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딩 관점으로 들어보는 BTS의 'Dynamite'

흥미진진한 Hi FI 이야기

by Melon

제가 학창시절을 보낼 때에는 일본이 세계 문화의 중심이었습니다. 일본의 패션 잡지가 발간되면 그 다음 날로 동대문에는 유사한 디자인의 옷이 걸렸고, 남학생들은 Loudness와 安全地帯의 음악에 열광했으며, 제패니메이션이라는 단어도 그 무렵 만들어졌죠.


글ㅣ한지훈(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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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의 자식이 제가 라우드니스의 [Thunder in the East] 앨범을 듣던 나이가 됐을 만큼 시간이 흐른 지금, 누가 뭐래도 전 세계 문화의 중심은 대한민국입니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은 K-Pop 으로 넘어왔고, 저는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를 나라의 사람이 제가 예전에 BTS에 관한 글을 기고했었다는 이유만으로 제게 SNS 친구 신청을 합니다. 샤넬처럼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에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멤버를 위한 옷을 만들어주고, 저와 편하게 각자의 모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빌보드 차트의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돌 그룹, 더구나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에 관한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토씨 하나 때문에 천만 안티를 생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죽일 놈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글은 초고를 그냥 보내지만 아이돌 그룹에 관한 글은 적어도 대여섯 번은 크로스 체크를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아이돌 그룹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그룹 - 사실 이런 표현도 1~2년 전만 같았어도 빨간 줄이 그어지는 표현이었습니다 – 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BTS의 'Dynamite'입니다.


방탄소년단 - Dynam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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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자체는 밝은 레트로 팝으로 BTS 멤버들의 이야기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기쁨과 활력을 불어 넣고 싶다는 멤버들의 바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BTS의 곡인지 모르고 듣는다면 그냥 아무런 의심 없이 영미권 팝송으로 생각할 만큼 발음도 좋습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레트로 팝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밴드 88의 [환상특급] 앨범에서 그 절정을 맞이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앨범 커버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쌍팔년도"라고 표현하는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들의 음악은 마치 그 시절의 미발표 앨범을 몇 년 전에 발표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때 그 시절의 감성을 잘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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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BTS의 'Dynamite'와 밴드 88의 '환상특급'은 레트로 풍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보일 뿐, 곡의 구성이나 분위기, 가사의 내용 등등 모든 게 다릅니다. 일단 곡의 분위기부터 밴드 88이 1980년대 후반의 분위기를 그렸다면 BTS의 이번 곡은 그보다 적어도 10년은 지난 분위기를 그렸죠. 하지만 둘 사이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오토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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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오토튠은 노래를 못하는 가수가 녹음할 때 음정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이펙터로 알고 있습니다. 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오토튠의 원래 목적에 관한 가장 정확한 말이고, 오토튠이 없었다면 앨범 내지 못했을 가수가 하나 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먹고 있는 탈모 방지제도 원래는 전립선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약이듯이 오토튠은 음정을 맞춰주는 기능으로 만들어진 이펙터이지만 그 스레숄드 값을 넘어가면 음성 왜곡 효과가 나옵니다. 그 대표적인 곡이 Cher의 'Believe'라는 곡이죠. 그리고 이 곡의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오토튠의 전성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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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이전에도 보코더라는 이펙터를 통해 음성의 위상을 바꿔 소리의 왜곡을 가져오긴 했지만 오토튠만큼 드라마틱한 변환은 아니었죠. 게다가 오토튠의 목적 자체가 음정도 맞추지 못하는 가수를 위한 이펙터이기 때문에 오토튠을 쓴다는 것은 가수 본인이 노래를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고, 그렇기에 레전드 가수인 Cher 조차도 처음에는 오토튠이 아니라 보코더를 쓴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을 정도였고요. 그리고 Cher의 이 노래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중음악에서 보코더든 오토튠이든 자주 쓰이는 이펙터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복고풍 곡을 만들기 위해 오토튠을 썼지만 정작 그 시절에는 이런 이펙터를 쓰지 않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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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Dynamite'라는 곡을 모니터하기 위해 네 종류의 모니터 환경에서 모니터 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폰 + 에어팟 프로", 두 번째는 "PC + 마이텍 맨해튼 II + 젠하이저 HD 800", 세 번째는 레코딩 스튜디오의 모니터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B&W 800 D3 스피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이달 피아노 G2(타이달은 음원 스트리밍 회사의 이름이지만 독일에 있는 스피커 제조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성능이 좋지만 스피커 가격이 비싸기로도 유명합니다. 필자 주)"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음악 환경에서부터 천만 원 대의 헤드폰 시스템, 그리고 마지막 두 시스템은 억 단위를 훌쩍 넘는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입니다. 물론 음원은 멜론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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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에는 시스템 가격이 비싸질수록 좋은 소리를 들을 확률이 높습니다. 오디오만큼 자본주의에 충실한 제품도 흔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돌 음악은 다릅니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시스템이 좋을수록, 녹음된 소리를 잘 표현하는 시스템일수록 아이돌 음악은 듣기 괴롭습니다. 바로 "loudness war"라고도 표현되는, 너도나도 지나치게 음압을 올려서 음원을 만드는 관행 때문입니다.


