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불어 좋은 날_칼사디아 (2019.11.3)
1.
“바람불어 좋은 날이란 영화가 있었지”
오늘 걷는 내내 바람이 심해서 그냥 툭 던지듯이 말했다. 왜 바람은 항상 맞바람이지? 뒷바람은 기억에 없다. 뒷바람이면 걷기에 얼마나 편하겠는가. 그런 공짜도움은 인생에 없는 팔자다. 심한 바람으로 앞으로 전진이 어렵다.
무료한 걷기의 연속이라 금방 반응이 온다. “바람불어 좋은 날이 영화예요? 어떤 영환데요?”
“그냥 그런 영화가 있어. 너희는 이해하기도 어려운 옛날 영화지”
까리온을 벗어나 시골길에 들어서니 메세나 지형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냥 끝없는 밭이다. 밭이 지평선을 보여준다. 밭 가운데로 까미노가 나있다. 그렇게 4시간을 걸었다. 중간에 두번 10분 정도 쉬었다. 4시간 내내 맞바람을 맞느라 고개를 숙이고 몸을 앞으로 밀며 걸었다. 어른들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걸으니까 마법처럼 마을이 나타났다. 길이 이어지다가 살짝 내리막이 생기면서 마을이 아래에 있기 때문에 걷는 입장에서는 갑자기 ‘짠’하고 마을이 보이는 거다.
작년에도 지루한 긴 길을 걷다가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만난 마을이 반가워 바로 알베르게에 들어갔다. 오늘도 마찬가지. 그래서 칼사디야 공립 알베르게에서 묵고 간다.
2.
2시도 안 돼서 숙소에 들어왔기 때문에 자판기에서 컵라면(중국제)과 전자렌지용 파에야를 꺼내서 점심을 해결한 후에 시간이 많았다. 숙소에 들어오니 비가 살짝 내려서 바깥 활동도 어렵다. 아이들은 놀아달라는 사인을 계속 보낸다. 그래서 얘기를 시작했다.
3.
“스페인에서 대우자동차 누비라 봤다. 어제. 스페인에 한국 자동차 많이 봤지? 너희 대우자동차 알아? 모른다고.... 모르는 게 당연해. 사라진 자동차 회사니까. 그런데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대우 누비라를 보니까 신기했어. 차는 아주 깨끗해서 금방 뽑은 새 차 같아 보였어. 관리를 잘 했나봐. 너희 집 자동차는 어느 회사 제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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