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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을 통해 인기를 얻은 Coi Leray의 'Players'가 빌보드 차트 10위권 안쪽까지 진입했습니다. 이 곡은 힙합계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명곡을 샘플링하고 있는데요. 바로 Grandmaster Flash & The Furious Five의 'The Message'입니다. 곡의 발매연도는 1982년입니다.
이 곡은 초기 힙합음악을 대표하는 트랙으로,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처음으로 써낸 힙합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상징성이 있는데다, 특유의 신시사이저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랩도 특징적이기 때문에 대중음악 역사상 수많은 샘플링과 오마주가 있었던 곡이기도 한데요. 여기서는 'The Message'가 샘플링으로, 또 오마주로 쓰인 역사를 짚어봅니다.
Grandmaster Flash & The Furious Five 'The Message'
Coi Leray는 떠오르는 랩스타입니다. 아버지부터가 래퍼인 Benzino이다보니 힙합 문화에 어릴 때부터 익숙해 있었다고 하는데요. 배경뿐 아니라 실력도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oi Leray에 따르면, 그는 'Players'를 프리스타일로, 그것도 단 한 번의 녹음으로 끝냈습니다.
'선수(Players)'는 흔히 남녀관계에서 '작업'을 잘하는 사람을 칭할 때 씁니다. 이 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Coi Leray는 'Players'에서 클리셰와도 같은 '스웨그의 정석'을 들려줍니다. 다만 'Cause girls is players too(여자들도 선수니까)'라는 가사는 사실 문법적으로는 맞지 않은데요. 라임을 위해 girls are 대신 girls is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 곡에도 감초처럼 등장하고, 이 외의 다른 곡들(Ex: Anne-Marie '2002')에서 자주 쓰이는 'Hold↗Up↘'은 역시 힙합계의 클래식인 Dr. Dre의 'The Next Episode (Feat. Snoop Dogg)'에서 따온 소스입니다. 'Players'는 알고 보면 힙합의 역사와 연관이 많은 곡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곡 중 보다 높은 연령대에서 가장 잘 알려진 샘플링은 바로 이 곡일 겁니다. Puff Daddy는 Mase와 함께한 이 곡으로 1997년 생애 첫 빌보드 Hot100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무려 6주간을 머물렀습니다.
'Can't Nobody Hold Me Down'은 'The Message'를 느리게 샘플링한 비트가 특징으로, 나긋나긋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Puff Daddy의 정규 데뷔앨범 [No Way Out]은 이 곡 외에도 Sting의 'Every Breath You Take'를 샘플링해 대성공을 거둔 'I'll Be Missing You'까지 포함하고 있는데요. 이 곡들로 인해 그는 '샘플링의 천재'라는 예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Puff Daddy 'Can't Nobody Hold Me Down (feat. Mase)'
'Check Yo Self'는 크게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The Message'와 연관이 없는 원곡 버전, 그리고 'The Message'를 통째로 샘플링한 The Message Remix 버전. Ice Cube는 Das EFX와 함께한 이 곡에서 'The Message'를 '통 크게' 샘플링했습니다.
비트가 완전히 다른 노멀 버전에서는 Beastie Boys의 'The New Style'을 살짝 샘플링하며 또 다른 재미를 주었는데요. 하지만 아무래도 리믹스버전의 인기가 더욱 컸다 보니, 그의 베스트앨범에도 이 곡은 리믹스 버전으로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Ice Cube 'Check Yo Self (The Message Remix)'
'The Message'의 영향력은 K-Pop에도 있었습니다. 현아와 던, 그리고 펜타곤 후이로 활동했던 그룹 트리플H가 이 곡에서 'The Message'의 신스 멜로디를 샘플링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요소와 현대적 요소의 적절한 안배는 'RETRO FUTURE'라는 제목과 딱 어울리는 선택이었습니다.
트리플 H (현아, 펜타곤 (후이, 이던)) 'RETRO FUTURE'
'The Message'에는 힙합 신에서 자주 인용되는 가사가 몇 가지 있습니다. 'It makes me wonder how I keep from goin' under'라는 가사가 첫 번째이고, 'Don't push me cause I'm close to the edge / I'm trying not to lose my head'라는 가사가 두 번째이지요.
조pd는 3집의 '격+'라는 곡 중간에서 이 두 번째 가사를 불렀습니다. 특유의 멜로디와 추임새까지 똑같이 부르기 때문에 오마주적 성격이 분명한 벌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덕분에 당시 올드힙합 팬들에게는 뜬금없는 추억을 가져다 준 곡이기도 합니다.
조pd (ZoPD) '격+ (Feat. Ray Jay)'
앞서 언급한 힙합 신에서 자주 인용되는 가사, 'It makes me wonder how I keep from goin' under'는 수많은 곡에서 쓰였는데요. 미국 브로드웨이를 점령한 뮤지컬 '해밀턴'에서도 (변형된) 관련 언급이 있습니다.
사실 '해밀턴'은 스토리적으로는 미국의 독립 역사를 담고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힙합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뮤지컬이기 때문에, 트랙에 해당 벌스가 포함된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Christopher Jackson 'Cabinet Battl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