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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30. 2020

McCoy Tyner : 거장을 기리는 15장의 앨범

장르 인사이드 #재즈

블루노트 레코드와의 계약을 끝내고 1972년부터 마일스톤 레코드에서 음반을 녹음하기 시작한 McCoy Tyner는 1973년 7월, 그의 생애 최초로 스위스에서 열리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됩니다. Azar Lawrence(색소폰), M. Tyner(피아노), Joony Booth(베이스), Alphonse Mouzon(드럼)으로 짜인 당시 Tyner의 사중주단은 대략 70분 동안 관객들의 숨을 멈추게 할 만큼의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내며 혼신의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날의 실황을 고스란히 담은 앨범 [Enlightenment]는 30대 중반 연주의 정점에 올랐던 McCoy Tyner의 한 모습을 담고 있으며 앨범 커버에 실린 땀방울이 흐르는 그의 얼굴은 무대 위의 연주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Tyner를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Pierre Lattes - Presenting The McCoy Tyner Quartet

McCoy Tyner - Nebula (live at Montreux)

McCoy Tyner - Walk Spirit, Talk Spirit (live at Montreux)


Tyner와 경쟁을 벌이던 재즈의 선두주자 Herbie Hancock, Chick Corea, Keith Jarrett은 1970년대에 모두 제각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어쿠스틱 피아노 그리고 트리오 편성에 변함없는 관심을 보인 연주자는 Tyner와 Jarrett였습니다. 그들이 전기 건반악기에 무관심한 모습은 보수적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그들이 이 전통적인 악기를 통해 새로운 재즈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분명해 보였습니다. 


특히 풍부한 화성과 빠른 핑거링으로 음을 펼치는 Tyner의 연주는 John Coltrane이 색소폰을 통해 구사했던 음악을 건반 위에서 구현한 것이자 Coltrane이 만년에 프리재즈로 전환하면서 보여주지 않았던 음악을 Tyner가 Coltrane 사후에 구현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런 면에서 펜더 로즈로 대표되는 전기 피아노는 터치의 셈여림, 정교한 스타카토에 있어서 자신의 음악에서 부적합하다고 Tyner는 느꼈을 것입니다.

이미 '60년대 말 Miles Davis의 일렉트릭 재즈에 가담하지 않음으로써 동료였던 Herbie Hancock과도 거리를 두고 있었던 베이시스트 Ron Carter는 Tyner의 스튜디오 녹음에 참여해 왔는데 1977년 Tyner가 조직한 새로운 트리오에 가담했고 역시 Miles 오중주단의 동료였던 드러머 Tony Williams도 이 밴드에 가세함으로써 McCoy Tyner가 명명했던 이름 "수퍼 트리오"는 이름에 맞는 라인업을 갖추게 됩니다. 

그들은 이름뿐만이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도 최고의 피아노 트리오 연주를 완성했는데 이 음악은, 아마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던 Keith Jarrett의 즉흥 피아노 독주와 더불어 Hancock, Corea에게 자극을 주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전기 건반악기들을 떠나서 함께 어쿠스틱 피아노 이중주 공연을 1978년부터 시작했고 연이어 Hancock은 옛 Miles Davis 오중주단의 멤버들을 불러 보아(여기에서 트럼펫은 Freddie Hubbard가 대신했습니다) V.S.O.P란 이름의 어쿠스틱 퀸텟을 재결성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McCoy Tyner에 의해 1970년대 말 어쿠스틱 피아노는 그 진가를 다시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런 면에서 Tyner는 진정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McCoy Tyner - The Greeting

McCoy Tyner - Prelude To A Kiss

McCoy Tyner, Ron Carter, Tony Williams - Moment's Notice (Live)


마일스톤 레코드에서 9년 동안 앨범을 녹음했던 McCoy Tyner는 '80년대 들어 다양한 레이블들과 자유롭게 녹음을 남겼습니다. 그 기간의 여러 앨범 가운데 일본 데논 레코드와 녹음한 [Double Trio]는 Tyner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지점을 담고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절반 이상을 함께 녹음한 베이시스트 Avery Sharpe와 베테랑 드러머 Louis Hayes는 이후 대략 15년 동안 Tyner 밴드의 초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울러 1988년 블루노트 레코드로 다시 돌아와 녹음한 앨범 [Revelations]는 16년 만의 피아노 독주 녹음으로, 이 시기 McCoy Tyner의 변화가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기본적으로 그는 매우 정통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깊은 스윙과 섬세한 터치를 갖고 있었고 그런 점은 '60년대 그가 Coltrane 사중주단에 있을 때도 잘 보여주었던 모습입니다. 특히 John Coltrane이 발라드 앨범이나 보컬리스트 Johnny Hartman과 서정적인 작품들을 녹음할 때 피아노를 맡은 연주자가 McCoy Tyner란 사실은 훗날 격렬했던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곧잘 잊게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과거의 모습들을 다시 살려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70년대부터 형성된 그의 에너지와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그는 50대의 나이에 들어서고 있었고 그의 음악은 더욱 깊어졌던 것입니다.


