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여섯째날

왜 걷기만 하는데 지루하지 않을까_비야프란카 (2019.10.26)

by 박달나무

1.


스페인에서 걷다보니까 스페인 독감이 떠올랐다. 오늘의 공부 소재로 적절하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전할 말을 생각으로 정리하며 출발했다. 어제와 비슷한 시각인 8시30분에 걷기 시작해서 쉬엄쉬엄 걷다보니 1시 반이 됐고, 몸이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도 걷는 게 영 시원찮다. 오늘은 이만 걷기로 했다. 그동안 오버페이스이기도 했고, 먹는 것도 부실한 편이라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부르고스에 내일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하루 더 늦춘다고 문제될 건 없다.

IMG_6399.JPEG 벨로라도 알베르게 벤치 의자에 한국어 문구가 있다

2.


어제 우리는 <리오하> 주에서 <까스띠야 y 레온> 주로 들어왔다.(y는 영어의 and) 확실히 생산농산물이 다르다. 리오하는 끝없는 포도밭이었지만 주 경계를 넘으니 (역시 끝없는) 옥수수와 감자밭이다. 까스티야는 중세 때 이베리아 반도(지금의 스페인 전체)에서 가장 큰 왕조의 이름이다. 현재 스페인어가 까스티야어이다. 스페인 안에서도 바스크어, 카탈루냐어, 갈리시아어가 있고, 그리고 포르투갈어도 같은 뿌리라 서로 알아듣는다. (포르투갈에서 “땡큐”는 “오브리가도”인데 일부 일본어 “아리가도”의 어원으로 보는 썰이 있지만 전혀 팩트가 아니다)


영어의 hello, 스페인어 hola, 독일어 halo가 서로 연관됐다는 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동북아 3국, 한국/중국/일본의 말이 전혀 다르다는 건 연구 대상이다.


어쨌든 우리는 스페인의 중부 지역으로 들어왔고 이제 산티아고까지 540km를 남기고 있다. 내가 짐작을 잘못해서 750km 걷기라고 했는데 우리는 실제 600km를 걷는 게 맞다. (로그로뇨에서 산티아고까지)


3.


스페인에서 마음 한켠이 불편한 건 한국의 정치 상황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왜 국정원을 해체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자신을 죽여서 현해탄에 던져버리려던 청부살인조직이 국정원(중앙정보부)인데..... 나 같으면 집권하자마자 싹 걷어냈을텐데 생각했었다. 노무현 정부도 국정원을 전혀 어쩌지 못했다. 윤석열이 집행하는 영수증 필요없는 특수활동비가 280억 원이지만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연간 4천 억 이상이다.


결국 몇일 전 김종민 의원이 국감장에서 “과거 검찰은 국정원이 관리했다” 발언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어찌됐건 세월호로 국정원이 위축되니까 검찰은 더 눈치볼 권력이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앞에 나설 수 없는 국정원을 대신해서 검찰이 국정원 아바타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전자든 후자든 결과적으론 같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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