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Hi-Fi 이야기
여러분은 "재즈 기타리스트"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Django Reinhardt부터 Wes Montgomery, Joe Pass, Jim Hall, John Scofield, Kenny Burrell, Lee Ritenour 등등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은 재즈 기타리스트가 있지만, 누가 제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저는 Pat Metheny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Lee Ritenour 와 더불어 퓨전 재즈 기타의 세계를 그들만의 음악에서 모두를 위한 음악으로 바꿨으며, GRP와 ECM으로 대표되는 퓨전 재즈 레이블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이죠.
글ㅣ한지훈 (오디오 칼럼니스트)
그런 Pat Metheny의 신보가 출시되었습니다. 이제는 거장의 반열을 넘어 그의 존재 자체가 퓨전 재즈 기타인 위치에 오른 인물인 만큼 그의 신보에 기대도 컸고 그 기대에 전혀 어긋남이 없는, "역시 Pat Metheny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만한 앨범이라는 느낌인데요.
오늘은 기타 연주 앨범을 듣는 또 다른 재미인 기타에 따른 소리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단 오늘은 일렉트릭 기타에 한정하여 이야기합니다.
일렉트릭 기타는 어쿠스틱 기타처럼 현의 울림을 기타의 바디가 아닌 픽업을 이용해 전기 신호로 변환시키고, 그 변환된 신호를 앰프를 통해 증폭시켜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듣는 악기를 말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픽업에는 자석과 코일이 감겨 있고, 현의 울림에 따라 코일에 진동이 전해지면서 코일과 자석 사이에 전자기 유도 현상이 일어나고(패러데이 법칙), 그 전자기 유도 현상에 의해 진동이 전기 신호로 변환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로 예를 들자면 발전기나 턴테이블의 카트리지와 같은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픽업을 쓰는 기타라면 같은 소리가 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예가 좋을 것 같은데요. Metallica의 Kirk Hammett은 ESP라는 기타브랜드의 공식 엔도서이고, 아주 오래전부터 ESP의 기타를 사용했습니다(단 레코딩이나 라이브 시에는 깁슨 기타도 사용합니다. 필자 주).
그런 Kirk Hammett을 상징하는 기타로 ESP의 KH-2라는 기타가 있는데요. 이 기타는 넥 쪽에 EMG 60, 브리지 쪽에 EMG 81이라는 픽업을 사용하고, ESP의 헤비메탈 전용 라인업인 LTD에는 KH602라는 기타가 있습니다. 역시 EMG 60/81 픽업을 사용하죠. 기타에 관심이 없는 분이거나 데칼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는다면 차이점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두 기타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기타 모두 Kirk Hammett의 시그니처 기타이니까요. 하지만 넥을 잡는 순간부터 두 기타는 전혀 다른 기타가 되고, 소리 역시 차이가 매우 큽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목재가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일렉트릭 기타는 현의 진동을 픽업에서 증폭시켜 소리를 내는 기타이지만 그 현은 바디에 매어있습니다. 당연히 일렉트릭 기타에서도 바디의 울림은 매우 중요하고 목재에 따른 울림이 다르기 때문에 KH-2와 KH602는 다른 기타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워윅이나 스펙터 같은 베이스 기타 생산 브랜드는 바디의 울림을 크게 하기 위해 기타의 바디를 평면이 아닌 둥근 모양으로 디자인하기도 하죠.
정리하자면 일렉트릭 기타에서 소리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물론 픽업이지만 픽업만이 모든 소리를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픽업에는 어떤 종류의 픽업이 있을까요?
가장 고전적인 픽업으로 싱글코일 픽업이 있습니다. 싱글코일 픽업을 채택한 가장 대표적인 회사는 Fender이지만 사실 이 픽업은 Fender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Rickenbacker라는 기타 회사에서 개발한 픽업이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일이 하나만 있기 때문에 현의 진동을 좀 더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고, 그렇기에 오버드라이브 계열의 이펙터를 사용했을 때보다 클린 톤으로 연주를 할 때 정말 감미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코일이 하나이기 때문에 아래에 소개할 험버커 픽업에 비해 출력이 약하고, 잡음이 발생합니다. 또한 게인도 작기 때문에 한계를 벗어나게 출력을 할 경우 귀를 찢는 느낌의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소리를 잘 이용한 대표적인 장르가 The Clash로 대표되는 펑크이죠.
Fender에 싱글코일 픽업이 있다면 Gibson에는 험버커 픽업이 있습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만들어진 싱글코일 픽업을 두 개 이어 붙여 만든 픽업으로 줄의 진동은 두 픽업 모두 동일하게 전달되지만 코일의 방향이 반대방향이기 때문에 서로 반대가 되는 신호, 즉 노이즈는 사라지게 되는 원리입니다. 전자회로를 구성할 때 사용되는 full-balanced 회로와 같은 원리이죠.
픽업이 두 개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도 증폭율은 두 배 이상이 되고, 기타 톤 역시 싱글코일 픽업에 비해 매우 두툼합니다. 클린 톤은 두툼하고 이펙터 역시 잘 받아주기 때문에 장르에 상관없이 연주가 가능한 범용 픽업이지만 그중에서도 오버드라이브 계열의 이펙터와 잘 어울리기에 하드락/헤비메탈 계열의 기타리스트들은 싱글코일 픽업보다는 험버커 픽업이 장착된 기타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 싱글코일 픽업 기타를 선호하는 기타리스트는 험버커 픽업이 달린 기타를 거의 연주하지 않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데요. 일렉트릭 기타를 상징하는 인물 중의 하나이자 Led Zeppelin의 기타리스트였던 Jimmy Page는 누구나 인정하는 깁슨 마니아지만 Led Zeppelin의 대표곡이자 20세기 하드록을 대표하는 곡인 'Stairway To Heaven'은 그를 상징하는 깁슨 레스 폴이나 EDS-1275 더블 넥 기타가 아닌, 제프 벡에게 받은 텔레캐스터로 녹음했습니다. 기타 솔로 부분을 잘 들어보시면 일반적인 깁슨의 험버커 픽업의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들리죠.
Led Zeppelin - Stairway To Heaven
다음으로 소개할 픽업은 EMG로 대표되는 액티브 픽업입니다. 싱글코일 픽업이나 험버커 픽업에 비해 코일을 적게 감아 증폭율과 잡음을 낮추는 대신 픽업 내에 픽업 프리앰프를 장착하여 잡음은 거의 없으면서도 맑고 깨끗하며 높은 게인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픽업입니다.
앞서 설명한 픽업에 비해 깨끗하고, 높은 게인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픽업 자체의 특성이 약하기 때문에 소리에 개성이 없는 느낌이며, 그렇기에 블루스나 재즈 계열의 음악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게인을 높이 올려도 잡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헤비메탈 계열의 장르에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픽업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