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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Aug 03. 2017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학교의 지필시험은 폐지돼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편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기숙을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냥 보면 재미없을 듯해서 주제를 통일해서 보고 있는데, 경험상 “타임 슬립(time slip)” 영화들이 재밌고 사후 대화에 유리합니다. 시간여행이나 시간이 뒤죽박죽 진행하는 영화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에지 오브 투모로우> <소스코드> <이프 온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 <백 투 더 퓨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등입니다. 한국영화에서는 최근 <시그널> 같은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지만 본격적인 타임 슬립 영화는 <열한 시>가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제는 <어바웃 타임>을 봤습니다. 좀 깁니다. 내용도 허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재밌습니다. 어른들에게는 그런데 아이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긴 시간 졸지 않고 집중해서 보더군요.
  영화에서 주인공은 다시 되돌리고 싶은 일이 생기면 원하는 장소와 시간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 보고 나서 물었습니다.
  “너희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니?”
  먼저 초등 6학년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1학년 때 받아쓰기 0점 맞았을 때로 가고 싶습니다.”


  그때로 돌아가서 100점을 받고 싶다고 말합니다. 절실한 표정입니다.
  다음으로 중학생 친구가 말했습니다.
  “5학년 때 야동 보고 다음 날 시험 망쳤을 때요.”
  이 친구는 자못 진지하게 첫 야동의 경험을 지우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 친구는 야동의 잔상이 시험을 망치게 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후로 주욱 높은 시험 성적을 받고 싶다고....
  2학년 막내는 논지 파악이 잘 안 돼서 대신 말해줬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초등학교를 지지학교에서 다니고 있어요.”

  네가 커서 선생님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면 좋겠구나 하고 덧붙였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같은 질문에 대답한다고 해도 마찬가지 말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과거에도 아이들과 많이 나누었던 얘기입니다.
  딱 한번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주저 없이 낮은 시험 점수를 받은 과거로 돌아갑니다. 다시 시험을 보고 높은 점수를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은 아마도 전장에서 돌아온 전투병이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으로 괴로워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지금 학교에서 실시하는 페이퍼 시험은 바로 폐지해야 합니다. 일단 중간 형태로 자유학기제가 시행 중인 것이 페이퍼 시험의 폐지 정당성을 말해줍니다. 자유학기에는 지필시험을 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교통사고 두려우니 자동차를 폐기하자는 것과 다릅니다. 자동차가 없어지면 이동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학교 페이퍼 시험이 폐지된다고 교육효과 감소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험이 공부 동기를 제공한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단순 페이퍼 시험을 없애는 것이 옳습니다. 정당한 평가는 더 나은 수업내용을 구성하려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지 학생을 서열로 줄 세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어른(교사와 부모)들이 아이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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