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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13. 2020

권순관 '혼자라고 생각될 때, 함께하고 싶은 노래'

장르 인사이드 #인디

"외로웠던 시기에 음악으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이 치료제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생각해요. 무미건조한 삶이나 풍경을 의미 있게 바꿔주는 건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글ㅣ피쉬슈즈



Q.플레이리스트 선정 곡 중 선곡 이유가 궁금합니다.


권순관)


Keith Jarrett / I Loves You Porgy


제가 20살 때, 그때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있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이 연주가 담긴 앨범을 하루 종일 틀어 놓고 방에서 안 나왔어요. 이 첫 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정말 이 음악에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면 좀 괜찮더라고요.


노리플라이 (no reply) / 주변인


저 스스로를 주변인으로 느꼈기 때문에 쓴 노래예요.

모두가 즐겁게 보이고 다들 웃고 있는데 난 왜 혼자일까…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는 걸 아는데 그게 잘 안될 때 이 노래를 들어봐 주세요.


권순관 / Stay


어둠에 혼자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난 당신 곁에 있다.

그런 의미로 노래를 만들었어요. 어둠 속에 머무는 것 조차 의미가 있고 당신은 어둠 속에서 여전히 빛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Stevie Wonder / Ribbon In The Sky


이름처럼 그는 놀라워요. 이 노래는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발라드 중에 하나일 거예요.

하늘을 실제로 보지 않고 하늘을 그렸던 노래이기에 더 놀라운 세계를 그려냈고 눈에 보이는 사실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


이 곡과 동명의 앨범을 전체로 들으시는 걸 추천 드려요.

인생을 깨달은 어떤 한 뮤지션의 이야기랄까. 조용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삶의 색채가 더해지는 것 같았어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토록 다양하고 다채롭구나. 한 톤 같으면서도 그 안에 깊이를 조절한 수많은 톤이 느껴져서 좋아요.

Q.보통 언제 혼자라고 느껴지나요?


권순관) 아무래도 음악으로 스케치할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스스로 해야 하는 거니까. 특히 뭔가가 막히면 혼자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은 무대에서 많은 관객 속에 있는데 두려움이 엄습할 때. 사실은 혼자가 아닌데 그런 착각을 할 때도 있어요.


Q.혼자라고 느껴질 때, 음악을 듣는 것 외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권순관) 그냥 전 너무 단순해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그럴 상황이 아닐 땐 드라이브를 가거나 버스를 타요. 예전엔 많이 그랬어요. 연고 없는 곳을 가서 두리번거리다 오기. 그럼 그 사이에 음악도 듣고 카페에 앉아서 책도 읽으면서 마음이 좀 나아져요. 누군가한테 연락할 용기도 생기고요.


Q.평소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는 보통 무엇을 하시나요?


권순관) 일단은 커피를 한 잔 마십니다. 보통 공연이나 녹음 등이 있으면 커피를 못 마셔서 꼭 커피를 마시고 그 뒤에는 주로 걸어 다녀요. 작업실 앞 한강이나 평소에 밀려 있던 책을 읽기도 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들이에요.

Q.만약 1주일의 여유 시간이 주어졌다면 무얼 하고 싶나요?


권순관) 가까운 곳이라도 가족들이랑 여행을 가고 싶어요. 요즘 이사와 앨범 준비 때문에 가족들과 여행을 못 갔는데 여유가 생기면 꼭 가보고 싶어요.


Q.마찬가지로 1달의 여유 시간이 주어지면 무얼 하고 싶나요?


권순관) 한 달이면… 어딘가에 가서 살아보고 싶네요. 국내도 좋고 가까운 해외도 좋은데 해외에 저희 가족을 반갑게 맞아주는 한인교회가 있어요. 그곳에서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Q.최근 관심사도 궁금합니다.


권순관) 요즘은 음향에 관심이 많아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을지 연구 중이에요. 엔지니어의 영역이라 너무 광범위하고 어렵긴 한데 음악을 사운드로도 즐기는 편이라 그 사운드 자체에 너무 매료되어 있어요.

Q.학창 시절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권순관)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덕분에 제 교과서는 온통 그림 낙서와 위인들의 얼굴에는 덧칠한 수염으로 다른 분이 되어있습니다.


Q.최근 작업하신 곡의 작업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권순관) [Connected]라는 앨범을 만들었어요. '너에게'라는 타이틀 곡이 노래가 어려워서 한 3, 4번 정도 다시 녹음을 했었어요. 이미 모든 마스터링을 마치고 나서 베트남으로 잠시 여행을 갔는데 자기 음악을 계속 듣다 보면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뭐가 뭔지 모르잖아요. 한 며칠 쉬다 들어보니까 발성도 좋고 다 좋은데 뭔가 아쉽더라고요. 부랴부랴 제 폰에 있는 처음에 부른 버전들을 들어봤는데 노래는 덜 다듬어져 있지만 감정이 잘 살아있었어요. 결국 믹싱과 마스터링을 처음 버전으로 다시 하게 됐어요.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한 발 떨어져 봐야 조금 더 정확히 보이는 것 같아요.

Q.새로 발표한 앨범은 어떤 점을 특히 주의 깊게 들으면 좋을까요?


권순관) 제가 이번에 담으려 했던 건 음악적 역량이나 기교나 스케일보다는 메시지에 중심을 맞추는 것이었어요. 예전보다 조금 더 뚜렷하게 제 생각을 담는 걸 배웠어요.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는 오히려 장치나 특별한 기교가 방해가 될 수 있어서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었고 아마 들으시면 담백하다고 느끼실 거예요. 그냥 제 가사라던가 분위기를 들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그냥 편하게 들어주시면 됩니다.


Q.10년 뒤 바라는 순관 님, 본인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권순관) 조금씩 나아가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지금도 그 과정이고 나이가 들수록 색깔이 분명한 뮤지션이 있잖아요. 더 깊어지고 풍부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스티비원더나 펫메스니, 히사이시 조 처럼요. 너무 큰 바람이지만 마음은 그렇다고요. 하하


Q.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해주면 좋을까요?


권순관)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한 사람. 그렇다고 대단한 기록이나 성과보다는 따뜻한 음악을 만들었던 사람으로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가 그 음악에 위로받고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저는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 혼자라고 생각될 때, 함께하고 싶은 노래


권순관 / 너에게

권순관 / Stay

권순관 / A Door

노리플라이 (no reply) / 내가 되었으면

노리플라이 (no reply) / 주변인

Bill Withers / Lean On Me

Kings Of Convenience / Cayman Islands

Hillsong Worship / Be Still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

루시드폴 / 오, 사랑

Pat Metheny / Love May Take Awhile

Silje Nergaard / Dreamers At Heart

Stephen Bishop / Never Letting Go

Stevie Wonder / Ribbon In The Sky

Sufjan Stevens / Death With Dignity

Tom Misch / Man Like You

Jacob Collier / Time To Rest Your Weary Head

Coldplay / Daddy

Chet Baker /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Keith Jarrett / I Loves You Po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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