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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17. 2020

숨쉴 틈이 없다? 한국 힙합 신은 앨범 대풍년!

장르 인사이드 #힙합

아직 3월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한국 힙합 신에서는 수많은 래퍼가 정규 앨범과 함께 컴백하며 장르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더불어 각 아티스트들은 개성이 드러난 앨범으로 기성 아티스트들과의 변별력을 확보함은 물론, 한국 힙합 음악의 다양성까지 넓히고 있다. 그렇다면 굵직한 네임드부터 신성까지, 과연 어떤 아티스트들이 정규 앨범을 발표했을까? 순서는 발매일을 기준으로 했다.


글ㅣ힙합엘이


DPR LIVE

한국 힙합의 트렌드세터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DPR LIVE. 그는 이번 앨범에서 우주적인 컨셉을 빌려 슬럼프를 겪고 있던 자기 자신을 사운드와 가사로 풀어낸다. 초반부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그의 모습은 신스음을 비롯한 사운드적 자치 덕분에 공감각적인 심상을 안겨준다.


DPR LIVE는 'OUT OF CONTROL'과 'DISCONNECT'에서 자신의 무력감을 표출하지만, 'S.O.S'를 기점으로 본인의 슬럼프를 벗어나고, 'OH GIRL'부터 'NEON'까지 사랑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간다. 이후 마지막 트랙에서는 첫 트랙에 담긴 불안감과 달리 자기애와 자기 확신을 가진 채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그려낸다. 여러모로 사운드와 가사가 결합하여 있는 만큼, DPR LIVE의 이번 앨범은 음악의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듣는다면 더욱더 재미있을 작품으로 느껴진다.


DPR LIVE [IS ANYBODY OUT THERE?]


스윙스

"업그레이드 시리즈"로 다시 돌아온 스윙스. 이번 앨범에서는 스스로 전곡의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그 덕인지 앨범 전반에서는 과거의 스윙스가 돌아온 듯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온다. '카메라 프리스타일'이 대표적인데, 곡에서 그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여유로운 플로우, 유쾌한 라이밍을 구사한다. 이외에도 앨범 안에는 스윙스의 수많은 모습이 있다. '한계'와' '마이 헤븐'에서는 강박에 지쳐버린 속내를 털어놓고, '라익 어 복서' 에서는 다시 초심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스틸 갓 러브'에서는 힙합에 대한 여전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직 스윙스의 프로덕션은 Splice의 향취가 느껴져 아쉬움도 남지만, 옛 힙합의 향취가 담긴 샘플 운용과 사운드 구성은 분명 듣는 재미가 있다. 오랜 스윙스의 음악 팬이라면, 그가 다시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큰 앨범이다.


스윙스 [Upgrade Ⅳ]


BLNK

BLNK은 독특한 보이스톤으로 랩과 노래를 오가며 얼터너티브 프로덕션의 무드를 극화시킬 줄 아는 음악가다. 2집 [FLAME]에서도 그의 장기가 충분히 발휘되었다. 우선 록, 아프로비트, 재즈 등 다양한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본인만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드러낸 점이 돋보인다. 특히 'Love Is'에서는 신스음과 함께 여러 이펙터를 도입해 사랑에 대해 고찰하는 내면의 모습을, 'Burning'에서는 리듬파트와 코러스를 통해 마치 하나의 무속 의식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BLNK은 초반부에서 현주소와 반등의 의지를 표출하며, 중반부에서는 시야를 돌리면서 자신의 고민에 스스로 답하고, 마지막 트랙 'FLAME !'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며 앨범을 마무리 짓는다. 사운드와 이야기가 단단히 결합함은 물론, 앨범의 구성미까지 잡아낸 멋진 작품이다.


BLNK [FLAME]


DON MALIK

붐뱁 기반 프로덕션과 함께 리리시스트로서의 면모를 선보였던 던말릭. 이번 앨범 역시 사운드적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이름이 반가운 J-U, 던말릭과 좋은 합을 맞추고 있는 Bababa 등 앨범의 프로듀서들은 샘플 활용과 특유의 질감이 돋보이는 붐뱁 사운드를 선보이며 그에게 판을 깔아준다. 여기에 던말릭은 프로덕션에 걸맞게 자기 자신의 서사를 담담히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많은 양의 가사는 단단하되, 유연한 플로우에 얹히며 청자들의 머릿속에 세밀하게 상황을 그려낸다. 


앨범에는 던말릭이란 래퍼의 시작점부터 가정사, 힙합 문화에 대한 애정까지 전부 담백하게 들어 있으며, 힙합 음악의 오랜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사와 사운드적 디테일까지 묻어난다. 여러모로 들을수록 여운이 더해지는 괜찮은 붐뱁 앨범.


DON MALIK [선인장화: MALIK THE CACTUS FLOWER]


수퍼비

현 한국 힙합의 최고의 랩 테크니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수퍼비. [Rap Legend 2]는 붐뱁사운드가 섞여 있던 지난 앨범과 달리 트랩을 비롯한 남부 힙합의 프로덕션이 주를 이룬다. 인트로 트랙부터 수퍼비는 마치 작정하듯 앨범을 가득 랩으로 채워낸다. 그는 자신이 이룬 성취를 분명히 하고, 랩 게임의 우위에 서려 하는 가사를 선보이며타이틀 그대로 자신이 왜 "랩 레전드"인지를 보여주려 한다. 


앨범의 피처링 진으로 참여한 JUSTHIS, CHANGMO 역시타이트한 랩을 구사하며 듣는 이의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플로우의 반복이나 프로덕션의 무드를 해치는 단어 사용은 조금 아쉽지만,랩의 듣는 재미를 추구하는 힙합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만족할 앨범.


수퍼비 [Rap Legen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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