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해외 음악 신에서 신선하다는 평을 받으며 라이징스타로 주목 받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차트를 유심히 보는 분들이라면 예상하셨을 이름, 바로 PinkPantheress입니다. 래퍼 Ice Spice와 함께한 'Boy's a liar Pt. 2'는 빌보드 Hot10차트에서 14위로 첫 진입하고, 2주차에 바로 4위까지 상승하며 이 신예의 인기를 부연설명하고 있습니다.
PinkPantheress는 2001년 출생의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지금은 학업을 중단했지만, 당시에는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틱톡에 꾸준히 자신의 작업물을 올리다가 2021년 'Break It Off'이라는 곡으로 적지 않은 인기를 얻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메이저 레코드인 팔로폰, 그리고 엘렉트라 레코즈와 계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급상승하는 여느 아티스트들처럼, 그의 활동의 배경에는 틱톡이 있었습니다.
'Break It Off'을 들어보면 브레이크비트 기반의 드럼앤베이스 트랙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은 영국의 DJ, Adam F의 1997년작 'Circles'를 샘플링한 곡입니다. 한편, 그보다 이전에 그의 존재를 확인시킨 'Pain'이라는 곡은 Sweet Female Attitude의 2000년 발매 싱글, 'Flowers'를 샘플링한 UK 개러지 트랙입니다. 두 곡 모두 세기말의 트랙들을 재해석하여 2분 미만의 길이로 담아낸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PinkPantheress의 음악적 에센스는 명백하게 과거를, 그 중에서도 20세기 말 '리듬 중심의 사운드'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기말의 사운드를 지금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거기에 자신의 개성을 더해 표현하는 데 능한 아티스트입니다.
사운드적인 부분을 떠나서 봐도, 하늘하늘하면서 앳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부터가 이미 그만의 음악적 지문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는 음색 하나만으로도 이미 많은 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Boy's a liar'는 이런 그의 방향성에, 'Just for Me'부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주고 있는 Mura Masa가 프로듀싱을 더하며 만들어진 곡입니다. (*하프시코드 루프 같은 몽환적인 터치에서 Mura Masa의 잔향을 느낀 분들도 분명 많을 겁니다.)
'Boy's a liar Pt. 2'는 Ice Spice의 랩만 추가 됐을 뿐, 원곡과 다른 편곡 요소가 없는 등 대부분이 원곡과 똑같다고 할 수 있는데요. 원곡이 나온 2022년에는 차트에서 이렇다 할 반응이 오지 않다가 Ice Spice의 랩이 들어간 Pt. 2부터 굉장한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입니다.
Lil Nas X의 'Old Town Road'도 Billy Ray Cyrus라는 우군을 만나 보다 글로벌하게 터질 수 있었듯, 때로는 원곡 이후의 버전에 참여하는 아티스트가 곡의 운명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 곡에서는 미국 래퍼인 Ice Spice가 미국 차트 진입점의 역할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NewJeans 'Ditto'의 흥행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비트, '둥둥 둥 둥 둥 / 둥둥 둥 둥 둥'으로 설명 가능한 '저지 클럽'의 상징적 비트가 담겨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볼 만 합니다. 틱톡을 통해 인기를 얻은 아티스트인 만큼 틱톡 안에서의 트렌드 또한 담았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inkPantheress 'Boy's a liar Pt. 2'
대중적 반응은 이제야 터지고 있지만, 그가 미리 '평단과 관계자들이 점 찍어둔' 아티스트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성공이 영국에서는 약 1년 전부터 점쳐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래 스타를 점 찍기로 유명한 'BBC Sound of…'에서 2022년의 우승자로 뽑힌 바 있습니다. 이 행사는 영국 BBC가 주최하고, 대중음악평론가 및 음악계 관계자들의 투표로 이루어지는 '한 해의 유망주'를 꼽는 컴피티션입니다. Adele과 Sam Smith, Sigrid 등, 지금 전설을 쓰고 있는 아티스트들 상당수가 바로 이 컴피티션에서 일차적으로 주목을 받았었지요.
분명한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가진 그가, 이제는 보다 큰 팬베이스를 획득하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평단이 인정한 유망주 포지션에서, 이제는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영국 밖으로 나온 PinkPantheress. 모든 것이 갖추어진 그의 여정은 앞으로 탄탄대로일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