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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를 지향하지는 않지만
미디어를 멀리하는 성향을 가진 가수.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부를 줄 알지만,
가창의 기교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 자체의 완성도를 더 들여다볼 줄 아는
완벽주의형 예술인, 나얼.
그의 이런 완벽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 덕분일까요?
과거, 나얼의 팬들은
그의 모습을 미디어에서
만나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그가 약 2~3년 전부터
자신이 직접 음악을 트는 유튜브
'나얼의 음악세계'를 운영하고,
역시 음악이 주제인 멜론의 라디오
'디깅 온 에어'를 꾸준히 진행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소통의 폭을 넓힌 것이
최근 몇 년간의 변화인데요.
그런데 보다 최근의 상황을 보니,
변화한 것은 소통지향적인 태도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말부터는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고,
자작곡을 다른 가수가 부르게 하며
동료 아티스트들과 꾸준한 협업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주자는 성시경,
두 번째는 주자는 태연.
그리고 마지막 주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죠.
흥미로운 점은, 이 세 명이 소화한 곡들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다.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태연 (TAEYEON) '혼자서 걸어요 (Prod. by 나얼)'
세 곡 모두, 싱글의 타이틀은
[Ballad Pop City]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잠시 비교해볼 대상이 있으니,
나얼이 올해 1월 발표한
[Soul Pop City]라는 앨범입니다.
다른 가수들이 부른 [Ballad Pop City]와
자신의 앨범인 [Soul Pop City].
뭔가 세트 같은 느낌이 있지 않나요?
나얼은 자신의 앨범에서는
'나음세' 유튜브 채널 믹스만큼이나
굉장히 코어한, 장르 음악으로서의
R&B 사운드를 들려주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다른 가수들의 가창을 통해서는
대중성을 품은 발라드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것이 두 프로젝트의 큰 차이점입니다.
마침 이를 촌철살인으로 표현한
멜론의 현자(?)가 있습니다.
나얼의 [Soul Pop City]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멜론 유저 분의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는 대중을 향하고,
본인의 목소리를 통해서는 오리지널을 향한다.
성시경-태연-나얼로 이어진 이별 3부작은,
매니아는 물론 대중까지도 함께 품으려는
나얼의 프러포즈가 아니었을까요?
[Ballad Pop City]의 노래들은
자신의 레코드에 비하면 분명
완만한 팝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작법 자체까지 완전히
최근의 트렌드에 맞추지는 않습니다.
프로그램으로 뚝딱 만든 음악이 아닌
국내 정상의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연주를 담은 풀세션으로 녹음했다는 점,
그리고 후렴이 먼저 튀어나오거나
초반 몇 초의 반복적인 멜로디로
승부를 보려는 의도가 없는,
감정을 켜켜이 쌓아나가는
기승전결 구도가 완벽한
고전적 노래 구성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모두 4분 이상의
긴 플레이타임을 갖고 있다는 점은
우직하고 뚝심 있는 나얼의 음악세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태도는 소통지향적으로 변화가 있었지만,
나얼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얼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세상 흐름을 신경 쓰지 않는 듯
과거에도, 지금도 변치 않은 모습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시대의 사운드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그 느낌을 구현하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보통의 애정으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이 분명합니다.
소통의 노력 또한 하고 있지만,
출연하는 미디어들마저 생각해보면
음악이 중심에 있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나얼의 음악세계, 디깅온에어)
일례로, '놀면뭐하니?'에서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와 출연했을 때도
녹음과 음악 외의
예능적 분량은 전혀 없었죠.
그는 문자 그대로
'음악에 미쳐있는 사람'입니다.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서
다른 가수들과 협업하는 것 또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음악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매니악하기보다는 편안한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일환일 겁니다.
그의 올곧은 음악적 고집이
[Ballad Pop City] 이후 어디를 향할지,
계속해서 지켜볼 만합니다.
당연하지만 걱정은 없습니다.
누군가 당부하지 않아도,
R&B 장인의 뚝심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