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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곱째날

경쟁하면 다 죽을 뿐이다_아따푸에르카 (2019.10.27)

by 박달나무

1.


유럽의 썸머타임이 종료됐다. 새벽에 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다. 아이들은 어제 적게 걷고, 잘 먹고, 썸머타임의 종료로 한 시간 더 잤다. 매일 여행기록을 남기는 일은 중독성이 있다. 당장은 소수의 사람들만 읽겠지만 내가 죽고 난 이후에도 남을 것이기에 소중한 기록이라고 생각하니까 소홀히 할 수 없더라. 그래서인지 개요 없이 써내려가도 술술 잘 풀린다. 다만 자판이 없어 스맛폰에 엄지로만 쓰다보니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결핍이 기록을 잘 남기게 한다. 절실함이랄까....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면 여행기를 남기지 못할 것이다. 글을 쓸 시간은 일부러 짜내야 할 형편이다. 주로 자정 넘어 새벽 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어제는 더 길게 쓰고 싶었다. 할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어졌다. 마무리 하지 않으면 밤을 새야 하는 형편이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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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들은 걷는 속도가 붙었고 쉬지 않고 계속 잘 걷는다. 7시간을 길에 있었고, 모든 길이 숲길이다. 처음 30분 정도 오르막이었고 이후 내리막이거나 평지라서 편안하고 자동차를 만나지 않기 때문에 쾌적했다. 독일 청년과 잠시 스치기도 했고, 이태리 아저씨, 프랑스 중년 부부, 부르고스에 사는 현지인, 브라질 중년여성 등 다양한 외국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숙소에 들어가면 단연 한국인 순례꾼이 가장 많다. 알베르게 주인도 좀 놀라는 눈치다. ‘왜 한국인 손님이 이렇게 많을까’ 생각하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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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틱낫한 스님이 걷는 동안 자신의 발끝 움직임에 집중해보라는 조언이 생각나서 나도 따라해봤다. 왼발 오른발 운동화 코가 번갈아 앞으로 나왔다 뒤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않는다. 내 경우 마치 책상에서 노트북을 펼친 것처럼 생각으로 집필하며 걷는데, 발끝에 집중하면 모든 생각이 차단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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