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ina Oct 18. 2017

서른 살의 퇴사 (1)

공백에 대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4년의 회사생활 접기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거듭하였고

해방된다는 생각에 폴짝폴짝 마음이 뛰기도 하였다

막상 눈에 보이는 정리를 해나가면서,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지금 쉼표를 찍을 때라며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했다


퇴사라는 것이 일종의 자유선언이기에 부러움의 눈빛도 받지만,

앞으로 나갈 것에 온 힘을 쏟는 회사에서는 조명을 끈 존재이기 때문에 워크샵, 단체회의 등에서는 잠시 그림자가 된다.

그렇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나갈 것에 힘을 쓴다면, 나에게도 나갈 회사는 조명이 꺼져있으니까.


퇴사 당일의 축하?와 시끌벅적한 인사를 끝내고 나면, 마치 내 20대의 크리스마스날 같았다.

이브날의 설레임이 끝나버리고- 올 한해의 정리와 내년의 계획을 차분하게 해야할 것만 같은 날.


그리고 겨울날의 하얀 눈 처럼, 공백이 나에게 주어졌다.

한 달, 아직 공백에 무언가 채우고 있지는 않다. (채우지 못한 것일 수도..ㅎ)


가야만 할 것 같은 여행이라는 것을 다녀오려 한다.


매일 의도하지 않은 브런치를 즐기게 되는 백수 life 에서

오늘 마음에 두둥 남았던 한 구절.

“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6시의 달리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우선 두려움과 고통은 다르다는 점이다.

달리기 직전까지가 힘들까 두려운 거지,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두려움 같은 건 사라진다.

더 힘들어질까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사실 더 힘들어지면 또 사라진다.

반면에 고통은 순수한 경험이라 미리 겪을 수 없지만 분명히 거기 존재한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바깥에 존재한다.”- 김연수 산문집[지지 않는다는 말] 중







 

작가의 이전글 어두운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