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저력_벨로라도 (2019.10.25)
1.
8시간을 걸었으니 어제보다는 1시간 덜 걸었는데 거리는 더 많이 걸었다. 출발 시간도 전날보다 30분 늦었다. 아침으로 컵라면 먹다가 쫓겨났다. 8시에는 알베르게를 떠나야하는 룰이다.(컵라면은 겨우 다 먹었다) 동네 벤치에서 도너스 마저 먹고 8시30분에 산토 도밍고를 출발해서 6시간이 지나 작은 마을 비로리아에 도착해서 묵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알베르게 겉모습을 보더니 더 걷겠다는 거다. 벽돌 없이 왕자갈돌과 진흙으로 벽을 만든 건물은 오래돼서 건축 방법이 겉으로 드러나 있다. 둘다 흔쾌히 더 걸을 수 있다고 하길래 다음 마을에서 머물 생각으로 다시 걸었다. 길 위에 걷는 이는 우리 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 속도가 워낙 느려서 아침에 같이 출발한 사람들은 다 가버린 거다. 아이들이 느린 이유는 보폭이나 속도에 있지 않고 만나는 모든 자연환경을 관찰하거나 둘이 수다떨면서 창작 시나리오를 쓰기 때문이다. 바라던 바다.
문제는 한 시간 반을 열심히 걸어 도착한 다음 마을인 비야마요르의 유일한 알베르게가 영업을 하지 않는 것.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마을에서 잠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알베르게나 호스텔은 5km를 더 가야하는 상황. 내가 지쳤다. 어제 9시간 배낭을 매고 있었던 게 힘들었는가 보다. 우리 아이들 속도로 5km는 1시간 반이 걸릴텐데, 억지로 간다면 다음날 큰 지장을 줄 거라 판단했다. 태호가 “5km? 걷죠 뭐”하는데, 시하가 아무 의견이 없다. 시하도 지칠대로 지친 것. 약간 고민하다가 택시를 불렀다. 이런 상황이 종종 있는지 담벼락에 24시간 콜택시 전화번호가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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