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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Sep 07. 2020

Metallica의 [S&M], 그 두 번째 챕터

장르 인사이드 #POP

세상에는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묘하게 어울리는" 의외의 조합들이 몇몇 있습니다. 수트와 스니커즈, 을지로와 와인바, 설렁탕과 파맛첵스, 그리고 헤비메탈 밴드와 오케스트라의 협연 같은 것들 말이죠. 맞습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헤비메탈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만난 앨범, 그 중에서도 Metallica의 [S&M]입니다.


현시점에서 헤비메탈 밴드 X 오케스트라의 포맷으로 녹음한 앨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라면 [S&M]을 골라야 할 겁니다. 1999년 발표된 이 앨범은 Metallica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현장을 그대로 녹음한 라이브 앨범으로, 발매 당시 앨범차트 2위로 오르고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00만장 이상을 판매했을 만큼 상업적인 성공도 함께 거머쥔 앨범입니다.

메탈의 수많은 분파 안에서도 리프의 반복과 스피디한 진행으로 승부를 보는 스래시 메탈이라면 오케스트라와 그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S&M]은 그 어려운 과업을 해내며 메탈의 새로운 면모를 보인 앨범으로 기억됩니다. 물론 이전에 록 아티스트들이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Battery' 같은 진또배기 스래시 넘버를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최근, [S&M2]가 공개됐습니다. 공연 실황을 스크린으로 보러 5월에 극장가를 방문한 "찐팬'들을 제외하고, 멜론에서 Metallica를 팬맺기하는 정도로 이들의 음악을 듣는 분들은 7월즈음부터 뭔가 나올 거 같다는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심상찮은 커버이미지와 함께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라이브 음원이 하나 둘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Metallica [S&M2]


[S&M2]는 2019년, [S&M]에서의 협연 20주년을 기념하여 Metallica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다시 만난 협연의 라이브앨범입니다. 변화가 있다면 Metallica가 20년이라는 세월의 격랑을 지내왔다는 것이며, 베이시스트가 Jason Newsted에서 Robert Trujillo로 바뀌었다는 점일까요.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영국 오피셜차트 1위, 빌보드 앨범차트 4위를 꿰찼습니다. 

배경은 살펴봤으니, 이제 앨범의 내부도 살펴볼까요? [S&M] 본편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앨범이 가장 새롭게 들리는 지점은 [Death Magnetic]으로부터 선곡된 'The Day That Never Comes'부터일 겁니다. 앞 트랙까지는 본편에서도 만나본 적이 있어 완전히 새롭게 들리지는 않을 테니까요.


앨범의 절반 가량은 기존의 [S&M]에서 들려준 곡들(이지만 오케스트라 편곡은 바뀐 곡들)이며, 다른 절반은 그동안 밴드가 발표한 새 앨범의 수록곡들, 그리고 프로코피예프와 모솔로프 등 메탈을 배제한 완전한 클래식 곡들이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이 이번 라이브 앨범의 특징입니다. Metallica에게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던 1편과는 무게중심이 살짝 바뀐 구성인데요. 아마도 멤버들의 고령으로 인한 체력 안배에도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때문에 앨범 중간부분에서는 조금 쳐진다는 인상을 받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앨범에서 팬들이 가장 집중할 만한 지점은 '(Anesthesia) - Pulling Teeth'일 겁니다. 곡의 차례에 앞서 James는 떨리는 목소리로 "여러분이 Cliff Burton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요"라는 코멘트를 덧붙이는데요. 이윽고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의 베이스주자 Scott Pingel이 나와 홀로 업라이트 베이스를 연주합니다. 마치 Cliff가 그랬던 것처럼, 와와페달을 한껏 밟으면서 말이죠.


이 곡은 원래 1집 [Kill 'Em All]에 수록된 곡이며, Cliff Burton만을 위한 베이스 솔로곡으로 유명합니다. Cliff Burton은 Metallica의 초기 베이시스트로, 멤버들 중 음악을 학문적으로 배웠던 유일한 멤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Orion'의 대부분을 혼자 완성하고, 앞서 말했듯 베이스에 와와페달을 먹여 녹음하는 등 특별한 센스를 보여준 베이시스트입니다. 여러 모로 능력자였지만 3집 투어 중 버스 전복 사고로 24살의 나이에 사망해 Metallica의 역사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 되어버렸죠.

이로부터 시작되는 후반부는 그야말로 "과거의 영광"입니다. 'One'과 'Master of Puppets', 'Nothing Else Matters', 'Enter Sandman' 등 Metallica의 빛나는 대표곡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곡들이 학습되어 있지 않은 라이트한 팬들도 이 구간에서는 다시 한 번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관객의 환호성이 후반부에서 가장 크게 터져 나오는 것은 물론입니다.

한 마디로 [S&M2]는 과거의 영광, 그리고 Cliff에 대한 추모의 의미, 그럼에도 앞으로 나가고 있는 Metallica를 엿볼 수 있는 라이브 앨범입니다. 절반이나 채워진 밴드 후반기의 녹음들은 이들이 황금기를 지나온 이후에도 오랫동안 안주하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이들이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있는 밴드가 아닌, 계속해서 자신을 진화시키는 밴드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물론 이들은 이제 전성기를 다 떠나 보낸 밴드입니다. 경험이 많다 해도, 현재의 기량과 1999년의 모든 것을 압도하던 전성기 기량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Metallica의 음악은 힘을 갖고 있고, 우리에게 소름 돋는 감동을 전해줍니다. 본편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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