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Hi-Fi 이야기
덴마크의 왕이었던 하랄 1세 블로탄(Harald Blåtand)은 나라를 통일하여 나라를 평화롭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블로탄(Blåtand)이란 이름을 영어로 읽으면 블루투스(bluetooth)가 되고, 하랄 1세 블로탄 왕처럼 무선 규격을 통일할 기술이라는 의미로 블루투스라는 이름의 무선 규격이 탄생했습니다.
글ㅣ한지훈(오디오 칼럼니스트)
이런 블루투스 규격은 키보드, 마우스 등의 컴퓨터 주변 장치는 물론 콘솔 게임 컨트롤러, 냉장고, TV, 자동차, 리모컨, 하이패스 단말 장치, 심지어는 악기에까지 사용될 정도로 우리 삶의 주변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MR이나 AR을 틀어놓고 연주하는 척을 할 때 우리는 조롱의 의미로 "블루투스 기타"라는 말을 하지만 일렉트릭 기타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깁슨(다른 하나는 펜더)에서는 Firebird-X라는 이름의 블루투스 기타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블루투스 기타"라는 말이 조롱의 의미로 사용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이런 블루투스 기술은 당연히 음향 기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그 중에서도 헤드폰/이어폰과 포터블 스피커는 블루투스 기능이 없는 제품을 찾아보기가 더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한 음향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음향 기기에서 이 기기가 상품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는 아주 간단한 방법 중의 하나가 하이엔드 브랜드에 그런 종류의 제품이 있느냐를 살펴보는 겁니다. 이를테면 프리앰프와 파워앰프가 하나의 섀시 안에 들어있는 인티앰프의 경우 얼마 전에야 마크 레빈슨을 비롯한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 인티앰프는 그리 많이 팔리는 앰프가 아니었다는 뜻이지요.
블루투스 스피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블루투스 스피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이름 있는 스피커 브랜드들은 블루투스 기술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음질이 떨어지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BOSE, JBL을 필두로 소니, 하만 카돈, B&W 등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블루투스 기술은 음향기기 분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블루투스 스피커는 왜 음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요?
블루투스는 사운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일반적인 사운드 코덱이 아닌 블루투스의 독자적인 코덱을 사용합니다. 이런 블루투스 사운드 코덱에는 SBC, aptX, AAC, LDAC 등 네 종류가 있는데요. 가장 일반적인 코덱인 SBC는 블루투스 1.0 시절부터 있던 코덱이며, 이 코덱의 원래 용도는 음악 재생용이 아니라 전화 송수신용 코덱입니다.
다음으로 aptX 코덱은 원래 블루투스 전송용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라디오 방송용 코덱으로 개발된 코덱을 블루투스 기술이 포용하면서 블루투스에서 사운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사용하게 된 코덱입니다. 애초에 개발 목적 자체가 좋은 음질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송 지연 없이 전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코덱에 비해 레이턴시가 적은 편입니다. SBC 코덱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코덱이지만 애플의 오디오 기기에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AAC 코덱. 지금도 iTuens의 기본 코덱이고 대부분의 애플 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애플에서 만든 코덱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애플에서 개발한 오디오 코덱은 ALAC과 AIFF) MPEG 위원회와 여러 회사가 모여 개발한 코덱으로 MP3보다 압축 효율성이 높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보고 있는 멜론을 위시한 여러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코덱이 바로 이 AAC이며, 유튜브의 스트리밍 동영상이나 .MP4 포맷 동영상에서의 사운드 역시 AAC 코덱으로 압축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 마디로 요즘 대단히 많이 쓰이는 코덱이죠.
마지막으로 LDAC 코덱은 소니에서 개발한 코덱으로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 (Hi-Res: High-Resolution Audio)에 대응하기 위한 블루투스용 코덱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까요?
블루투스 스피커는 휴대성을 강조한 기기가 대부분입니다. 저처럼 오디오로 먹고 사는 사람도 블루투스 스피커를 처음 본 것은 캠핑을 좋아하는 친구가 캠핑장에서 쓸 용도로 산 스피커였으니까요. 그렇기에 일반적인 스피커에 비해 스피커의 직경이 작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즉 블루투스 스피커는 구조적으로 고역에 비해 저역이 적게 나올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소리의 대역 간 밸런스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는 물건이었죠. 하지만 패시브 라디에이터 같은 장비가 블루투스 스피커에 사용되면서 수요가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예전에 비해 대역 간 밸런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테레오는 스피커 사이의 거리가 귀 사이 거리보다 멀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블루투스 스피커는 그렇게 크거나 길지 않기 때문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고를 때에는 어설픈 스테레오 스피커보다는 차라리 잘 만든 모노 스피커를 쓰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음질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말은 본격적인 음악 감상을 위해서라면 아직까지는 유선 스피커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Wi-Fi 스피커를 쓰는 게 낫다는 뜻입니다. 일단 사용하는 코덱부터 차이가 나고, 무엇보다 전송 대역폭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음질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루투스 스피커의 목적과 가성비를 잘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전문적인 음악 감상용인지, 아니면 인테리어 소품으로의 목적이 더 큰지를 생각해 보시고 어울리는 스피커를 고르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가장 핫한 블루투스 스피커 브랜드 중의 하나인 마샬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는 기타 앰프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여러분이 듣는 기타 소리의 거의 대부분은 마샬 앰프를 통해 나온 소리를 녹음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요. 그리고 그 마샬 앰프 캐비닛 디자인을 본따 블루투스 스피커를 출시했고요. 하지만 마샬의 블루투스 스피커 하나면 같은 크기의 연습용 기타 앰프를 몇 개는 (우리가 흔히 똘똘이라고 부르는 연습용 기타 앰프. 필자 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는 아예 마샬 기타 앰프 두 대를 사서 그걸 스테레오로 꾸민 이도 있고요.
가끔 블루투스 스피커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가격표가 붙어있는 스피커가 있습니다. 집안 인테리어의 오브제 용으로 선택한다면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음악 감상용으로는 아직 백만 원이 넘어갈 정도의 음질을 들려주는 스피커는 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고를 때에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