요즘의 아이돌 음악은 처음 1~2초에 모든 게 결정되고, 그렇기에 그 1~2초 사이에 임팩트를 주어야 하는데, 그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음압을 올리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너도나도 음압을 올리고 그래서 정작 큰 소리가 나야 하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선 소리가 찌그러지거나 답답하게 들리게 됩니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아이돌 음악뿐만이 아니라 클래식 전용 레이블에서 나온 앨범도 이런 앨범이 있더군요. 어쨌든 이런 이유로 아이돌 음악은 어찌 보면 가장 돈 들이지 않은 시스템(!)에서 들었을 때 가장 만족도가 커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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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제가 이 글을, 그 어려운 BTS에 관한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이번 음원은 제가 아이돌 음악을 들은 이후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싼 시스템에서 좋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음이 지나치게 잘 들리는 것을 보면 이 곡도 음압이 낮지는 않은 것 같은데 믹싱 단계에서 노멀라이징(음량을 평탄하게 하는 작업. 필자 주)을 깔끔하게 잘 했는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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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번 앨범에서의 신의 한 수는 오버더빙이 아닌가 싶은데요. 음원을 잘 들어보시면 오토튠을 써서 왜곡한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오토튠을 쓰지 않은 목소리도 같이 들립니다. 이는 이 곡의 메인 보컬인 정국의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RM이나 제이홉의 랩 등 모든 멤버의 파트에서 느낄 수 있고요. 그렇기에 일곱 명의 멤버가 각자 자기 파트를 부르는 형태로 만들어진 곡이지만 마치 합창곡 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느낌이 자연스러운 것은, 글쎄요? 제가 살고 있는 집에 아미가 있기도 하고, 제가 BTS를 좋아하기도 해서 BTS의 음원만큼은 빠지지 않고 들었는데 이번 디지털 싱글은 갑자기 노래를 잘하게 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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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라 덧붙이자면 원래는 못했는데 이번 앨범에서 잘했다는 게 아닙니다. 원래도 모든 멤버가 평균 이상의 노래와 랩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라이브로 칼군무를 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확실히 그 이전보다 보컬 능력이 올라갔습니다. 오토튠 때문이 아닙니다. 오토튠으로 음정을 잡은 소리와 원래 음정이 맞는 소리는 미묘한 차이가 있고, 제가 들은 오디오 시스템이 그걸 못 잡아낼 정도로 허술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노래가 늘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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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은데요. 제 주변에서는 "BTS 음원을 리뷰하면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다니 미친 것 아니냐?"고 얘기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음원 전체에 이어지는 이퀄라이저 세팅이 V형 세팅이라 한 시간쯤 듣고 나니 귀에 무리가 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보컬과 반주의 음량 차이가 좀 많이 나는 것 같고, 그래서 BTS 멤버들의 목소리 자체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더없이 좋은 세팅이겠지만 아미가 아닌, 일반적인 음악 팬이라면 목소리와 드럼의 비트가 두드러지는 세팅이 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BTS는 계속 진화해왔고 이번 디지털 싱글에서도 진화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렇게 깐깐하게 음악을 듣는 저도 음원을 들어본 첫 느낌은 "이친구들 또 빌보드 먹겠구나!"였습니다. 제 예상이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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