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Harry Styles가 3년 만에 [Harry's House]로 컴백했습니다. [Harry Styles], [Fine Line]을 거쳐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 것인데요. 발매에 앞서 선공개 곡으로 발표했던 'As It Was'가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를 수 차례 달성하며 컴백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렇게 지난 5월 20일, [Harry's House]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발매와 동시에 세간의 관심을 받는 중인 [Harry's House]. 오늘은 그의 신보를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Harry's House]. 이름부터 사뭇 진지해 보입니다. 으레 'House'라는 것이 개인의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을 상징하기 때문일까요. Harry의 House라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감이 잡혔습니다. 정말 본인의 이야기를 하겠구나 싶었죠.
앨범 커버에서도 뒤집힌 방 안을 보며 의아해 보이는 Harry Styles의 포즈가 눈에 띕니다. 그걸 캐치한 후에 들어본 'As It Was'는 이전보다 좀 더 선명한 의미가 느껴집니다. 달라진 현재에 대해 자조적으로 말하는 가사가 인상적인 이 곡에서는 약물 복용에 대한 이야기, 가족 해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꺼내며 진정성을 더합니다. 이걸 보니 왜 [Harry's House]여야 했는지, 왜 첫 싱글로 'As It Was'여야 했는지 그 의미를 알 것 같았죠.
그러나 사실, Harry's House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Harry Styles는 일본에서 잠시지냈을 당시 즐겨들었던 일본의 전설적인 음악가 Haruomi Hosono의 [Hosono House]를 듣고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1973년에 발매된 Haruomi Hosono의 첫 솔로 데뷔 음반인 이 앨범은 그가 Happy End의 멤버로 활동했을 시부터 주력으로 삼았던 포크 음악들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그가 YMO로써 음악적 시도를 감행하기 이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잘하는 음악으로 채워진 이 앨범은 포크 특유의 순수함이 가득 묻어나 있죠.
Harunomi Hosono - 終りの季節 (마지막 계절)
Harry Styles 또한 이전 [Fine Line]에서 컨트리풍의 음악을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요. [Fine Line]을 일본에서 작업했다는 점도, 그 시점이 Harry Styles가 Haruomi Hosono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시기라는 점도 참 흥미롭습니다. 이어서 이번 [Harry's House]에 수록된 'Matilda', 'Boyfriends' 역시 포크 장르라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Haruomi Hosono의 디스코그래피가 Harry Styles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이 명백해 보이는데요. 여기에 Haruomi Hosono의 또 다른 이름이 Harry Hosono라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Harry's House]라는 앨범은 Harry Styles가 말했던 것처럼 Haruomi Hosono를 위한 헌정적 성격이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죠.
[[Harry Styles], [Fine Line]에 비해 좀 더 힘을 뺀 [Harry's House]. 사실 이전 Harry Styles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결처럼 느껴집니다. 'Kiwi'나 'Watermelon Sugar'처럼 귀에 때려 꽂는 사운드보다는 천천히 오래 듣고 싶은 트랙이 주를 이루는 앨범이랄까요. 이에 아쉬움을 내비치는 팬들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Harry's House]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편안한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느낌입니다. 마냥 쉬는 시간이라기보다는 본인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말이죠.
그 분위기에 맞게 이번 앨범에서 Harry Styles는 좀 더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냅니다. 주어는 본인이기도, 혹은 타인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랑을 주제로 한 트랙이 다수 차지했는데요. 공개 연애를 하는 중인 그인 만큼 앨범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돌고 있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사랑'이라는 그 본능적인 감정이 그에게 훌륭한 창작의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는 것은 확실한 듯합니다. 이것이 [Harry's House]에서 선보일 수 있는 본인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Harry Styles - Watermelon Sugar
예술가가 시선을 내면으로 돌릴 때 그 원초적인 생각을 담은 작품이 마스터피스가 된 경우를 본 적 있으실 것 같습니다. 솔직해서, 또는 순수해서, 또는 진실해서 몇 해가 지나도 사랑받는 작품들이 있죠. 어떻게 성공을 거둘지보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 또는 그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사람. 그들이 진정으로 아티스트라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Harry Styles는 그런 의미에서 아티스트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