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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Aug 04. 2017

노산(老産)의 문제에 대하여

40대 엄마의 고충

  내게 상담을 오는 경우 대부분은 30대 말 출산이고 종종 40대 출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노산이라고 아이 성장에 걱정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오는 아이들은 엄마가 노산한 경우가 확실히 많습니다.

  그래서 항상 엄마가 출산한 나이가 몇이었냐고 묻게 됩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30대 말이라고 대답합니다. 따라서 노산이 아이 성장과 어떤 상관관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노산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처음엔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의 생리적 건강이 점점 나빠질 테니 노산은 당연히 엄마나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 있지 않겠냐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늦은 결혼과 출산은 여성의 사회 활동과 관련이 깊습니다. 전문직이든 단순노동이든 돈벌이를 하기 위해 출산이 늦어졌고, 출산 이후에도 경력단절을 피하기 위해 영유아의 양육을 조부모의 지원으로 해결하고 4~5세 이후에는 어린이집 종일반을 이용하는 경향입니다. 이 과정에서 엄마가 직접 양육하지 못해서 생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 임산부가 과반인 사회에서 말과 행동에 특이점이 있는 아이들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조부모나 보모의 양육을 내세울 수 없습니다.

  그동안 남성인 내가 40 전후의 여성의 삶에 대해 관찰자로만 머문 것이 문제였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40세 여성의 정체성을 당사자 여성 주체적인 시각으로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억지로나마 여성의 입장에서 40세를 겪어본다면 금방 우울해집니다. 강북에 살든 강남에 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남편이 여성주의 입장이든 일베 입장이든 40세의 한국 여성은 무한경쟁과 촘촘한 서열의 그물에서 후회의 과거와 불안의 미래를 딛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불만’입니다.

  현재가 불만스러운 40대 엄마를 특히 괴롭히는 건 모성애 담론입니다. 아이는 내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엄연한 독립 개인이고 타인입니다. 출산 이후에도 자녀를 확장된 엄마의 일부분으로 보는 것은 모성애를 퍼뜨리는 근대의 조작입니다. 내 아이는 내가 아닙니다. 그런데 세상은 아이와 나(엄마)를 하나의 유기체로 묶으려 합니다. 그때 쓰는 접착제가 모성애라는 창조된 개념인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일상에서 엄마는 '왜 나는 모성애가 부족한 것인가' 혼자 생각하게 되고, 나아가 스스로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규정합니다. 소위 좋은 엄마 콤플렉스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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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면 할수록 우울한 엄마가 되기 마련입니다. 40세 전후한 엄마들의 우울감(또는 우울증)이 아이들에게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노산은 기대 수명 100세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트렌드입니다. 문제는 출산의 나이가 아닙니다. 전체 어린이 청소년의 20%가 정신과 치료나 심리상담가의 조언이 필요하게 된 것은 엄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남편의 문제이며, 시댁의 문제이고, 또한 직장의 문제이며, 재벌위주 한국적 자본주의 뒤틀림 문제이고, 권력의 지향성 문제이며, 현시대 이데올로기의 문제입니다.

결론은,

40대 엄마들이여 당신 혼자 짊어질 책임이란 원래 없다!!!

 (2016.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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