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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전세계 음악 팬들을 안타깝게 만든 뉴스가 있었으니, 바로 Jeff Beck의 사망 소식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던 그가 지난 1월 10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갑작스레 찾아온 세균성 뇌수막염이었습니다.
국내외 많은 아티스트들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일평생 기타를 메고 걸어온 길에는 동료들의 존경이 담긴 마음이, 그리고 그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이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 수 놓여 있습니다.
그는 The Yardbirds의 기타리스트로 음악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 The Yardbirds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Eric Clapton과 Jeff Beck, Jimmy Page라는 거물 기타리스트들을 배출한 밴드로 이름이 높습니다. 이 시기 Jeff Beck의 연주는 '블루스 기반 하드록'의 전형을 들려줍니다.
The Yardbirds, Jeff Beck 'Jeff's Blues'
The Yardbirds 이후의 커리어 역시 블루스 기반의 하드록 연주가 주를 이루지만, 이전보다 훨씬 헤비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Rod Stewart를 보컬로 앞세우고, (훗날 The Rolling Stones의 일원으로 이름을 날리는) Ron Wood와 함께한 The Jeff Beck Group 시기는 날 서있는 록 기타리스트로서의 연주를 담고 있습니다.
Jeff Beck 'Shapes of Things (2005 Remaster)'
Jeff Beck 'Let Me Love You (2005 Remaster)'
Jeff Beck 'Plynth (Water Down The Drain)'
하드록 기타리스트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었지만, 한 솔로 앨범을 기점으로 그의 연주에는 일대 전환이 일어납니다. 1975년 발표한 [Blow By Blow]는 Jeff Beck이 재즈록을 담아내고, 이를 그만이 가능한 연주로 담아낸 명반입니다.
흔히들 '기타가 운다'고 표현하는 'Cause We've Ended As Lovers'가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Stevie Wonder가 작곡한 이 곡은 역시 '우는 기타'로 알려진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의 주인공, Roy Buchanan에게 헌정되었습니다. 두 곡을 연달아 들어본다면 Jeff Beck이 이 곡의 어떤 부분에서 연주의 영감을 받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Jeff Beck 'Cause We've Ended As Lovers'
Roy Buchanan 'The Messiah Will Come Again'
전작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이듬해의 [Wired] 역시 Jeff Beck이 남긴 또 하나의 재즈록 명반입니다. 키보디스트 Max Middleton이 Led Zeppelin에 대한 헌정을 담아 쓴 복잡다단한 'Led Boots', Jeff Beck이 직접 Charles Mingus의 원곡을 재해석한 'Goodbye Pork Pie Hat'이 주로 애청되고 있습니다.
Jeff Beck 'Goodbye Pork Pie Hat'
2000년을 전후로, Jeff Beck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탐닉하기도 했습니다. 1999년의 [Who Else!]부터 2003년의 [Jeff] 시기까지의 음반은 그의 음악이 또 한 번 크게 변화하는 시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영민하게 트렌드를 수용하고 자기화한 뮤지션이었습니다.
이 정도 언급만으로도 느낌이 오실 겁니다. 기타 실력도 실력이지만, Jeff Beck이 음악인으로서 존경 받은 것은 꼭 기타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커리어를 거듭하며 블루스와 하드록, 재즈와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계속해서 넘나들었습니다. 그는 일찍이 경지를 이루었지만, 그럼에도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도 노력했던 기타리스트였습니다.
디테일한 연주 테크닉의 영역은 물론, 레코드를 통해 음악적인 인정까지 받았던 그는 1992년에는 The Yardbirds 멤버의 자격으로, 또 2009년에는 솔로 아티스트의 자격으로 음악계 최고의 영예인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일생 한 번도 힘든 영예를 두 차례나 누렸다는 사실은 음악계에서 그의 입지가 어떠한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Jeff Beck은 평생을 안주하지 않았고, 그래서 낡지 않을 수 있었던 진짜 아티스트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앞으로도 바람직한 예술가의 본보기로 길이 남을 겁니다.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 Jeff Beck, 고이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