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알게된 빠예야의 매력_비야르멘테로 (2019.11.1)
1.
페북을 뒤져보니 작년 5월에 같은 마을(보아디야) 다른 알베르게에서 묵고 까리온까지 24km 걸었더라. 작년 카미노 걷기 중 최대 거리를 걸은 것. 오늘도 중간에 끊기 애매해서 까리온까지 걸으려고 했지만 소나기를 만나는 바람에 의욕이 꺾였다. 판초를 뒤집어 썼지만 바지와 운동화는 대책 없이 젖는다. 판초를 쓴 채로 걷기는 더욱 속도를 떨어뜨려 작은 마을(레벤가)에 들어서 알베르게 찾으니 이 마을엔 알베르게가 없단다. 30분을 더 가서 비야르멘테로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에 무조건 들어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소박한 알베르게는 당나귀, 닭, 양을 키우는 농장을 끼고 있다. 할머니는 도대체 한국사람이 왜 이렇게 까미노에 많은 거냐고 신기하다며 웃는다. 할아버지는 알베르게 등록을 마치고 주섬주섬 장작을 주어와서 벽난로에 불을 지폈다. 적당히 지저분하고 적당히 정돈된 부엌 및 로비에 빛바랜 천카바의 빈티지 소파가 편안하다. 여기라면 한 달은 머물면서 읽고 쓰고 하고 싶다. 아이들도 농장의 동물 때문에 좋아한다. 3시도 안 된 시간에 들어와서 우리 셋 만 있다. 나중에 잉글랜드에서 왔다는 여성 한 명, 라트비아에서 온 청년 한 명이 하루 식구가 됐다.
2.
보아디야에서 프로미스타까지 걷는 길은 운하와 함께 한다. 이름하여 카스티야 운하인데, 산티아고 까미노에서는 우리가 걸은 짧은 구간에서만 만난다. 이파리 절반은 노랗고 절반은 푸른 미루나무와 플라타너스가 길을 따라 함께 걷는다. 카스티야 운하는 300년 전에 공사를 시작해서 200년 전에 공사를 중단했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이전 스페인이 부국강병의 부활을 꿈꾸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철도가 상용화되면서 운하의 역할은 사라져 버렸다. 우리가 걸은 코스의 구간은 유람선이 다니나 보더라.(우리는 정박된 소박한 유람선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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