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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Feb 27. 2020

알고리즘과 큐레이션

나도 모르게 취향이 제한받고 있다

1. 알고리즘에 있어 대중에게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서비스는 왓챠다. 내가 남긴 영화 평점을 분석해서 비슷한 취향의 영화를 추전 해주는 서비스다. 한 400편 정도 영화의 평점을 등록하니, 거의 틀리는 법이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를 보기 전에 4.6점이라면, 진짜 그 영화를 보고 나오면 4.6점 정도 주고 싶은 때가 많았다. 내 정보를 많이 등록하면 등록할수록, 결과 분석은 더욱 정교해서 오차율이 낮아지는 셈이다. 


2. 문제는 결과값이 정확해지니까 점점 더 믿어버리게 된다는 거다. 검색해 본 영화의 내 예상 평점이 3.5라면 아예 시청을 포기해버리는 일도 많았고, 볼 맘이 없었던 영화지만 내 예상 평점이 4.5라면 어떻게든 보는 일이 많아졌다. 어느 날 돌아보니 죄다 비슷한 주제의 비슷한 배우가 출연하는 비슷한 감독의 영화만 보고 있었다. 취향이 일종의 독과점이 돼버렸고, 단순해졌다. 

 

3. 이건 왓챠만이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 동영상 탭인 Watch도 비슷하다. 무한도전 영상과 스타크래프트 경기 영상을 몇 편 봤더니 동영상 탭은 무한도전과 스타크래프트 천지가 돼버렸다. 실수로 한 영화 클립이라도 재생시키는 순간, 그 영화의 다른 클립들이 나의 동영상 피드를 채워버린다. 유튜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상을 하나 보고 나면, 온통 비슷한 영상으로 홈 화면이 채워진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뛰어나다는 점은 많은 미디어에서 추켜세우는 장점일 정도로 편리한 건 사실이지만, 좁혀져 버린 취향은 금세 질려버린다.



4.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런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건 비단 콘텐츠만은 아닐 것이다. 한 집에 사는 부부에게도 마켓컬리 쿠폰은 각각 다르게 온다. 구매 결정력의 차이일수도, 혹은 홍보 제품에 따라 다르게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 각각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거다. 모두가 그렇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애쓰고 있고.


최근에는 예상 영화 평점이 낮은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기 시작했다. 취향이라는 건 계속 변하게 되어있다. 아니, 변하게 만들어야 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날 예측한다는 건 아직은 그리 달갑지 않고, 내 피드도 조금 더 다양했으면 좋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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