의 정신발달 연령이 12세 정도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옆집 부모와 아이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서 상상만 가능할 뿐입니다. 따라서 자기 집에서 일어나는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모습이나 소통의 내용과 수준이 비교될 일반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특히 고학력 전문직 부모(주로 아빠)가 소신에 의해 당당하게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언행이 자식을 위한 순결하고 숭고한 결정이라고 믿는 겁니다. 당연히 아이의 신음은 무시됩니다. 부모의 태도는 자신의 어린 시절 성장환경을 반영합니다. 

  비교할 옆집도 없고 충고해주는 어른도 없습니다. 부모로서 후회되는 행동을 부모 스스로 인지했어도 외부로 노출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스스로 고백 할리도 없고 밖으로 드러낼 내부고발자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통받는 아이들은 거의 문제아로 포장될 뿐이고요. 10년을 한 자리에 살아도 앞집 식구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내 아이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의 청소년으로 자랍니다. 동네가 사라진 회색 도시의 모습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어린이 청소년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부모와 상담한 덕에 남의 집 자녀교육에 대해 민낯을 볼 수 있었기에 많은 사정을 알게 됐습니다. 충분히 영화 <스포트라이트>처럼 고발돼야 할 일들입니다. 처벌을 위한 고발이 아니라 최소한 자녀교육에 대한 킨제이 보고서라도 만들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몰라도 너무 몰라서 말입니다.
  과연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정신발달 연령은 얼마나 될까요. 응팔(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 아빠(성동일 분)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내가 아빠를 처음 해봐서 잘 몰랐어." (201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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