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았어도 모두 그렇게 본다
워킹맘이라는 표현은 불편하다. 사전적 정의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일하는 엄마를 뜻하는 말이니까. 하지만 워킹맘에 따라 붙는 표현과 시선은 전혀 달갑지 않다. 워킹대디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건, 워킹맘이라는 표현에 사회적 시선이 담겨있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 워킹맘에는 질책과 칭찬의 표현이 모두 붙는다.
워킹맘 - 사회활동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을 일컫는 말
“워킹맘 힘드실텐데, 대단하시네요.” 남성들은 보통 워킹맘을 칭찬의 의미로 쓴다. 그간 육아 때문에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포기하게 되면 남성들은 경제적 부담을 혼자 떠맡는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혹은 경제적 책임을 맡게 되어서 당당함을 느끼기도 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이라는 말은 곧 남성들의 시선에서는 ‘결국 육아와 일도 병행할 수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도 키우면서 어떻게 일까지 잘 해내냐는 놀라움은 진심의 칭찬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육아의 고충을 얘기하는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짓누르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국가는 직장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는다. ‘워킹맘을 위한 보육비 정책’ ‘워킹맘을 위한 돌봄 서비스’ 일하는 엄마와 일하는 아빠는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정책들은 여성들을 위해 존재하고, 그 말은 결국 ‘육아는 원래 여성들의 일’임을 규정해버린다. 워킹맘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
다시 돌아와서 워킹맘에 대한 찬사는 진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편하다. ‘워킹맘인데 실적이 최고래. 대단해’는 마치 ‘육아를 모질게하는 엄마’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수많은 남성 직장인들도 아이를 키운다. 하지만 어떤 아빠에게도 ‘아이 키우면서 성과를 잘 내시네요’라는 칭찬을 더하진 않는다. 업무 성과가 좋다면, 그 업무에 대한 칭찬을 하면 된다. 한 직장 동료는 “독하다”는 말이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평균적인 수준을 상회할정도 일에 매달렸더니, 사람들이 “독하다”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독하다는 건 여성한테만 붙는 거 같다. 남자들한테는 그냥 일 진짜 열심히 한다고 하잖아?”
이선 시선들은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여성에게도 불편함을 전가한다. 육아를 전담으로 하는 여성에게 으레 하는 말이 “일하는 대신 집에서 쉬면서 아이를 보라”는 것이다. 육아는 일보다는 훨씬 쉽다는 전제 하에 나온 표현인 셈이다. 직장을 다니며 일하는 엄마만 일하는 게 아니듯 우리는 ‘전업 주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육아대디는 그 연장선에서 이어지는 남성에 대한 표현이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는 아빠를 이른다. 여전히 사회에서 남성이 육아만을 전담하는 경우는 아직 소수다. 그렇지만 그 방식을 특별하다고 표현하고, 칭찬하거나, 혹은 비판할수록 육아의 대한 관점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육아에 대한 시선의 전환이다. 육아가 여성의 일이 아니라 부부의 일임을 인정하고, 육아가 직장생활보다 쉬운 일이라는 편견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워킹맘이 워킹대디와 동일한 선상에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워킹맘에 담겨있는 불편한 무거움을 덜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