McCoy Tyner - Latino Suite

McCoy Tyner - Dreamer

McCoy Tyner - You Taught My Heart To Sing (Live At Merkin Hall, NYC / 1988)

McCoy Tyner - View From The Hill (Live At Merkin Hall, NYC / 1988)

Peresina (Live At Merkin Hall, NYC / 1988)


앨범 [Revelations] 이후 McCoy Tyner는 블루노트 레코드에서 3년 만에 또 한 장의 피아노 독주 앨범을 녹음합니다. 이 앨범에는 Tyner의 새로운 작품들이 다수 담겨 있는데 밴드와 함께 무대 위에서 태풍이 몰아치는 듯한 연주를 들려주는 그에게 한편으로 이토록 서정적이며 아름다움 시성(詩性)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던 피아노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그의 음악에서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뉴욕 "로프트 재즈"를 대표했던 두 색소포니스트 Arthur Blythe(알토), David Murray(테너)가 참여했던 [44th Street Suite]에서 Tyner는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가를 입증해 보였습니다. 그는 정통 하드밥 연주자에서부터 프리재즈 연주자들까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연주자이면서도 그 어느 진영에 몸담지 않은 채 자신만의 노선을 개척해 갔던 음악인이었습니다.


McCoy Tyner - Espanola

McCoy Tyner - Twilight Mist

McCoy Tyner - Tribute To Lady Day

McCoy Tyner - Three Flowers

McCoy Tyner - Effendi

McCoy Tyner - Not For Beginners

McCoy Tyner - 44th Street Suite-part Ⅰ

McCoy Tyner - 44th Street Suite-part Ⅱ


이 글에서 선정한 McCoy Tyner의 15장의 앨범들은 그의 걸작, 명반의 순위를 정해 15장을 고른 것이 아닙니다. 단지 50여 년의 활동 속에서 Tyner가 보여줬던 그의 음악적 흐름들, 그 시대에 Tyner가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읽어낼 수 있는 몇 장의 음반을 골라 본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 두 장이 남았는데, 이 두 장은 한국의 재즈팬으로서 그를 통해 가졌던 소중한 기억들과 관련된 음반들입니다.

그중 한 장은 1988년 뉴욕의 스위트 바질 클럽에서 녹음한 실황 앨범 [Live at Sweet Basil]입니다. 이 앨범의 트리오 멤버 Avery Sharpe와 Aaron Scott(드럼)은 2000년 Tyner와 함께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습니다. 그때 이 세 사람은 한 시간 남짓한 공연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마치 인생의 마지막 공연인 듯이 열띤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앨범은 내한 공연보다 이미 12년 전에 녹음된 것이지만 들을 때마다 2000년 이 트리오의 내한 공연을 자꾸 머리에 떠올리도록 만듭니다.

또 한 장의 앨범은 바이브라폰의 명인 Bobby Hutcherson과 이중주로 녹음한 '93년 작 [Manhattan Moods]입니다. 두 사람은 우리가 앞서 살펴봤던 앨범 [Time for Tuner]에서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었던 동료로 그 밖에도 여러 앨범에서 함께 녹음을 남긴 음악적 동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공동의 음반은 이 한 장이 유일한데 음반을 들을 때마다 Gary Burton과 Chick Corea처럼 왜 더 많은 음반을 남기지 않았을까, 아쉬운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음반입니다.


이 앨범이 발표되었던 1993년 두 사람은 팔리어먼트 수퍼밴드의 일원으로 내한해서 2중주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Tyner의 강렬한 연주에만 매료되었던 당시의 필자는 두 사람의 내밀하고 정적인 연주에 다소 실망했던 적이 있는데 훗날 이 앨범을 들으며 '내가 당시 얼마나 재즈를 편협하게 들었나'하고 반성하게 만든 음반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지금, McCoy Tyner의 연주를 들으며 새삼 느끼는 것은 그는 발라드를 연주하든 또는 블루스를 연주하든 그 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느리고 여백이 많은 곡임에도 Tyner는 타건 하나하나에 그의 에너지를 완전 연소시켰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음악에 대한 헌정이었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아무도 그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쓴 뒤에도 저를 깨우쳐 준 만년의 그의 피아노 독주 앨범들을 반복해서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Mr. McCoy Tyner.


McCoy Tyner - Sweet Basil Swing (Live)

McCoy Tyner - Rio (Live)

McCoy Tyner, Bobby Hutcherson - Manhattan Moods

McCoy Tyner, Bobby Hutcherson - Travellin`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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