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시런 [÷] (2017)
[+]는 대중 인지도를 플러스 영역으로 전환한 동시에 에드 시런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장르를 덧셈의 방식으로 일깨워준 음반이었다. 이를 테면 "발라드를 제대로 할 줄 아네" 싶었는데 힙합 비트가 불쑥 등장해 놀라움을 던져주는 식이었다. [X]는 그렇다면 어땠나. 확장이었다. 타이틀답게 그 인기가 빛의 속도로 뻗어나갔다. 전체적으로 "이제는 메이저가 다 됐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줬다.
글ㅣ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이제 [÷]의 차례다. 나는 지금 매우 긴장하고 있다. 어떻게든 의미 부여를 해야 하는 까닭이다. 우선, [÷]는 [No.6 Collaborations Project]와 함께 에드 시런의 음반들 중 내 최애다. 다음 같은 팬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만이 간직하고 있는 순수함이랄까. 오로지 기타 한대와 에드 시런만 존재하는 듯한 풍경을 그리워하는 팬이 꽤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는 다채롭다. 사운드의 사이즈 자체가 크다. 뭐, 에드 시런이 프로그레시브 록 뮤지션은 아니지만 기존 앨범들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고향에 있는 언덕과 성의 풍광을 감동적인 스케일로 밀어붙이며 묘사하는 'Castle on the Hill'을 들어보라.
그러니까, 내 판단은 이렇다. 음악적인 욕심으로 인해 이것저것 다 손대다가 폭망한 뮤지션을 우리는 여럿 알고 있다. 에드 시런은 적어도 현재 스코어,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자기중심을 잃지 않는 와중에 변화의 묘를 꾀했다. 예를 들어 (결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Dive'나 대히트한 'Perfect' 같은 곡은 [+]에 들어갔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작곡 자체를 잘한다. 천부적이다. 그 어떤 장르를 다루더라도 그걸 절묘하게 대중화해서 툭하고 던져놓는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술술술이다. 거부감이 드는 구간이라고는 없다. 이렇듯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Shape of You'가 증명했듯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보편적인 호소력의 영역으로 전이하는 재능만큼은 에드 시런이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티엘시(TLC)의 'No Scrubs' 후렴구와의 유사성 때문에 표절 판정을 받았다는 게 흠이기는 하지만.
'Galway Girl'은 'Castle on the Hill'과 맥을 같이 한다. 글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에드 시런은 자신의 래핑을 둘러싼 논란을 도리어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솔직히 그는 자신의 랩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랩이라는 방법론을 택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랩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쏟아내고 싶은 표현이 유독 많을 때 랩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기 때문에 랩을 하는 쪽에 가깝다.
어쨌든, 두 곡 모두 특정 지역을 소재로 삼았음에도 그걸 초월하여 사랑받았다. 좋은 노래의 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뭐랄까. 로컬이 글로벌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순간을 길어낸 경우인 셈이다. 아니, 정말이지 의미 있는 곡은 글로벌을 다시 로컬로 끌어당긴다. 저 두 곡 감상하면서 노래에 언급된 장소에 직접 가보고 싶다고 꿈꿨던 사람,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괜히 애비 로드(Abbey Road) 교차로에 자기 돈 쓰면서 가고, 런던 버윅 스트리트(Berwick Street)에 방문해 사진 찍는 게 아니라는 거다.
에드 시런이 할 수 있는 걸 싹 다 담아낸 음반이다. 그러면서도 이걸 아주 잘 해냈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장르적으로는 다채롭고, 스타일적으로는 풍성하다. 'Happier'나 'Hearts Don't Break Around Here' 등의 발라드에서 만날 수 있는 몰아치는 후렴구 역시 그가 건설한 세계가 탄탄한 기반 속에 뻗어나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니까, [÷]에는 [+]와 [X]에서 익히 경험했던 에드 시런의 면모가 모조리 녹아 있다. 힙합, 록, 발라드, 포크 등, 그 어떤 요소를 대입해도 정확하게 나눠지는 함수 같은 앨범이다. 그렇다. 더한 뒤에 곱하고, 곱한 뒤에 완성한 에드 시런의 [÷] 세계에서는 모든 요소가 제각기 살아있는 동시에 한 덩어리로써 삐걱대지 않고 잘도 굴러간다. 과연, 루프 스테이션을 내 몸처럼 다룰 줄 아는 기술과 팝의 본질을 꿰뚫을 줄 아는 재능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는 것이리라.
마지막 문장 쓴 김에 한국 뮤지션 한 명 추천한다. 루프 스테이션을 에드 시런만큼이나 기가 막히게 잘 쓸 뿐만 아니라 작사/작곡 실력도 빼어나다. 스텔라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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