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에 대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4년의 회사생활 접기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거듭하였고
해방된다는 생각에 폴짝폴짝 마음이 뛰기도 하였다
막상 눈에 보이는 정리를 해나가면서,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지금 쉼표를 찍을 때라며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했다
퇴사라는 것이 일종의 자유선언이기에 부러움의 눈빛도 받지만,
앞으로 나갈 것에 온 힘을 쏟는 회사에서는 조명을 끈 존재이기 때문에 워크샵, 단체회의 등에서는 잠시 그림자가 된다.
그렇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나갈 것에 힘을 쓴다면, 나에게도 나갈 회사는 조명이 꺼져있으니까.
퇴사 당일의 축하?와 시끌벅적한 인사를 끝내고 나면, 마치 내 20대의 크리스마스날 같았다.
이브날의 설레임이 끝나버리고- 올 한해의 정리와 내년의 계획을 차분하게 해야할 것만 같은 날.
그리고 겨울날의 하얀 눈 처럼, 공백이 나에게 주어졌다.
한 달, 아직 공백에 무언가 채우고 있지는 않다. (채우지 못한 것일 수도..ㅎ)
가야만 할 것 같은 여행이라는 것을 다녀오려 한다.
매일 의도하지 않은 브런치를 즐기게 되는 백수 life 에서
오늘 마음에 두둥 남았던 한 구절.
“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6시의 달리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우선 두려움과 고통은 다르다는 점이다.
달리기 직전까지가 힘들까 두려운 거지,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두려움 같은 건 사라진다.
더 힘들어질까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사실 더 힘들어지면 또 사라진다.
반면에 고통은 순수한 경험이라 미리 겪을 수 없지만 분명히 거기 존재한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바깥에 존재한다.”- 김연수 산문집[지지 않는다는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