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열다섯번째날

교활과 낭패_모리타노스 (2019.11.4)

by 박달나무

1.


비에 흠뻑 젖은 날이다. 판초가 어린이용 3장이라 내게는 허리까지만 내려온다. 배낭을 가리느라 뒤집어쓰고 걸으니 바지와 운동화는 대책이 없다. 운동화를 작년 봄 스페인 올 때 구입했는데, 방수는 커녕 여름용 망사 재질이다. 더구나 바람이 세게 불어 정신이 없다. 비가 오면서 바람이 강하게 부니까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젖으면서 동시에 마르는 기현상이....^^


아이들은 불편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인 듯.... 나름 즐기면서 걷는다. 1시간을 걷고 쉬었다가 가자고 하니까 아이들은 그냥 계속 가자고 하는 거다. 나는 발이 젖으니까 걷는 의욕이 꺾였다. 모라티노스 작은 마을에 들어와 알베르게에 등록했다.

IMG_6741.JPEG

2.


모라티노스에서 묵으려는 건 아니었다. 9km 더 가면 사아군(Sahagun)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아군은 시티와 타운 사이의 큰 마을이다.


어제 만난 한국계 미국인 여성(캘리)의 영향이 컸다. 뉴욕에 산다는 40세 여성은 어제와 오늘 동선이 겹치고 숙소도 같아서 아이들과 대화하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너희 컴퓨터 게임만 하다가 끌려왔구나”


대뜸 우리 아이들에게 정감을 갖고 아는 척을 했다. 늘 친절하게 대해주고 “이 누나가 아는데 말이야~” 하며 말벗이 돼주었다. 아이들은 당연히 가까이 다가섰다.


어제 저녁 자리도, 오늘 저녁 디너도 같이 먹었다.


“네가 대전 산다고? 내가 중학생 때 대전엑스포 수학여행 갔었지. 아직도 있나? 대전 어디 사는데?”


캘리가 시하에게 물었다.


“카이스트 근처에 살아요”


“그래? 카이스트가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야. 거기 가면 좋겠다”


“서울대가 제일 좋은 학교 아닌가요? 저도 카이스트 갈 생각 있어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박달나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더 나은 세상을 꿈꿉니다

17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9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여행열네번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