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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Apr 13. 2020

치유의 목소리, 영원히 잠들다

장르 인사이드 #POP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만큼, 오늘은 그의 이야기를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현지시각 3월 30일, 많은 명곡들을 남긴 R&B 싱어송라이터 Bill Withers가 향년 81세로 눈을 감았습니다. 사인은 심장 합병증으로, 유족이 그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탄광촌 마을에서 나고 자라나 3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가수로 빛을 보기 전까지, 그는 태생적 조건들로 인해 괴로워하던 가난한 흑인이었습니다. "편모가정에서 자란 가난한 흑인", 여기에 더해 '말더듬이"라는 악조건까지 있어 가수라는 직업은 생각할 수도 없었죠. 때문에 그의 음악가 이전 경력은 해군 항공기 정비사, 그리고 떠돌이 공장 노동자였습니다.


그러던 중 한 바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자신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길로 기타를 독학하고 말 더듬는 습관도 고쳐나가면서 가수를 꿈꾸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데뷔 앨범 [Just As I Am]의 커버 이미지가 바로 당시 다니던 공장 앞에서 도시락 가방을 들고 찍은 사진이지요.

말하자면 그는 "떡잎부터 뮤지션"이라기보다는 뒤늦게 현생 극복을 위해 음악을 시작한 케이스였으며, 그마저도 오랫동안 활동한 것이 아닌, 짧은 시간만을 음악에 집중했던 싱어송라이터였습니다. 1985년 마지막 앨범 이후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이유로 음악계 은퇴를 선언하고, 이후에도 "무대가 그립지 않다"고 인터뷰하는 등, 다시 음악계를 완전히 등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첫 앨범을 발표한 1971년부터 마지막 앨범이 나온 1985년까지, 그의 활동기간은 불과 15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1985년의 앨범은 사실상 80년대에 발표한 유일한 앨범이니, 70년대 하나의 decade만을 활동했다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놀라운 것은 이 짧은 기간 동안 팝계의 고전으로 길이 남을, 엄청난 노래들을 다수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백문이 불여일청입니다. 아래 리스트는 그의 이름을 몰랐던 분들이라도 10초만 듣고 "아 이 노래!"하고 알아챌 수 있을 곡들입니다. 전주만이라도 잠시 들어보고 갈까요?


Bill Withers - Ain`t No Sunshine

Bill Withers – Lean On Me

Bill Withers - Just the Two of Us


들어서 아셨겠지만, 그의 노래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재생산됩니다. 'Ain`t No Sunshine'은 영화 "노팅힐"에 쓰인 적이 있고, 'Lean On Me'는 국내에서 소향이 "불후의 명곡"에서 불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때의 주제는 Michael Bolton 특집이었지만, 이 곡도 사실 Bill Withers가 원곡자입니다.


한편 'Just the Two of Us'는 어반자카파의 버전이 국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원래는 Grover Washington Jr.라는 색소폰 연주자의 앨범 [Winelight]에 수록된 곡으로, Bill Withers가 작사 작곡 및 목소리를 덧댄 곡입니다. 과거의 노래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재생산되는 것을 보면, 이제 그의 노래는 과거의 명곡을 넘은 "고전"에 가깝습니다.

그는 힘주어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긋나긋하게 말하듯 노래했고, 드물게 이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죠. 때문에 그를 "70년대를 대표하는 R&B 싱어송라이터"를 넘어 "포크 소울이라는 음악 장르의 개척자"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올뮤직에서 그를 요약한 바이오그래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포크 소울이라는 세부 장르의 창조자이자 'Ain't No Sunshine'과 'Lean on Me'를 포함한 1970년대 고전의 제작자. (Creator of a subtle brand of folk-soul, and producer of several classics in the '70s, including "Ain't No Sunshine" and "Lean on Me.)"

한 가수의 평생에, 잠깐의 히트곡이 아닌 세대를 건너 계속 살아남을 "고전"을 남기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는 무려 세 곡의 고전급 싱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 음악적 위상에 힘입어, 2015년에는 음악가로서 평생의 영예라 할 수 있는 "로큰롤 명예에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지요.

은퇴한 이후였지만, 당시 Stevie Wonder가 그의 이름을 발표하고 더 젊은 세대의 뮤지션인 John Legend와 'Lean On Me' 무대를 함께하는 모습은 꽤나 뭉클한 볼거리였습니다. 한 명의 전설적인 뮤지션이 또 한 명의 전설을 축하하고,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베테랑 뮤지션이 함께하는 합일은 그 무대의 의미부터 남달랐기 때문이지요. 


이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 측에서 공식 유튜브로 당시의 영상을 다시 풀어놓았으므로, 당시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한 분들은 "Rock & Roll Hall of Fame" 공식 계정을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Bill Withers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Stevie Wonder는 "Bill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컬래버레이션을 계획하며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었다"고 밝혀서 또 한 번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이 됐다면, 정말 오랜만에 사람들이 그의 음악계 복귀를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의 노래들이 앞으로도 우리 곁에 위로로 남아줄 것이라는 사실일 겁니다. 'Lean On Me'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게 기대요 / 당신이 강하지 않을 때 / 내가 당신의 친구가 될게요 / 당신이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Lean on me / when you're not strong / and I'll be your friend / I'll help you carry on.)" 그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후대에 길이 전해지며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전해줄 겁니다. 분명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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