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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an 10. 2022

The Weeknd [Dawn FM] 깊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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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팝 신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The Weeknd의 [Dawn FM]입니다. 최근 공개된 앨범이라 정보가 많이 풀리지 않았지만, 직접 듣고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들을 토대로 나름의 의견을 덧대어 보았습니다. The Weeknd가 이번 앨범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궁금했던 분들은 찬찬히 일독해주세요.


The Weeknd [Dawn FM] 


[Dawn FM]의 탄생배경 

워낙 오랜 사랑을 받아 체감이 잘 되지 않지만, 전작 [After Hours]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선언 이후 곧바로 나온 앨범이었습니다. (2020년 3월 20일 발매) 따라서 실질적인 음악 작업 중일 때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작품이었지요.


반면 [Dawn FM]은 작업부터 발매까지 팬데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앨범입니다. The Weeknd는 앨범을 공개하기 일주일 전, 기자들에게 "락다운 상태에서 곡을 쓰다 보니 너무나 어둡고 슬픈 곡들이 나왔어요. 그래서 보다 환상적이고 도피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운드적으로 또 메시지적으로, 이번 앨범이 그의 기존 앨범들에 비해 더 밝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팬데믹 시대를 지나는 우리에게는 지금의 시간이 밤의 시간일 겁니다. 밤[After Hours]이 지나가면 새벽[Dawn FM]이 온다는 것. 밝아진 음악은 물론, 연이은 앨범 제목을 통해서도 The Weeknd가 지금 시대에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더 이상 우울하지 않은 The Weeknd

앞서 언급했지만, [Dawn FM]은 The Weeknd의 커리어 중 이례적으로 "멜랑콜리하지 않은" 앨범입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덧댄 디스코풍의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기본적으로 댄서블하며, 메시지 또한 더 이상 괴로워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과거의 The Weeknd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의 캐릭터는 이성을 되찾았고, 과거처럼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물론 그는 여전히 많은 곡에서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과 같은 자기비하적인 무드는 사라졌으며, 감정표현 또한 절제되어 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The Weeknd는 새 앨범과 함께 조금 더 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알아두어야 할 콘셉트: 연옥 & 라디오

[Dawn FM]은 일종의 콘셉트 앨범입니다. 때문에 이 콘셉트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행스럽게도 The Weeknd가 직접 설명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는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을 말하며 "청자가 연옥에 있다고 가정하고, 라디오 진행자가 청자를 터널의 끝에서 끝으로 인도하는" 구상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옥은 가톨릭(*천주교) 세계관에 존재하는 사후세계로, 죽은 후 보통의 영혼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영혼이 정화의 시간을 거치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하지요. 앨범에서는 이 길을 인도하는 것이 라디오 진행자(짐 캐리)이기 때문에, 앨범의 콘셉트 안에서 짐 캐리는 초월적인 존재로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앨범이 라디오라는 콘셉트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짐 캐리의 목소리가 노래 중간중간마다 개입하는 것 역시 이런 연유입니다. 앨범의 화자는 짐 캐리의 인도를 받으며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앨범을 듣는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진행자는 왜 '짐 캐리'였을까

언급했듯 [Dawn FM]의 진행자 목소리는 배우 짐 캐리가 맡고 있습니다. 짐 캐리는 "트루먼 쇼"에서 자신의 삶이 TV에 중계되는 역할을 맡기도 했고,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는 연기를 펼친 바 있으며,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신(GOD)의 역할도 했던 배우입니다.


 때문에 짐 캐리의 라디오 진행은 리스너들에게 "과거의 자신을 돌이켜보고 어떤 초월적 존재에게 이끌리는" 경험을 제공하는 이번 앨범의 콘셉트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는 역할 또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배우 자체도 수많은 개인사를 겪은 만큼, "인생의 경험치" 자체로도 묘한 신뢰감을 주고 있습니다. 


The Weeknd 노년의 얼굴

앨범커버 이미지가 노년의 The Weeknd 얼굴인 이유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앨범이 인도자와 함께 자기 삶을 돌아보는 콘셉트의 앨범이기 때문에 "과거 있는 남자", 즉 미래의 The Weeknd 모습을 그 화자로 설정한 것은 아닐까 해석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돌아보는 과거는 쾌락을 좇으며 우울함을 느끼던, 전작까지의 The Weeknd 캐릭터가 아닐까 싶고요.


명백한 앨범 청취의 방향성

여기서 질문. 여러분은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듣고 있나요? 서로 다른 반응을 내놓는 리스너들일지라도 앨범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Dawn FM]이 싱글보다는 앨범째로 들어야 더욱 와 닿는 앨범이라는 점입니다. 트랙들이 서로 이어지고 인과관계가 있는 등, 유기성이 강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앨범을 들어봤다면 아마 다들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앨범을 아직 접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이번 앨범은 싱글만 듣고 판단하기보다는 꼭 넉넉한 시간을 잡아두고 첫 트랙부터 정주행해서 들어보기를 권해봅니다. The Weeknd의 찐팬이라면, [Dawn FM]에서 그가 펼쳐 보이는 콘셉트 미학에 귀를 맡기고 심취할 수 있을 겁니다. 


마침내 The Weeknd는 싱글 위주의 시장에서 앨범 고유의 미학을 설득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했습니다. [Dawn FM]은 그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며, 싱글이 범람하는 시대에 모처럼 앨범만의 미학을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과거를 마주하며, The Weeknd는 이렇게 또 한 발 전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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