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은 상상을 하잖아요_산티바녜스 (2019.11.7)
1.
오늘도 바람바람바람이다. 아직은 메세타 지형(고원평야지대)이라 사방팔방 지평선에 갇힌 신세다. 시하가 묻는다. “왜 바람이 부나요? 그리고 한쪽 방향으로만 부는 이유가 뭐죠?” 나는 역시 언제나 맞바람 인생이야.... 생각 중이었는데, 바람 방향에 대한 질문을 하다니! 찌찌뽕이라도 외쳐야 하나 싶기도....
“바람은 공기의 이동이야. 이제 겨울에 접어드니까, 아 오늘이 입동이지. 한국과 중국에서 계절을 나타내는 24가지 고정 날짜가 있는데, 겨울에 들어서는 11월 7일이 입동이지. 그걸 24절기라고 부르고, 24번이니까 매월 2번씩 공평하게 있지. 바람의 방향은 차가운 기운이 북쪽으로부터...호주와 달리 여기는 북반구니까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면서 바람이 부는 거야. 그러니까 북풍인거지”
이번 대답은 정확한 건 아니다. 대략 뭉뚱그려서 대답했다. 바람 얘기가 나오니까 태호가 화제를 태풍으로 돌린다. “지금 이 바람은 스페인 태풍인가요?” “태풍의 속도는 얼마인가요?” 응 스페인은 태풍 안 불어. 그리고 태풍은 북태평양에서 생기는 바람이고, 대서양은 허리케인, 인도양은 싸이클론이라고 불러. 대서양 허리케인은 모두 미국 쪽으로 이동해. 그래서 스페인은 태풍, 즉 허리케인이 없는 거야.
그랬더니 이제 질문 레이스가 시작된다. 서로 누가누가 질문 많이 하나 경쟁에 돌입한 것. 시하 왈, 그럼 북극해에서 생기는 태풍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태호 왈, 태풍의 속도는 얼마인가요? 소리와 태풍 중 누가 더 빠른가요? 시하 왈, 토네이도와 태풍은 어떻게 다른가요? 태호 왈, 토네이도 속도는 얼마인가요? 시하 왈, 왜 토네이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토네이도 속으로 들어가나요? 태호 왈, 토네이도에 들어가는 사람은 돈을 많이 주나요? 시하 왈, 태풍하고 원자탄하고 누가 더 센가요? 태호 왈, 빛의 속도는 마하 몇 인가요? 시하 왈, 지금 바람의 초속은 얼마인가요? 태호 왈, 그런데 구름 속도가 왜 저렇게 빠른가요? 혹시 바람에 구름이 밀려나나요? 등등등..... 정신이 없다. 몽땅 답을 했다. 물론 엉터리 답도 있다. 광속이 마하 몇인지 어찌 아나. 계산한 적이 없는데. 그냥 마하 10만이야! 라고 대답함.
그런데 질문의 태반이 자신들이 유투브에서 본 정보를 가지고 내게 묻는 것이다. 그러니까 형식은 질문인데 내용은 아는 데이터 총동원하기다. 내 대답을 듣고 자기가 아는 분야는 보충강의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떠들며 지루한 광야를 지나간다. 오늘 통과하는 지역은 온통 옥수수 밭이다. 얘네는 포도를 수확하거나 옥수수를 딸 때 기계를 쓴다. 콤바인이 지나간 논은 벼 밑둥만 남는데 스페인 포도는 (당연하지만) 포도열매만 사라진다. 일년생 옥수수는 대를 자르거나 뽑아내야 하는데 이곳은 옥수수대가 그대로 서서 말랐다.
2.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