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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24. 2020

네 가지 키워드로 알아보는 차일디쉬 감비노 앨범

장르 인사이드 #힙합

본명인 Donald Glover로도 익숙한 멀티 엔터테이너 Childish Gambino. 그는 음악과 연기, 감독 등 다방면을 넘나들며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Grammy Awards에서 3관왕을 기록한 싱글 'This Is America'를 통해 입지전적인 뮤지션으로 거듭났다. 이후 한동안 배우로서의 연기 활동에 집중했지만, 팬들이 지쳐갈 때쯤 4년 만의 정규 앨범을 깜짝 발표하며 다시 음악계로 돌아왔다.


글 | 힙합엘이


그는 이번 [3.15.20]이 Childish Gambino로서 내는 마지막 앨범임을 투어와 인터뷰를 통해 밝혔으며, 그런 만큼 이번 앨범은 Childish Gambino의 여러 행보와 음악성이 총체적으로 담긴 작품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3.15.20]의 어떤 점을 주목하면서 감상해야 할까? 여기 체크해볼 만한 네 가지 키워드가 있다.


Childish Gambino [3.15.20]


Pandemic

음악 팬이라면 알 만한 사실이겠지만, Childish Gambino의 이번 앨범은 제목이 가리키는 날짜처럼 2020년 3월 15일,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갑작스럽게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웹사이트 내에서도 역시 커버로 추정되는 사진과 몇 문구 빼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 때문에 많은 해석이 있었는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건 아무래도 코로나19와 관련한 분석이다.


최근 역사상 유례없는 공중보건 비상사태 때문에 WTO에서는 팬데믹(전염병이나 감염병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선포했고, 이에 따라 사회적 격리를 비롯한 여러 용어가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분명히 사회적으로 여러 변화를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요즘은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흐름을 역행해 나라 간의 경계가 분명해지고, 사람들 간의 거리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그가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이번 앨범을 만든 건 아니겠지만, 앨범을 웹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공개하는 선택은 자가격리로 인해 자택에 있는 이들에게 위안거리를 제공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어느 공간에 있든 상관 없이 웹사이트에 접속했다면, 누구나 같은 시간에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Childish Gambino의 앨범 스트리밍 공개 방식은 청자에게 사회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안김과 동시에, 외부와의 접근을 자제하고 오로지 음악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써 최적이었다.


Album

Childish Gambino의 이번 앨범은 특이하게도 'Time'과 'Algorhythm'을 제외하고 곡들의 제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곡 제목은 앨범 안에서 곡이 시작되는 시간대를 의미하며, 이를테면 '12.38'의 경우 앨범이 시작된 후 12분 38초쯤 해당 곡의 인트로가 시작되는 식이다. 타임라인을 제목으로 정한 데에는 분명 의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단 아직은 듣는 이가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한 목적으로 보인다.


백지상태의 커버 아트 역시 그렇다. 외부의 영향과 추측보다는, 사운드와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한 의도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앨범의 각 트랙은 물 흐르듯 다음 트랙으로 연결된다. 전 트랙의 마지막 부분이 곧 다음 트랙의 시작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덕분에 통으로 듣는다면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역시 앨범 단위로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게끔 한 그의 의도를 엿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앨범 전체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이 올라가 있다. 이는 해외 음원사이트의 무료 이용자들이 광고로 인해 앨범에 대한 감상을 방해받는 걸 방지하고자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트리밍 시대의 흐름과 정반대로 대부분의 곡 길이가 3분 이상이 넘어간다. 심지어 7분짜리 곡 또한 존재하는데, 차트 성적하고는 상관없이 그저 음악 자체에 집중하고자 한 Childish Gambino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겠다.


Popular Music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로는 Childish Gambino 자신을 비롯해 Ludwig Göransson, DJ Dahi가 참여했다. 이들은 ['Awaken, My Love!']에서 선보였던 펑크(Funk)의 기조를 이어받되, 좀 더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을 잡았다. 그 때문에 본작의 장르를 굳이 나누기란 어려우며, 인더스트리얼 힙합과 전자음악의 영향을 받은 실험성이 돋보인다. 물론, 근간에는 현대의 위대한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이 있다. 


트랙을 하나씩 짚어 살펴보자. 우선 'Algorhythm'에서 그는 Zhane의 'Hey Mr. D.J.'의 구절을 부르고, Nine Inch Nails의 곡을 샘플링해 담아냈다. 크레딧에는 기재되지 않았지만 Ariana Grande가 참여한 'Time'에서는 80년대 신스팝의 요소와 함께 사회적인 메시지와 가사를 던진다. 마치 Michael Jackson의 노래를 듣는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다.

KadhjaBonet과 21 Savage 등이 참여한 '12.38'은 훵크 사운드를 현대의 미니멀한 트랩으로 재해석함은 물론, Trap 음악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애틀랜타 기반 LaFace레코즈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가사를 곡에 담아냈다. 또한 '19.10'에는 Neo-Psychedelic 움직임을 이끄는 Tame Impala를, '24.19'에는 디지털화된 Frank Ocean과 인간의 감정을 끌어낸 Prince의 향취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Yeezus] 시절 Kanye West의 프로덕션을 연상케 하는 '32.22', Queen의 'Bohemian Rhapsody'를 떠올리게 하는 '39.28', Clavinet 사운드 덕분에 Stevie Wonder가 그려지는 '47.48' 등의 곡들도 특기할 만하다. 전부 현대 대중음악의 향취를 품고 있는 훌륭한 트랙들이다.


Donald Glover

이번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는 Childish Gambino의 가사다. 우선 'Algorhythm'에서 그는 디지털 세대의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Time'에서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후 '19.10'에서는 자기 자신의 취약한 면모를 드러내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 첫 벌스에서는 아버지의 지혜를 빌려오고, 두 번째는 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한다. 


'24.19'에서는 자신의 연인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35.31'에서는 사회 폭력에 노출된 흑인 어린아이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39.28'에선 관계와 관계 속에서 싹트게 되는 인간성에 대해서, '47.48'에서는 SNS의 등장과 함께 대두되고 있는 폭력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하며, 앨범을 마무리하는 트랙 '53.49'에선 Donald Glover로서의 인간성을 찾으며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린다. 

이처럼 Childish Gambino는 기술의 진보로 인해 비롯된 현실의 문제와 불안감을 앨범에서 여러 차례 표하지만, 결국 자신의 안정을 되찾으며 앨범 속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이와 같은 앨범의 마무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Childish Gambino로서의 불안한 자아를 끝내고, 인간 Donald Glover로서 내딛는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해봐도 납득할 만하다. 그렇다면 Donald Glover의 이번 앨범을 쭉 한 바퀴 돌려 보며, 각자의 방식대로 감상을 시작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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