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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Sep 08. 2020

한국 힙합 신을 뜨겁게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

장르 인사이드 #힙합

2010년대 초, 한국 힙합 레이블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표했다. 이들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레이블의 이름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한국 힙합의 트렌드를 바꿔 버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덧 찾아온 2020년. 한국 힙합의 대표적인 두 레이블이 2010년대 초처럼 각자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바로 하이라이트 레코드와 하이어 뮤직. 두 컴필레이션 앨범은 각 구성원의 존재감과 레이블만의 뚜렷한 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두 장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 두 레이블의 지난 행보와 감상 포인트를 확인해 보자.


글ㅣ합합엘이


Hi-Lite Records [Legacy]

"랩하우스 온에어"의 호스트 더콰이엇은 하이라이트 레코드 특집 방송에서 "한국의 힙합 레이블이 10년을 이어간다는 게 쉽지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하이라이트의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만큼 하이라이트 레코드는 개성 가득한 멤버들의 앨범을 선보이며 한국 힙합의 트렌드를 꾸준하게 이끌어갔던 레이블이었다. 


이런 꾸준함의 시작을 짚어보라면 아무래도 컴필레이션 앨범 [HI-LIFE]를 빼놓을 수 없다. 앨범은 팔로알토를 중심으로 비프리, 오케이션, 허클베리피, 레디 등 하이라이트 1.5세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트랩을 일찍이 구현했던 스웨이디와 HOLYDAY를 비롯한 프로듀서진을 앨범에 기용해 당시의 힙합 트렌드에 레이블의 색과 개성을 녹여 내는 데 성공했다. 트랙의 적재적소마다 레이블의 구성원이 참여해 서울의 삶을 주제로 힙합 특유의 멋을 가사로 드러낸 건 덤이다. 

덕분에 [HI-LIFE]는 레이블의 멤버를 소개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서의 의미만 아니라, 하나의 힙합 앨범으로도 현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레이블의 구성원들은 2010년대 등장하는 수많은 한국 트래퍼들에게 영향을 끼치며 한국 힙합 신의 저변을 넓히게 된다.

하이라이트의 새로운 컴필레이션 앨범 [Legacy]는 경쟁하듯 랩 스킬을 자랑하는 일반적인 힙합 레이블의 그것과 다르기에 여러모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단 팔로알토, 허클베리피, 레디, 윤비와 같이 어느덧 레이블의 OB가 된 이들은 앨범의 중심을 잡되, 새로운 얼굴들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 수 있게 한다. 덕분에 스월비, 저드, 수비, 오웰무드와 같은 레이블의 새로운 얼굴들은 훅과 벌스에서 활약하며 앨범의 인상적인 순간을 여럿 만든다. 

앨범의 인트로를 여는 'Simple Things'부터가 그렇다. 프로듀서진은 훵키한 사운드를 녹여 낸 'u dunno', 록의 요소를 가져온 'Kid Rock', 전자음악에 가까운 'D.R.E.A.M.'처럼 앨범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아우른다. 플레이어들은 이펙터를 활용하는 건 물론, 랩과 노래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프로덕션의 무드와 어우러지는 보컬 퍼포먼스를 구사한다. 더불어 이들은 'Bad Bad Bad', 'Ooh La La'에서 드러나듯 누군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이 아닌, 본인의 속도와 생각에 맞춰 사는 현재의 삶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하이라이트의 올드팬들이라면 반가울 'YEZZIR'과 'Cool Kids, Part 3'에 각각 참여한 지투와 Evo까지. 이렇듯 [Legacy]는 10년간의 치열한 경쟁을 꾸준함으로 살아남은 레이블의 지난 역사와 그에 따른 변화된 삶과 생각, 레이블의 미래까지 모두 확인 가능한 작품이다.


Hi-Lite Records [Legacy]


H1GHR MUSIC [H1GHR: RED TAPE]

한국 힙합의 작은 아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박재범. 그는 AOMG를 통해 2010년대 한국 힙합과 R&B의 트렌드를 이끌었고, 두 번째 레이블 하이어뮤직을 통해서는 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했다. 어느 매체가 비유했듯, 박재범 역시 한국 힙합 레이블의 춘추전국 시대를 활짝 여는 데 공헌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설립 당시 박재범을 제외한 레이블의 멤버들은 음악성과 비교해 대중적 인지도가 살짝 부족했던 것이 사실. 그리하여 한동안 그루비룸, 식케이, pH-1, WOOGIE, Golden을 비롯한 구성원들은 힙합과 케이팝 신을 넘나들며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해 왔다. 

또한,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의 방송 출연을 병행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더불어 레이블은 멤버들의 솔로 앨범을 꾸준히 발매함과 동시에 새로운 아티스트를 꾸준히 영입하는 것을 동시에 잊지 않았으니. 이처럼 하이어뮤직은 박재범의 인지도, 개별 멤버들의 음악성과 스타성, 오래전부터 힙합의 미덕이라 여겨졌던 허슬 등이 시너지를 이루며 레이블의 존재감을 힙합 팬들에게 아로새기는 데 성공한다.

하이어 뮤직의 첫 컴필레이션 앨범은 Golden의 보컬이 비장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H1GHR'에서 짐작할 수 있듯, 레이블의 브랜드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노력이 깃든 작품이다. 그루비룸, Cha Cha Malone, WOOGIE, SMMT을 비롯해 BOYCOLD. Goose와 같은 프로듀서들은 다양한 현 힙합의 트렌드와 세부 장르를 앨범 속에서 아우른다. 


대표적으로 시카고와 영국에서 영향을 받은 브루클린의 Drill Music을 차용한 'Melanin Handsome', 'Check My Bio', 미니멀한 신스 멜로디와 808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멤피스 힙합 트랙인 'No Rush'를 들 수 있다. 서부 힙합의 요소를 끌어온 'Closed Case' 역시 프로덕션만으로도 인상적인 트랙이다. 하이어뮤직의 플레이어들은 'The Purge'와 '도착'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갈고 닦은 랩 스킬을 쏟아낸다. 특히 식케이와 pH-1, 김하온의 활약이 인상적이며, '뚝딱 Freestyle'에서는 Woodie Gochild의 한층 발전한 실력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이 밖에도 'How We Rock', 'Teléfono Remix'에서는 BIG Naughty와 Trade L이 기존 멤버에 절대 밀리지 않는 랩 실력을 드러낸다. 물론, 앨범은 가사와 사운드 면에서 다소 과하다는 단점도 존재하지만, 랩으로 가득한 힙합 앨범을 듣고 싶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H1GHR MUSIC [H1GHR: RED 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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