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부담이 될 때도 있다_부르고스 (2019.10.28)
1.
어제 졸려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나 이어가야겠다.
아타푸에르카는 11세기에 나바라 왕국(지금의 바스크 지역) 쳐들어와서 전투를 벌인 무대다. 아타푸에르카 직전 아헤스(Ages)에 나바라 왕국 가르시아 왕의 무덤 유적이 있다. 11세기는 천년 왕국 나바라의 최전성기였다. 카스티야 왕국의 드넓은 평야를 원했지만 왕이 적진에서 죽는 결과를 낳았다. 승패와 관계 없이 아타푸에르카는 역사 이벤트로 매년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를 벌인다고 한다.
알베르게 건너 편 건물 벽에 당시 전투 장면이 벽화로 그려져있다. 말을 탄 기병이 눈을 부릅뜨고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내달리는 그림이다. 시하가 그림을 보더니 물었다.
“선생님, 저 그림은 런던으로 쳐들어가는 장면인가요?”
처음에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런던?
그림 속 기병은 런던 버킹엄궁 수문장이 쓸 법한 원통 모양의 검은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를 보고 런던을 상상한 것이다. 런던을 생각하니 런던으로 쳐들어가는 전투로 이어진 것이고.... 추론이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배경지식을 최대한 동원한 놀라운 질문이다. 제자의 기특한 질문에 정성껏 대답하는 건 선생의 의무인지라~^^
“모자가 국적불명, 시대불명인데 천년 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전투 장면이야. 런던은 알다시피 영국의 제일 큰 도시니까 관련 없어. 아마도 옛날 군인 모자에 대한 고증이 있었나보지. 천년 전에 스페인은 없어.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없었다는 거지. 대신 지금 스페인 땅은 여러 나라가 차지하고 있었지. 프랑스, 독일, 이태리 이런 나라들도 200년 전만 해도 지금의 나라 이름은 아니었지.”
“네~ 그런데 군인이 들고 있는 칼 끝이 왜 휘어져있나요?”
“알라딘 영화에 나오는 군인들의 칼하고 비슷하지 않니? 페르시아의 전통 칼은 반달처럼 휘어있지. 그런 칼을 ‘삼쉬르’라고 해. 사자의 꼬리라는 뜻이야. 영어로는 흔히 시미터라고 불러. 그리고 사브레(sabre)의 원조인 거지. 영어에서 세이버(saber)라고 부르는. 보통 스워드(sword)는 직검을 말해. 삼쉬르는 곡도의 대표적인 이름이지. 더 복잡한 분류가 있지만 반달처럼 휘어진 칼이 곡도고, 페르시아의 삼쉬르가 원조라고 알면 된다.”
“직검은 뭐고 곡도는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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