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클리핑
차트를 매주 체크하는 이들이라면,
최근 몇 주간 빌보드 차트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을 겁니다.
한국의 걸그룹 FIFTY FIFTY가
빌보드 HOT100차트 100위에,
또 그 다음주에는 94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FIFTY FIFTY가 누구야?'
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은 대형기획사 출신의 그룹도 아니고,
이름있는 중소기획사의 그룹도 아니며,
무엇보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4개월 밖에 안 된,
'신인 중의 신인'이기 때문이죠.
대형기획사 소속이 아닌 K-Pop 아티스트가
빌보드 Hot100차트에 오른 것은
이전까지 없던 사례입니다.
어트랙트(기획사)와 FIFTY FIFTY는
어떻게 기적을 이뤄내고 있을까요?
여기서는 곡의 흥행과 관련한
몇 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봅니다.
현재까지 국내외 각종 매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 곡은 기획사에서부터 전략적으로
바이럴을 기획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된 케이스로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얻어걸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마치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는',
그런 그림이었다고 할까요?
이 곡의 챌린지 출발점은
회사나 아티스트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곡에 맞게 만들어진
정형화된 챌린지 댄스는 존재합니다만,
이는 틱톡 유저들이 만들어낸 것일 뿐
기획사와 아티스트 측에서 만든 챌린지는 아니었지요.
기획사에서 원래 만들었던 댄스는
챌린지에서의 댄스와 달랐습니다.
기획사에서 의도하기보다는,
틱톡커들이 자발적으로 발굴하고
챌린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특별한 틱톡 흐름이었다고 보시면
맞을 것 같습니다.
'Cupid'가 여느 인기곡들처럼
틱톡에서부터 유행한 것은 맞지만,
유행한 인기 파트는
여느 곡들과 달랐습니다.
후렴이 아닌 프리코러스 부분이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 특이했는데요.
'I'm feeling lonely' 조금 전부터
'I gave a second chance to Cupid'
라는 가사까지가 해당 부분입니다.
처음 유저들 사이에서 챌린지가 만들어질 때,
화살을 날리는 포인트 안무를 위해
해당 파트에서 챌린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덕분에 'Cupid'는 틱톡에서
꼭 후렴 파트가 아니어도
챌린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틱톡에서는 언젠가부터
'Sped Up'이라는,
노래를 가속한 편집 버전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맞춰
Mariah Carey와 SZA, Miguel,
Steve Lacy, The Weeknd 등
영미권의 아티스트들도 'Sped Up' 버전을
오피셜하게 공개한 바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김새녘과 015B, dori 등이
Sped Up 버전을 공식적으로 발매하며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Cupid'는 공식적인 Sped Up 버전이 없지만,
유저들이 편집한 Sped Up 버전이
널리 퍼진 바 있습니다.
이 Sped Up 버전이 쓰인 영상은
원본보다 훨씬 조회수가 높았다고 하는데요.
틱톡커들은 더 빨라진 음악을 쓰며
보다 효과적으로 포인트 안무 챌린지를
퍼트릴 수 있었습니다.
영어 버전(Twin Ver)을 함께 낸 것 역시
신의 한 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해외에서 Sped Up 버전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영어 버전의 'Cupid'이기 때문입니다.
'Cupid'라는 성공사례가 생겼기 때문에,
어쩌면 앞으로는 K-Pop 시장에서
영어 버전의 곡을 추가로 제작하는 관행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FIFTY FIFTY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민 역시 [FACE]를 발매하며
'Like Crazy'의 영어 버전을 함께 발매한 바 있으며
TWICE 역시 'SET ME FREE'를
영어 버전으로 함께 발매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노래 자체의 완성도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틱톡에서 유행이 되는 것과,
그렇게 유행이 된 노래를
다시 찾아 듣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늘하늘한 핑크 빛 분위기와
아련하게 귀에 내려앉는 멜로디,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컬을 전면에 앞세운 프로덕션은
FIFTY FIFTY라는 그룹의 방향성이
무엇보다 '노래'를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실제로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의 일화를 보면,
그는 음악 자체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는 (Cupid가 수록된 앨범은 아니지만)
FIFTY FIFTY의 데뷔 앨범에 수록할
네 곡을 고르기 위해
300여 곡의 모니터링을 거쳤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레이블에 직접 발품을 팔며
곡을 들어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지요.
작법, 그리고 노래를 알리는 방식까지,
이런 방식은 이 회사가
노래 자체를 가장 중시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었을 접근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또 이런 과정을 통해 모처럼 '편안한'
K-Pop 트랙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저런 요소들이 모여,
'Cupid'는 해외에서부터 현상을 만들고
이제는 국내 차트에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편하게 듣기 좋은 트랙이기 때문에,
이번 봄 많은 유저 분들의 플레이리스트에
'Cupid'가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