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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Aug 03. 2017

교육과정 없는 교육과정

교육과정은 누구를 위해 있나

  능동 어린이대공원 안에 「상상나라」가 있습니다. 경기도 어린이박물관도 비슷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상상나라가 판정승....
  4천 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여러 코너와 플레이룸에서 체험하고 놀 수 있는 시설입니다.
출입구로 들어가면 볼 샤워장이 있습니다. 볼풀용 비닐공을 머리 위 바구니로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바구니가 열리면서 수백 개 공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바구니가 열리기 직전 경광등이 소리를 내고 불이 번쩍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며 달려가 볼 샤워를 합니다. 
  이 행위를 3시간 넘도록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제가 데리고 온 아이 2명. 9살이고요. 볼을 공중에 떠있는 아크릴 투명 바구니 안에 넣는 방법이 4가지가 있습니다. 기구가 4가지 배치돼있다는 겁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이에 비해 행동발달이 조금 다른 경우입니다. 물론 발달장애가 전혀 아니며 이 아이들을 걱정할 일도 아닙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는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3시간 넘게 단순 작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주 집중적으로. 코너에는 "5살 이상 시설"이라고 쓰여있습니다.
  120년 전 마리아 몬테소리가 4세 아이의 반복적 행위를 기록한 것이 있습니다. 손을 씻는 행위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인데, 4세 여아가 세면대에서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 걸 묘사했습니다. 비누칠을 하고 헹구고, 다시 비누칠을 하고 헹구는 일을 30분 반복합니다. 

그리고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세면대를 떠났다.


  몬테소리는 이렇게 적고, 아마도 반복적 행위가 아이에게 만족을 주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추가합니다.
  만약에 한국의 유아교육기관에서 30분 동안 손을 씻는 아이가 있다면 허용하겠는가 말입니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벽증 운운할 것입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별 영양가 없다고 평가된 행위의 반복이 불가능한 나라에서 삽니다. 늘 시간표가 고정된 프로그램과 매뉴얼이 아이들을 컨트롤합니다. 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절대적입니다. 따라서 질리도록 반복하는 행위를 못하고 큽니다. 당연히 주체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경험이 없습니다. 어른이 주는 수동적 기쁨은 기껏해야 '소유'의 경험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게 배려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어난 원인이라고 봅니다. 어릴수록-유아와 초등교육에서는- 교육과정의 해체가 필수입니다. 교육과정 없는 교육과정이 가능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에게도 해당되는 과정입니다. 

주체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은 스스로 반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20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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