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내 공연계가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기획되었던 모든 공연은 부득이하게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었죠. 이는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을 이미 맛본 팬들에게도, 아티스트들에게도 큰 고통으로 다가왔으리라 생각합니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2년,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국내에서도 속속들이 음악 행사의 개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는데요. 이 시기에 맞춰 단독 내한 공연 개최를 알린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슬란드의 포스트록 밴드 Sigur Ros입니다.
지난 4월 26일, Sigur Ros가 세계 투어 일정을 추가로 발표했습니다. 한 달 전 공개했던 호주와 뉴질랜드에서의 일정에 더해 아시아에서의 공연 일정까지 확정된 것인데요. 공개된 리스트에는 태국, 일본,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로써 Sigur Ros는 팬데믹 이후로 최초 단독 내한 공연을 하게 된 아티스트가 된 것이죠. 그 소식이 알려지자 Sigur Ros의 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Sigur Ros는 지산 밸리 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2017년 내한한 후, 5년 만에 한국에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과 2016년에 단독 내한을 진행한 적이 있어 그들의 팬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죠.
'승리의 장미'라는 뜻을 가진 팀 이름처럼, Sigur Ros의 음악은 고요하면서도 진취적입니다. 특유의 황홀한 사운드가 이 팀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로 인해 그들의 음악은 광고나 영화 음악에서도 수차례 쓰인 적 있습니다. 특히 'Hoppipolla'는 국내 광고에서 수없이 많이 쓰여, 전주만 들어도 '이게 그 노래였어?'라고 말하게 되는 음악이기도 하죠. 그뿐만 아니라 영화 '127 시간'에 쓰인 'Festival'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곡입니다.
Sigur Ros의 음악적 근본은, 바로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음악은 대부분 아이슬란드어와 Sigur Ros의 보컬 Jonsi가 직접 만든 '희망어'로 이루어졌는데요. Jonsi가 '희망어'를 만든 이유는 음악, 언어 모두 어떠한 의미의 틀 안에 갇히는 것을 지양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듯, Sigur Ros의 음악은 감미로운 가사처럼 특정한 요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음악 그 자체를 청취하는 것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가사를 꼭 이해하지 않아도 리스너와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은, Sigur Ros의 음악이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로 꼽히곤 하는데요. 이렇듯 Sigur Ros의 음악은 귀 기울여 들을수록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에, 평단에서는 그들을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은 미학적인 밴드로 칭합니다.
Sigur Ros의 음악이 돋보이는 것은 비단 언어 때문만은 아닙니다. 보컬 Jonsi가 첼로 활로 기타를 연주하는 것도 그들의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그들의 공연에서는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요. 이 퍼포먼스는 그들의 공연을 더 판타지스럽게 느껴지도록 하죠. 또한 개인적으로는, 첼로 활과 기타라는 이색적인 조합이 Sigur Ros가 줄곧 지향하는 전형성의 탈피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초자연적인 신비로움을 담은 음색, 주술 같은 가사, 광활한 아이슬란드 자연의 영상. 그리고 그를 아우르는 심금을 울리는 연주.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그들이 직접적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어떤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는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좌절 속에서 비춰지는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사는 듯한 Sigur Ros의 음악. 그 음악들이 모두에게 고통스러웠던 팬데믹 이후에 서울에서 울려퍼질 것이라는 사실은, 팬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들의 내한이 석 달 남은 이 시점, Sigur Ros의 음악을 들으며 그들과의 만남을 미리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