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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안에 너 말구 여럿 있다

둘째 날 삼척시 가곡면 덕풍계곡

by 박달나무

덕풍계곡에 들어갔다. 주소는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지만 산(응봉산)을 넘으면 울진의 덕구온천이고, 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경북 봉화가 나온다.
계곡의 규모가 엄청나고 사계절 물이 풍부하다. 20년 전에는 접근이 까다로운 마을이지만 도로와 철교가 놓여서 대형버스가 아니면 계곡 입구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한여름이 아니면 평일에 사람이 없다. 아이들은 알몸으로 2시간 여를 신나게 논다.
샘이 아주 많은 아이가 있다(3학년) 친구들이 헤엄을 쳐서 물을 건너니까 자신의 처지는 까맣게 잊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물에 들어가 개헤엄을 시작했다. 조금은 앞으로 진행하더니 이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결국 얼굴이 물에 잠겨 물을 먹더니 매우 다급한 상황이 됐다. 나도 당황해서 촬영을 멈추고 바지를 훌렁 벗었다. 정말 위급하면 물에 들어갈 수밖에.......
그때 한 아이가 물에 빠진 아이에게 접근하더니 구조를 하려고 했다. 물에 빠진 놈은 접근하는 놈을 잡아당겨서 몸을 의지한다. 둘 다 물에 빠지는 결과가 된다. 나는 가능한 물에 안 들어가려고 소리만 질렀다. 그러더니 구하려는 녀석이 아이를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가 물속으로 잠수해서 빠진 놈에게 접근해서는 팔을 잡고 끌어당긴다. 얕은 바위에 닿아서는 물에 빠진 놈이 그제야 엉엉 운다. 순간 공포에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빠진 놈을 구한 동갑내기 동무는 오티즘을 가진 아이라고 오해받는 경우다. 언제나 자기 세계에 빠져있고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고 하고, 불리한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위기의 동무를 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구조된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연신 "날 구해줘서 고마워"말하는데, 구한 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대꾸도 안 한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구한 녀석의 얼굴에 자부심이 스친다.
사람은 멀티 캐릭터다.

니 안에 여러 사람 있다

(20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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