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위안을 주는 클래식 앨범 두 장

흥미진진한 Hi-Fi이야기

by Melon

한창 열심히 하던 SNS를 요즘 쉬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민 낯을 보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제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그 병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상황을 지켜볼 때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어머니가 그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기까지 들어간 돈이나 시간이 아니라 어머니를 보는 것, 그 자체였습니다.


글 | 한지훈 (오디오 칼럼니스트)


1.jpg

그 두께의 차이일 뿐,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삽니다. 저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주 얇은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도 있고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오페라의 유령" 중 에릭이 쓰는 가면 같은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라는 병은 한 사람이 일평생 동안 만든 가면을 아주 쉽게 벗겨버립니다. 저는 늘 강해 보였던 제 어머니가 얼마나 약한 사람이었는지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이후에야 알았습니다. 제가 살아왔던 수십 년의 세월보다 지난 몇 달 동안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지요.


제 SNS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오디오 또는 음악으로 엮인 사람들이고, 거의 대부분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거의 대부분 적어도 남에게 욕을 얻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아닌,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쪽에 훨씬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너무 생경한,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모습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패닉에 빠지거나, 남 탓을 하거나, 욕받이를 찾거나, 원망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의 표정을 감추거나.

2.jpg

지금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관련 대부분의 글은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조차 인지하지 못한 글이 대부분이고 그런 글일수록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비전문적인 지식과 입맛에 맞는 통계를 무기로 이념과 정치적 스탠스에 따라 어제까지 같이 웃고 울던 사람이 온라인 내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글은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런 글이 보기 싫어 당분간 SNS를 접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 저 혼자만은 아닐 겁니다. 오늘은 그런 분을 위해, 그리고 코로나 19 사태로 몸과 마음이 힘들어진 분을 위해 위로와 위안이 되는 앨범 두 장을 소개해 드립니다.

3.jpg

앨범을 소개하기에 앞서 오늘 소개해드릴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라토리오"라는 형식에 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아 간단하게 말씀 드립니다. 오라토리오는 마드리갈(madrigal: 르네상스 후기에 이탈리아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자유로운 형식의 성악곡. 필자 주),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 아리아가 노래라면 레치타티보는 운율이 있는 낭독이나 대화에 가깝습니다. 필자 주), 코랄(choral: 합창곡. 필자 주), 여기에 관현악이 들어가고, 낭송자가 곡의 진행을 이끕니다. 용어 때문에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대화 비슷한 노래와 독창, 합창, 그리고 관현악과 낭송이 혼합된 장르라고 생각하시면 무방할 겁니다.

4.jpg

장르의 형식만 놓고 본다면 오페라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오페라는 무대장치가 있고 배우가 연기를 하지만 오라토리오는 배우의 연기 없이 노래만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영상으로 본다면 바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앨범으로만 듣는다면 오페라인지 오라토리오인지 구분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의 간단한 구별법이 있습니다. 바로 노래의 가사인데요. 오페라는 세속적인 주제가 대부분이지만 오라토리오는 노래의 가사가 성경 구절, 또는 성경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바흐, 마태 수난곡

5.jpg

굳이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바로크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음악이라는 생각입니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바로크 음악의 모든 것이 이 마태 수난곡 안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전곡을 연주한다면 연주 시간만 세 시간에 육박할 정도로 대곡인 마태 수난곡은 바흐의 죽음 이후 한 번도 연주된 적이 없다가 멘델스존에 의해 다시 연주되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대곡인 만큼 연주를 준비하는 데에만 2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일화가 있죠.

6.jpg

마태 수난곡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가 서정적인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2부는 좀 더 격정적인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는데요. 성경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이 음악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저처럼 성경의 내용을 몰라도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클래식이라는 말 자체가 고전이라는 뜻이지만 마태 수난곡은 고전 중에서도 고전입니다. 그런 만큼 많은 지휘자가 도전했던 곡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 중에서 자신의 일평생을 바흐와 바로크 음악에 바친 칼 리히터가 지휘한 버전으로 골라봤습니다. 칼 리히터가 뮌헨 바흐오케스트라와 함께 1958년도에 녹음한 버전으로 LP는 네 장에 달하지만 상태가 좋은 판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구한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상당히 비싼 LP 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멜론에서 2019년 10월부터 고음질 음원을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Karl Richter [Bach, 마태수난곡 1]

Karl Richter [Bach, 마태수난곡 2]




2. 헨델, 메시아

7.jpg

오페라 작곡가로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던 헨델이 "음악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후세 사람들에게 기억되게 만든 작품이 바로 '메시아'입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그리스도 탄생의 예언과 탄생, 2부에서는 수난과 속죄,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부활과 영생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들어보면(특히 3부) "아, 이게 헨델의 메시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들을 수 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정작 헨델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부활절을 염두하고 이 작품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8.jpg

이 곡을 자주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흐의 종교음악은 애초에 작곡을 할 때부터 교회에서의 연주를 목적으로 작곡했지만 헨델의 메시아는 아일랜드의 필하모니 협회에서 자선음악회를 위한 음악을 작곡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작곡한 곡입니다. 종교 음악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일 수는 있지만 바흐의 그것과는 달리 음악을 듣는 대상부터 일반인을 염두하고 작곡한 곡이지요.


오늘은 마사키 스즈키가 바흐 콜레기움 저팬과 함께 한 앨범을 골랐습니다. 이 앨범을 듣고 또 다른 메시아를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칼 리히터나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한 앨범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모두 역사에 남을 명반들입니다.


Masaaki Suzuki [Handel: Messiah, Hwv 56]




keyword
Melon 음악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1,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