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보컬 앨범

리사 [Featherlight] (2007)

by Melon

초반부 설득력으로만 따지면 역대급인 앨범이다. 음반이 발매된 2007년, 아니 2000년대 이후 알앤비 발라드 계열을 통틀어서도 압도적인 성취라 확언할 수 있다. 연주와 보컬 모두 섬세한 동시에 파워풀한 '사랑 앞에 다시 서다'부터가 일단 최고 수준이다. 단언할 수 있다. 이만한 오프닝 만나기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글ㅣ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ㅣ@nanlisada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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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는 2번 곡 '그려 봅니다'가 더 사랑받았지만 내 취향을 밝힌다면 선택은 역시 '사랑 앞에 다시 서다'일 수밖에 없다. 이 곡의 존재 덕에 음반을 끝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 어떤 음반에서건, 그것이 '앨범 지향'을 추구하는 경우라면, 1번 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2번과 3번에 해당하는 곡도 끝내준다면 게임 오버다. 볼 것도 없다. 리사 3집 [Featherlight]가 인생 앨범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바탕이다.

'그려 봅니다'에 대해 써볼까. 이 곡, 노골적이지 않다. 알아서 떠먹여 주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 음반이 2007년에 발매되었다는 팩트를 상기해야 한다. 약간 끝물이기는 했지만 노래를 하는 건지 목놓아 우는 건지 구별되지 않는 곡들이 창궐했던 시기다. 리사는 그렇지 않다. 집중해서 듣기가 요구된다. 최대한 담담한 표정과 목소리로 이별의 순간을 기록한다. 그 표정, 앨범 재킷에 그려져 있다. 널리 알려졌듯 리사 본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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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지 말아요'는 이 뉘앙스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시작을 끊는다. 초반부에는 조금 밋밋하다 싶었는데 후렴구에 해당하는 2분 20초경에 절묘한 코드 체인지를 통해 감동을 쭉 끌어올린다. 이 곡에서도 리사는 울지 않는다. 섬세하고, 절제된 톤으로 곡의 멜로디 라인에 품격을 불어넣는다. 이 3곡만 봐도 대체 이 앨범이 왜 좀 더 크게 히트하지 못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누가 좀 가르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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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명색이 평론가 아닌가. 직업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내야만 한다. 혹시, 지금까지 설명한 장점이 되려 발목을 잡히게 된 결정적 요인이 된 건 아닐까. 음반은 끝끝내 감정을 폭발적으로 발산하지 않는다. 'My Melody'에서는 재즈풍으로 슬쩍 악센트를 부여하더니 'Do Me Something'에서는 재즈적인 접근법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뭐로 보나 당시 주류 발라드의 경향과는 거리가 있는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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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쪽에 힘을 싣기 이전까지 그의 최종 이상향은 재즈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선 두 곡과 더불어 '너만 사랑할께'가 이를 증명한다. 재즈와 힙합을 섞은 '너만 사랑할께'는 가스펠을 도입한 '내가 만날 사람', 피아노 발라드 'Featherlight' 등과 함께 리사가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런 스타일로 갔으면 좋겠다"면서 꼽은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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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럴 만도 하다. 리사는 가수로 데뷔하기 전 한국에서 머문 기간이 길지 않았다. 10대 시절을 주로 유럽에서 보냈으니 한국적 아닌 국제적인 감각에 더 익숙해졌을 것이다. 2집 [Mind Blowing]에 이어 이 음반에도 참여한 작곡가 최준명과 하림은 리사에게 딱 맞는 곡들로 음반의 결을 풍성하게 가꿔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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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는 애틋하게 노래하는 와중에 과잉으로 자신을 몰고 가지 않는다. 감정을 간절하게 드러내는 그 순간에도 끝끝내 눈물샘을 터트리지 않는다. 이를 통해 반복 청취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과연, '웰-메이드 보컬 앨범'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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