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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Mar 09. 2020

실시간 차트가 알려주지 않는 것

완벽한 Top 100 이란 건 원래 불가능하다

1. 오반의 '어떻게 지내'가 지니뮤직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지코, 창모, 아이즈원 등 음원 강자들이 있던 상황이라, 다시금 사재기 논란이 불거졌다. 실시간 차트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이걸 거면 대체 실시간 차트는 왜 있는 걸까? 


2. 사실 실시간 차트, 혹은 Top 100의 원래 목적은 큐레이션이다. 검증된 좋은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는 노래 리스트다. 평점순으로 줄을 세웠다가는 난리가 날 테니, 가장 공정한 방식은 '많이 들은 노래'를 기준으로 줄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 하지만 실시간 차트는 처음부터 유지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실시간 차트는 노래 취향이 확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아이돌 팬덤에겐 사실 실시간 차트가 그다지 필요치 않다. 내 가수 노래 듣기 바빠서 다른 노래를 들을 틈이 없다. 하지만 정작 실시간 차트를 줄 세우는 건 대부분의 아이돌 팬덤이다. 일종의 공급자(팬덤)와 소비자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둘 다 만족하는 차트를 계속 유지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4. 포털의 실시간 검색 키워드도 맥락은 비슷하다. 지금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는지를 제공하는 건 빠른 이슈를 찾는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소수가 일시에 검색량을 늘려버리는 실검퀴즈 이벤트가 존재하는 한, 해당 순위는 광고로 도배될 수밖에 없는 거다. 


5. 애당초 무료 혹은 무제한으로 소스가 제공되는 환경 안에서 실시간 순위라는 건 합리적일 수 없다. 순위를 바꾸는 데 필요한 게 노오오력이라면, 어떻게든 순위의 신뢰성을 떨어지고 말 테니까 말이다. 


이미 망가져버린 순위 큐레이션. 그저 요즘 유행하는 노래 리스트가 듣고 싶은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자신과 가장 취향이 비슷한 DJ를 찾는 거다. 적당한 시점이 되면 질려버린 노래를 잠시 리스트에서 제외할 줄도 알고, 또 추천해줄 만한 최신곡을 넣어두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DJ가 괜히 수고로운 일을 할리는 없고, 일종의 보상이 필요할 거다. 매년 8만 권의 신간이 나오는 출판업계에서는 이미 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자, 광고기획자, 번역가 출신이 월 9900원에 책을 골라주는 '리딩리딩' 서비스가 그것이다. 책을 추천해주는 AI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많아지는 시대다. 과거에는 정보를 잘 찾아내는 일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잘 분류해내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다. 추천만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가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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