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Hi-Fi이야기
지난 주에 이어집니다. 오늘은 나무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글 | 한지훈 (오디오 칼럼니스트)
우리가 일렉트릭 기타라고 부르는 기타는 대부분 솔리드 바디, 즉 속이 채워진 기타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의 경우 기타의 바디 자체가 울림통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바이올린처럼 속을 비우지만 일렉트릭 기타는 울림통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픽업에서 현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주기 때문에 어쿠스틱 기타보다는 목재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왜냐하면 현 자체가 기타 바디와 넥에 묶여있기 때문입니다.
기타 바디에 쓰이는 목재로는 메이플, 마호가니, 베이스우드, 애쉬(물푸레나무), 앨더 등이 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의 양대 산맥인 깁슨 레스폴의 경우 마호가니 바디에 메이플 탑을 올리고, 마호가니 넥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고,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의 경우 앨더나 애쉬 바디에 메이플 넥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어쩌다 보니 일렉트릭 기타를 몇 대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무거운 기타는 깁슨의 익스플로러입니다. Eric Clapton이 그의 최고 명작 중의 하나인 [461 Ocean Boulevard] 앨범을 녹음할 때 썼던 기타로 그 외에도 Allen Collins(Lynyrd Skynyrd), The Edge(U2), Matthias Jabs(Scorpions), Paul Stanley(KISS) 등이 사용하는 기타지요.
Eric Clapton [461 Ocean Boulevard]
제가 이 기타를 사게 된 이유는 단지 멋있다는 이유 하나였는데요. 문제는 제가 쓰는 익스플로러는 4kg이 훨씬 넘습니다. 대부분의 일렉트릭 기타가 3kg 초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무거운 기타지요. 실제로 서서 한 시간만 연주해도 어깨가 아파옵니다. 역시 무겁다고 소문난 레스폴이지만 익스플로러로 연주하다 레스폴로 바꾸면 마치 장난감을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에 비해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는 가볍습니다. 물론 픽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앰프에 연결하지 않고 기타를 쳐봐도 깁슨의 소리보다는 훨씬 가볍고 낭랑한 소리가 납니다. 기타 목재와 넥의 차이 때문이죠.
지판(핑거보드)에는 대부분 로즈우드나 메이플이 쓰입니다. 예전에는 에보니(흑단나무)도 쓰였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이 되었기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깁슨은 로즈우드, 펜더는 로즈우드와 메이플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메이플이 로즈우드에 비해 밝고 딱딱한 소리가 난다고 이야기하지만 글쎄요, 저 같은 방구석 기타리스트는 그 차이를 잘 모르겠네요.
물론 일렉트릭 기타 중에도 바이올린이나 통기타처럼 속이 빈 기타가 있습니다. 이런 기타를 할로우 바디 기타라고 부르는데요. 할로우 바디 기타는 다시 풀 할로우 바디와 세미 할로우 바디로 나뉩니다.
말 그대로 풀 할로우 바디는 속이 완전히 비었고, 세미 할로우 바디는 가운데는 채워졌고 옆만 빈 기타죠. 당연히 솔리드 바디 일렉트릭 기타에 비해 소리는 풍성합니다만 울림이 많고 그 울림이 하울링이 되어 돌아오기에 오버드라이브 계열의 이펙터를 사용하는 장르보다는 클린톤을 사용하는 장르, 즉 재즈에 많이 쓰입니다.
이 글의 화두였던 Pat Metheney(아이바네즈 PM 시그니처)를 필두로 Lee Ritenour(깁슨 L5 시그니처), Larry Carlton(깁슨 ES-335)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재즈 기타리스트들은 할로우 바디나 세미 할로우 바디 기타를 사용하죠. 블루스의 전설인 B.B. King이 사용하는 기타 루씰(신촌블루스의 '루씰'이 바로 이 기타에 관한 노래입니다. B.B. King에 대한 헌정의 의미이죠. 필자 주)이 바로 깁슨 ES-335의 개량형 기타인 ES-355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게 다일까요? 소리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죠. 기타를 오디오 시스템에 비유하자면 일렉트릭 기타나 이펙터는 소스 기기, 즉 CD 플레이어나 스트리밍 플레이어 또는 턴테이블에 해당됩니다. 앰프와 스피커에 해당되는 것은 기타 앰프이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방구석 기타리스트들은 기타나 이펙터에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지만 그에 비해 기타 앰프는 우리가 흔히 똘똘이라고 부르는 10만 원 대 간이 기타 앰프를 사용하죠. 오디오에 비유하자면 1억 원이 넘는 스위스제 CD 플레이어에 10만 원 대의 BOSE 스피커를 연결한 모양새입니다.
바로 여기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점이 있죠. 모 대학 실용음악과 교수인 지인이 가지고 있는 기타 가격을 모두 합쳐도 제가 가지고 있는 기타 한 대의 가격에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저는 천만 원이 넘는 깁슨 59 히스토릭에서 10만 원짜리 장작 기타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신기한 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기타 앰프와 오디오 인터페이스, 그리고 비싼 기타를 비싼 기타답게 연주하는 손가락이겠죠. 그렇다면 기타 앰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렉트릭 기타를 깁슨과 펜더가 양분하고 있는 것처럼 기타 앰프는 마샬과 펜더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많이 쓰냐고 묻는다면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이름대면 알만한 기타리스트 중에 마샬 또는 펜더 앰프를 쓰지 않는 기타리스트 숫자보다 짜장면을 팔지 않는 중국집 숫자가 많을 겁니다. 그 정도로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앰프지요.
마샬 앰프는 영국에서 제작한 앰프로 오버드라이브 톤이 일품입니다. 특히 까랑까랑한 오버드라이브 톤은 지금까지도 마샬을 따를 브랜드가 없죠. 그에 비해 펜더 앰프는 스트라토캐스터를 만드는 바로 그 펜더에서 만든 앰프로 클린 톤이 예술입니다.
마샬은 초기형인 JTM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주로 EL34 진공관을 사용하는 앰프를 제작하고(JTM 시리즈는 6L6 진공관 사용. 필자 주), 펜더에서는 6L6이나 6V6 진공관을 사용하는 앰프를 주로 제작합니다.
이 이외에 알아두면 좋을 기타 앰프 제조사로 메사/부기가 있는데요. 렉티파이어(Rectifier) 시리즈로 메탈리카의 두 기타리스트를 위시해서 헤비메탈 계열의 기타리스트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삼성의 스마트폰과 애플의 아이폰이 각각 장단점이 다르듯이 각 기타, 이펙터, 기타 앰프에 따라 소리의 성향이 다릅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정보를 알아두면 음악 듣는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일렉트릭 기타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여러분의 즐거운 음악 감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