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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Aug 04. 2017

2016 교실이데아

민영화된 공교육의 마지막 임무

  매우 중요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먼저 2016년 현재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재적 33명. 다른 학교보다 좀 많은 편입니다.
이 중 명백히 걱정이 되는 4명의 아이가 있습니다.(A, B, C, D)

A(남) : 1학기부터 화장실 바닥에 오줌을 누었다. 사리분별이 있고 눈치가 빠른 아이다. 소변기에 누는 걸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바닥에 오줌을 ‘깔긴다’. 청소요원의 보고로 늘 바닥에 소변이 뿌려진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A가 그랬다는 걸 알았다. 목격자가 선생님께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보는 사람이 없었을 때만 바닥에 오줌을 누었다. 선생님이 자신이 그랬다는 걸 알게 되자 훨씬 퇴행적 모습을 보인다.(심한 거짓말, 과도한 엄살)

B(남) : 1학기부터 드러내 놓고 성기를 만진다. 마치 청소년들의 자위행위와 같다. 주변 아이들이 계속 목격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결국 반 아이들은 “변태”라고 놀리고, 지린내, 똥냄새가 난다고 가까이하지 않는다. 엄마가 소아정신과를 데려갔지만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

C(여) : 2학기 들어서 발견했다. 유치원 때도 있었던 현상이라는데 1학기 때는 그렇지 않았다. 책상 꼭짓점에 치골 부위를 붙이고 확연히 의도적으로 비벼댄다. 점점 횟수가 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이 인지하고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조짐이 보인다. 문제는 엄마가 여러 번 주의를 주고 주변 아이들이 경계를 하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

D(여) : 학교에서 생활하는 대부분 시간에 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는 듯 표정과 행동을 한다. 눈물을 흘리는 일은 드물다. 엄마는 아이가 너무 우울해하는데 학교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담임에게 물을 지경이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고 수업과정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이 학교는 소속 교육지원청 학교 중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고 경제적 수준이 고르고 전문직, 정규직 부모가 대부분입니다. 맞벌이가 더 많지만 외벌이라도 안정적인 생활수준을 보입니다.

  위 네 명의 아이 말고도 절반의 아이들은 인물화 그리기에서 지나치게 치우치고(위치) 작게(크기) 그립니다. 서너 명의 남자아이들은 손과 발이 생략되고 머리카락을 그리지 않습니다. 인물화 간편 검사의 효능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지만 신체의 일부 중 손과 발을 생략하는 아이는 좀 더 의도적이고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100% 유치원과 정규 어린이집에서 2~3년 동안 유아교육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저로서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주장)합니다.

  33명 중 4명에 대해 서술했습니다. 12%입니다. 그냥 10%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이 도시 지역 초등학교 교실의 최저치입니다. 10% 아이들은 상당한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문제아는 없다”라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걱정거리입니다. 100명이라면 10명이고 천 명이면 100명입니다. 매년 서울에서만 2만 명의 중고생이 학교를 중도에 떠나고 있는 사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6~7만 명이 매년 중도에 공교육을 떠납니다.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국가에서 조사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10%가 아닌 40~50% 지역도 있습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정상적 진행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유감천만이지만 주로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 나타납니다. 이 아이들이 국영수를 공부하고 어느 정도 학업성취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20살이 되었다고 상상해봅시다. 30이라면, 40살이 되면 어떨까요.

  위에 서술한 네 아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소통이 안 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기대와 의견에서 벗어나 있다는 말입니다. 지능과 신체 발달에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소통의 문제는 쌍방의 문제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쌍방의 한 축은 거의 부모를 말합니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가족이고, 아주 약간 교실에서 만나는 교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 주변 동료가 중요한 한 축이 됩니다. 하지만 그 뿌리는 부모에게 있습니다. 부모가 소통이 어려운, 즉 타인의 기대와 의견을 개의치 않는 캐릭터라고 봅니다.

  이러면 얘기가 결국 부모와 부모를 둘러싼 사회의 문제로 원인을 돌리게 되고 세상이 타락해서 생긴 아이들의 문제를 학교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식으로 흘렀습니다. 그러면 이런 논리는 무한 루틴이 되고 공교육의 허무주의로 빠집니다. 교직경력이 많을수록 그렇습니다.

  공교육을 수행하는 교육청(행정)과 학교(하드웨어)와 교사(수행주체)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동안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치료/치유하는 과정과 예방차원의 환경 구성에 고민을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학교 밖에 있어서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았을 뿐입니다. 이제 더 적극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핸들링해서 학생의 주변 환경에 개입해야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 학교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학교가 새로운 지식을 전수하고 평가를 통해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을 보수적 관점에서 받아들인다 해도 그 기능을 이미 잃었습니다. 학교가 하루아침에 없어진다고 해도(학교를 중도에 떠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학교가 갑자기 사라진 것) 지식 전수와 평가 선발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즉 공교육이 사실상 민영화된 것입니다. 

국방예산(39조) 보다 많은 교육예산(53조)을 5천만 전 국민에게 나누어주면 일인당 106만 원씩 나눠줄 수 있으니, 그 돈으로 각 가정에서 자녀교육을 알아서 하는 게 더 낫다는 조롱이 현실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교육행정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드러난 환부이기에 병인(病因)으로 바로 접근하는 입구라 할 것입니다. 행정력이 학부모에게 미쳐야 합니다. 학운위의 실질적 개선과 학부모의 직접 자치를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합니다. 학부모교육이 매우 직접적이고 의무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부모교육에 있어 반드시 민간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TF를 이루어야 합니다.

  학교 예산으로 학습준비물만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정의 생활비와 일자리도 교육행정의 범위 안에 들여야 합니다. 공교육 하드웨어를 이용해서 야간 학부모 학교를 운영해야 합니다. 부모의 학교 행사 참여를 위해 유급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단기/중기/장기 그룹홈에 대한 지원도 교육행정이 책임져야 합니다. 교육행정기관이 일반행정기관과 통합하는 방안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통합해서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 경우 시너지가 훨씬 극대화될 것이라 판단합니다.

  공교육은 중요합니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절대 안 됩니다. 10년 후, 20년 후 우리 사회의 밑그림은 학교에서 마련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학교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이 많이 아픕니다. 기준을 좀 더 크게 잡으면 과반수의 학생들이 아픕니다. 그런데 그 뒤에 있는 어른들도 아픕니다. 교육행정과 교사들이 학부모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 어두운 미래를 바꿀 재간이 없습니다.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온 힘을 짜서 호소합니다. (201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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